▲ 서울 영등포구의 한 주차장에 타다 차량들이 주차해 있다.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이른바 ‘타다 금지법’이라고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끝내 국회를 넘지 못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타다는 한순간에 ‘불법’으로 전락해 서비스를 중단할 위기에 처했던 상황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개정안 통과 불발로 한숨 돌린 모양새지만 다음 달 타다가 합법인지 불법인지 판단하는 재판이 남아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올 여름 택시업계의 반발부터 다사다난했던 타다가 내년에도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심사소위원회는 25일 오후 2시 법안심사회의를 열고 모빌리티 법제화와 렌터카 허용 금지 등을 골자로 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통과를 논의했지만 끝내 불발됐다. 다만 여야는 이른 시일 내 다시 마주앉아 연내 개정안 통과에 뜻을 같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관석 교통심사소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개정안 방향에 대해서 대체로 동의했다”며 “가능한 빨리 다음 소위를 열고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개정안은 타다의 사업 근거가 되는 예외조항 범위를 더욱 명확히 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사실상 ‘타다 금지법’이라고도 불린다.

▲ 지난달 7일 오전 서울 성동구 패스트파이브 성수점에서 열린 타다, 1주년 미디어데이에서 박재욱 VCNC 대표가 향후 운영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예외조항 파고든 타다...법으로 묶는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타다는 이용자가 앱(애플리케이션)으로 차량을 호출하면 운전기사까지 딸려와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다.

그간 불거진 타다 논란의 쟁점은 법 위반 여부였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는 ‘자동차 대여 사업자는 렌터카를 임차한 자에게 운전자를 알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같은 법 시행령 제18조는 ‘단체관광’을 목적으로 11~15인승 승합차를 임차하는 경우 운전자 알선을 허용하고 있다.

타다는 이 예외조항을 근거로 11인승 카니발 렌터카 차량을 사용해 줄곧 ‘합법’이라며 서비스를 이어왔다. 반대로 택시업계는 예외조항 자체가 타다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유사운송 행위’라는 비판을 이어왔다.

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기사 알선 범위를 ‘관광 목적에 6시간 이상 운행’으로 제한하는 게 골자다. 또 ‘공항이나 항만에만 반납’이라는 조건도 내걸었다. 이 조건대로라면 주로 시내에서 승객을 실어나르는 타다는 운행이 불가능해진다. 비슷한 방식의 ‘차차’ 역시 운행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

또 개정안에는 국토교통부의 택시제도 개편안 내용도 담겼다.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형태로, 렌터카 방식을 버리고 운행대수만큼 택시면허를 사들여야 한다.

이 부분도 타다에게는 부담 요소다. 개정안대로라면 타다는 현재 운용 중인 차량 1400여대 규모로 택시면허를 사들여야 한다. 지난 8월 기준 법인택시 면허 시세인 6000만원을 가지고 계산하면 타다는 면허 구입에만 약 84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셈이다.

더욱이 택시면허 구입을 현재 택시 감차 규모 수준에서만 이뤄질 수 있게 제한해 타다가 서비스에 필요한 만큼 면허를 확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 숨 돌릴 틈 없다...檢 기소에 법원 판결 앞둬

국회 손에 있던 타다의 존폐 여부는 이제 사법부로 넘어간다. 다음 달 2일 타다의 불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첫 재판이 열리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5부는 타다를 불법이라고 판단, 타다 운영사인 VCNC 박재욱 대표와 쏘카 이재웅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밝혔듯이 타다는 줄곧 시행령에 근거한 승합차를 사용하고 운전자를 알선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지만 검찰의 생각은 달랐다.

검찰은 차량과 기사를 대여해주며 고객에게 요금을 받는 타다의 서비스 형태가 사실상 유사택시에 가까우며 법이 요구하는 택시 사업자면허도 보유하고 있지 않아 현행법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이번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오던 후폭풍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치열한 법리공방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의 판단에 맞서는 반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타다의 변호인으로는 국내 최대 법률사무소 김앤장과 법무법인 율촌이 확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 서울개인택시조합 양천지구 이영자 조합원이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열린 SK의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에 대한 투자 철회와 타다 OUT 입법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해 촉구문을 낭독하고 있다.

◆ 모빌리티·스타트업 업계의 호소

숱한 위기를 겪으며 서비스를 이어온 타다가 정치권의 압박과 사법부의 판단 등 대형위기에 봉착하자 모빌리티,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생존에 대한 호소가 이어졌다.

타다와 유사한 서비스를 운영 중인 스타트업 차차크리에이션 김성준 대표는 “혁신이 이기지 못하면 멸망한다”며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다 살핀 법안이라고 포장돼 있으니 당장은 나쁜 것이 아니라고 볼 것이지만, 통과 시 실패확률이 높아 또다시 후손들에게 아픈 역사를 물려주는 쇄국의 날이 된다”고 지적했다.

스타트업 단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검찰의 타다 기소와 관련해 “국내 스타트업이 여전히 기득권에 둘러싸여 정부, 국회, 검찰의 압박 속에 죽어가고 있다”며 “제발 숨통좀 터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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