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년된 목조건물에 스프링클러도 없이 고작 소화기 8대가 있었다고 하니...

<정우택 논설위원>
국보 1호 숭례문(남대문)이 화재로 무너져 내렸다. 손 쓸 틈도 없이 허망하게 사라졌다. 6백년의 애환을 간직한 숭례문이 소실된 것은 민족의 아픔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 숭례문의 관리하는 꼴을 보면 울화통이 터진다.

불은 10일 저녁 8시45분경 서쪽 2층 현판 아래 누각에서 발생했다. 소방차가 출동했는데 문화재청은 문화재가 훼손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불을 꺼달라고 했다고 한다. 바싹 마른 목조 건물에 화재가 났는데 뭘 어떻게 신중하게 하라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1시간 만에 큰불은 잡았다고 안도했지만 이때도 건물 속에서 불은 계속 타고 있었다고 한다. 겉에 불이 꺼지자 속 불도 꺼진 것으로 오판한 것이다. 건물의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숭례문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알면 울화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수 백년 된 목조건물에 고작 소화기 8대가 있었다. 스프링클러도 설치되지 않았다. 한번 불이 나면 끝장을 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소방차가 수 백대가 몰려와도 대책이 없었을 것이다.

관리 인력은 또 어떤가. 평일 낮에는 직원 3명이 근무하고 공휴일에는 1명이 숭례문을 지킨다. 하지만 밤이 되면 관리인 없다. 사설 무인경비 시스템을 활용하는 게 고작이다. KT텔레캅이 책임지고 있는데 이번 화재 때는 소방차보다 늦게 왔다고 한다.

숭례문에 대한 관리와 소방대책을 보면서 숭례문이 제 자리에 오랫동안 서있기를 바라는 게 오히려 잘 못됐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비단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소화기 8대가 고작이라니 믿을 수가 없지 않은가.

관리 소홀과 미숙한 대응으로 숭례문을 전소시키는데 일조(?)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엄중한 문책이 있어야 한다. 물론 문화재청장도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밑에 사람만 문책하고 자신은 자리를 지킨다면 국민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숭례문 화재와 같은 가슴 아픈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다른 문화재에 대한 관리실태도 점검해야 한다. 관리자와 책임자가 현장에 직접 가서 보고 개선할 것은 개선해야 한다. 형식적으로 계획이나 세우고, 보고나 받아서는 안된다.

고작 소화기 8대로 오늘까지 버티가 무너져 내린 숭례문은 이 민족의 아픔이다.


정우택 논설위원 jwt@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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