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체납자 집에서 발견된 여행용 가방 속 5만원권 1만1000장(5억5000만원). 이 체납자는 세금 낼 돈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호화생활을 누렸다. (국세청 제공)

투데이코리아=이미경 기자 | 수십억원의 공장건물을 양도한 뒤 양도소득세 수억원을 체납한 A씨는 세금징수를 피하기 위해 양도대금을 현금으로 인출한 뒤 위장 전입했다. 국세청은 A씨의 주민등록 주소지상의 집이 최근 3년간 빈집 상태인 것을 확인하고 A씨가 거주할만한 지역에 잠복했다. 외제차를 타고 주차장에 들어가는 A씨를 뒤따라간 징수팀은 A씨의 여행가방에서 현금 5억5000만 원을 발견해 전액 징수했다.
국세청은 4일 A씨와 같이 고액·상습 체납자 4739명과 체납 법인 2099개 명단을 국세청 누리집에 공개했다.

공개 대상은 체납 발생일로부터 1년 넘게 2억원 이상의 국세를 내지 않은 체납자다. 이들의 이름·상호(법인명)·나이·직업·주소·체납액 세목·납부기한 등이 공개됐다.

이번에 공개된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을 보면 황제노역 논란을 샀던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종합부동산세 등 56억 원)과 인터넷 방송인으로 시작해 국산 신발 브랜드 '스베누'를 창업한 황효진 전 대표(부가가치세 등 4억7600여만 원), 드라마 '주몽', '아이리스', '올인' 등 집필한 최완규 작가(양도소득세 등 13억9400만 원) 등이 명단에 올랐다.

올해 개인 최고액은 온라인 도박운영업을 하는 홍영철씨로 부가가치세 등 1632억 원이다. 법인 최고액은 건설업체인 코레드하우징이 근로소득세 등 450억 원을 체납해 고액·상습체납 명단공개 대상에 올랐다.

국세청은 각 지방국세청에 체납자 재산추적과를 설치해 재산을 숨기고 체납처분을 회피하는 악의적 고액 체납자에 대한 추적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민사소송 제기 및 형사고발 등을 통해 약 1조7000억 원을 징수하거나 채권을 확보했다. 징수․채권확보 액수는 지난해 10월 1조7015억 원에서 올해 10월 말 기준 1조7697억 원으로 682억 원 늘었다.

강민수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악의적 체납자에 엄정 대응하기 위해 내년부터 전국 세무서에 체납업무 담당 조직을 신설해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체납액이 5000만 원 이상인 경우 체납자의 친인척의 금융 조회까지 허용하는 금융실명법 개정안이 지난 10월 말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국세청은 내년부터 친인척 명의로 재산을 은닉한 체납자에 대한 추적조사도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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