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뉴 그랜저.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국내 완성차 업계에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된 차량 10대 중 8대는 현대·기아차고, 나머지 2대를 르노삼성·쌍용·한국GM이 나눠가지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자동차 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현대·기아차는 공격적인 신차 투입을 통해 국내 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실적 개선과 점유율 확대에 시동을 걸고 있지만, 르노삼성·쌍용·한국GM 3개사는 좀처럼 반등의 열쇠를 찾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르노삼성·쌍용·한국GM 등 국내 완성차 5개사는 지난달 내수시장에서 총 13만6414대를 판매했다. 이중 현대·기아차의 합산 판매량은 11만1775대로 점유율이 81.9%에 달한다. 국내서 판매된 차량 10대 중 8대는 현대·기아차란 얘기다.

먼저 현대차는 지난달 내수시장에서 총 6만3160대를 판매했다. 전년동기 대비 1.5% 감소했지만, 지난달에 이어 판매량 6만대선을 지켰다.

세단은 그랜저가 1만407개 팔리며 국내판매를 견인했다. 쏘나타가 8832대, 아반떼가 4475대 등 총 2만757대를 팔았다. 특히 최근 신차급 변화로 돌아온 그랜저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은 7개월 만에 월 1만대 판매를 돌파하고 국내시장 베스트셀링카를 탈환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RV는 싼타페가 7001대, 팰리세이드 4137대, 코나 3720대, 투싼 3279대 등 총 2만813대가 팔렸다.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G70이 1339대, G80이 1214대, G90이 1086대 등 총 3639대가 판매됐다.

현대차는 당장 이번달부터 내년까지 ‘신차군단’을 앞세워 판매량을 대폭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신차는 투싼·아반떼(완전변경), 싼타페·코나(부분변경), GV70·GV80(신차) 등이다.

기아차는 지난달 국내에서 4만8615대를 판매했다. 전년동기 대비 0.2% 감소했다.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셀토스(6136대)로 조사됐다. 지난 7월 출시 이후 꾸준한 인기에 힘입어 4개월 만에 기아차 월간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특히 네 달 연속 소형 SUV 시장 판매량 1위도 지켰다.

승용 모델은 K7이 6000대, 모닝이 4675대, K3가 4064대 등 총 2만114대 판매됐다. 특히 이달 출시 예정인 3세대 K5는 사전예약만 약 1만2000대를 기록하며 앞으로 기아차 판매실적 강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RV는 카니발 5722대, 쏘렌토 5600대, 스포티지 2564대 등 총 2만3842대가 팔렸다.

기아차 역시 내년 쏘렌토·카니발(완전변경), 모닝·스토닉(부분변경) 등 신차 출시 계획을 잡고 있다.

반면 르노삼성·쌍용·한국GM은 판매부진에 시달리며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들 3개사의 지난달 국내 판매량은 2만4639대로 점유율이 18.1%에 그쳤다. 기아차 한 회사의 절반 수준이다.

르노삼성은 지난달 전년동기 대비 3.9% 감소한 8076대의 월 판매 실적을 거뒀다. 최근 LPG 모델로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는 QM6가 5648대 판매되며 실적을 이끌었다. 세단의 경우 SM6는 975대, SM7 282대, SM5 59대, SM3 80대 등 1000대 미만의 판매량을 보였다.

르노삼성은 내년 출시 예정인 XM3를 분위기 반전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최근 르노삼성 노동조합이 임금협상 교섭 결렬에 따라 파업을 준비하고 있어 향후 실적은 물론 르노 본사 측과의 XM3 수출물량 확보에도 빨간불이 켜질 우려가 있다.

쌍용차는 지난달 내수시장에서 9240대를 판매하며 전월(8045대) 대비 14.9% 증가한 실적을 거뒀지만 1만대 판매의 벽을 넘진 못했다. 쌍용차가 1만대 이상 판매한 것은 지난 5월(1만106대)이 마지막이다.

차종별로는 티볼리와 렉스턴 스포츠가 각각 2337대, 1963대 판매됐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코란도(1963대)가 가솔린 모델 출시와 함께 지난 8월 이후 3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전년동월 대비로는 400% 이상 큰 폭으로 증가했다.

쌍용차는 주력모델을 앞세워 내수시장 공략 강화와 수출시장에서도 판매를 늘려가겠다는 전략이다.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곧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GM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 내수시장에서 7323대를 판매했다. 전년동기 대비 11.7%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12월 이후 약 11개월 만에 내수판매 700대 선을 회복했지만 여전히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꼴찌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다 한국GM은 극심한 ‘노조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은 노조와의 진통 끝에 연내 타결이 물 건너갔다. 현재는 노사 갈등이 어느정도 소강상태에 들어갔지만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재점화할 가능성이 크다. 새로 선출된 노조지부장이 ‘강성’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노사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 수 있다. 노사 갈등이 지속된다면 실적개선은 물론 앞으로 한국GM의 경영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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