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국민연금이 투자한 국내 상장사 10곳 중 4곳에서 주요주주(5% 이상)에 올라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주식 시장에서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그만큼 막강하다는 뜻이다. 재계에서는 정부의 법 개정으로 국민연금의 기업 지배가 더 쉬워질 것으로 우려했다.
5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주식 의결권을 보유한 716개 국내 상장사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있는 기업은 19개사, 2대주주는 150개사에 달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투자한 국내 상장사 10곳 약 4곳에서 국민연금이 5대주주 이상의 지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이미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막강한 상황에서 최근 정부의 자본시장법·상법 시행령 개정(5% 공시의무 완화, 사외이사 결격요건 강화, 공시요건 강화 등)까지 이뤄질 경우 공적연금을 통한 기업 지배가 더욱 수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은 19개 국내 상장사의 최대주주이고, 2대주주 150개사, 3대주주 59개사, 4대주주 24개사, 5대주주 14개사 등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은 최대주주가 되는 부담을 피해 2대주주로 있는 경우가 월등히 많았다. 이런 패턴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 비중이 시총의 7%로 가장 높았던 2017년에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국민연금처럼 공적연금이 19개 상장사의 최대주주로 있는 경우는 해외에서도 매우 드문 사례다. 공적연기금으로 국내주식에 투자하는 OECD 14개 회원국 중, 공적연기금이 최대주주인 경우는 뉴질랜드 1건, 덴마크 6건 정도다.

국내 증권사들에 대한 국민연금의 영향력도 크다. 국민연금은 올해 9월말 국내주식 투자액 122조3000억원 중 45.5%인 55조7000억원을 44개 증권사에 위탁·운용 중이다.

한경연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거래 증권사로 선정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투자 전략이나 주주권 행사 향방이 증권사나 기관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개별 상장사에 대한 국민연금의 지배력도 높다. 자본시장법에서 경영권 개입이 가능한 주식보유 비중을 5%로 본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투자대상 716개사의 38.1%인 273개사에 달한다. 이중 보유지분이 10%를 넘는 기업도 80개사다. 투자대상 10개사 중 3∼4곳은 국민연금이 보유지분으로 경영권 개입을 시도할 수 있는 구조다.

제도적으로도 국민연금이 국내 증시와 개별 상장사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유리한 환경이 조성돼 있다.

앞으로도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시장과 개별기업에 대한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최근 정부가 입법 예고한 자본시장법 및 상법 시행령 개정안은, 그동안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는데 방해가 돼왔던 장벽들을 제거하고 기업 지배구조에 국민연금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경연 혁신성장실 유환익 상무는 “국민연금의 기금조성 목적이 국민의 노후 보장에 있는 만큼, 기금의 수익률 제고가 최우선 목표가 돼야 한다”며 “기업에 대한 지나친 경영 간섭은 관치 논란만 불러오고 국민의 노후를 불안하게 하는 만큼 국민연금 설립 목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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