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세이를 통해 그 나라의 문화, 경제, 정치, 사회, 음식, 사람을 담아

▲ 기자에서 작가로 변신한 조희섭 작가

투데이코리아=김충식 기자 | 기자에서 작가로 변신한 이가 있다. 조희섭 작가. 그는 주로 터키와 인도, 베트남, 라오스와 관련한 여행 서적을 출간하고 있다.


기자에서 작가로 변신하는 경우를 우린 가끔 본다. 누구라고 지목하지 않아도 유명한 아나운서가 작가로 변신했고, 기자들 중에도 가끔 보인다. 그런데 이들은 왜 작가로 변신했을까. 그리고 특히 여행 전문 작가로 변신했을까.


여행 작가 조희섭은 이미 ‘터키 지독한 사랑에 빠지다’를 통해 여행 에세이가 단순히 에세이를 벗어나 여행 경험을 통해 그 나라 문화, 경제, 정치, 사회, 음식, 사람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조희섭 작가가 발간한 ‘굿모닝 인도차이나 : 여행, 힐링 그리고 아메리카노-베트남·라오스’를 통해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을까. 그를 만나 그의 여행관과 책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었다. <편집자 주>


김충식 편집국장(이하 김) : ‘터키, 지독한 사랑에 빠지다’ 이후 오랜만에 신간 ‘굿모닝 인도차이나 : 여행, 힐링 그리고 아메리카노-베트남‧라오스’를 선보였습니다.


조희섭 작가(이하 조) : 여행 그리고 도서는 경제적인 환경과 아주 밀접한 것 같습니다. 경제가 어려우면 기본적인 의식주 이외에 추가되는 비용을 줄이는 경향이 있거든요. 때문에 해외여행이 줄어들고, 책을 찾는 독자도 감소 추세였습니다. 이에 출판사들은 일정 정도 수익이 보장되는 유명 작가의 신간이나 번역서, 혹은 경제 서적 등 위주로 신간을 출시해 출판사와 계약이 힘들었습니다.


김 : 준비 기간이 오래 걸린 것으로 압니다.


조 : 7-8년은 된 것 같습니다. 한국-인도차이나의 가까운 거리 특성상 시간이 날 때마다 일 년에 서너 번 몇 달 씩 배낭 하나 짊어지고 여행을 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변하고 있는 인도차이나이기에 매번 갈 때마다 새로운 경험들을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물론 글 쓰는 작가로서는 선택을 해야 하는 어려움은 있습니다.


김 : 선택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란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인지요?


조 : 긴 준비 기간과 빠르게 변하는 인도차이나와 연관이 있습니다. 같은 곳을 가도 해마다 조금씩 환경이 바뀌고 시스템이 변화됐습니다. 여행 에세이란 특성상 독자들은 이왕이면 최신 정보를 원합니다. 그러다보니 정작 쓰고 싶은 이야기 주제가 새로운 정보 때문에 묻히게 되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선택이 필요했다는 의미입니다.


김 : 책 제목이 ‘굿모닝 인도차이나’입니다. 동남아시아로 익숙한 지명을 버리고 인도차이나라는 단어를 선택한 이유가?


조 : 좋은 질문이십니다. 제가 책을 쓰게 된 동기 중에 하나입니다. 쉽게 불리는 동남아는 어쩌면 우리에게는 없는 지명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서쪽에 지금의 동남아시아가 있지 않습니까? 동남아시아란 이름은 대항해 시대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아시아를 식민 국가로 지배할 때 생겨난 지명입니다. 순전히 제국주의적인 단어인 셈이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동남아시아라고 하지 않습니다. ‘인도차이나’라는 정확한 지명을 사용합니다. 인도차이나 반도라는 공식적인 이름이 있는데 굳이 우리가 제국주의적인 단어를 쓸 이유가 없습니다. 적어도 저의 책을 읽으시는 독자들은 자신이 여행하는 지역의 정확한 이름을 알고 여행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조희섭 작가는 ‘굿모닝 인도차이나 : 여행, 힐링 그리고 아메리카노-베트남·라오스’를 통해 여행기라기보다 인문학 책으로 평가 받고 싶다고 말한다.


김 : ‘굿모닝 인도차이나’를 쓰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었습니까?


조 : 거리가 가까워 많은 한국 사람들이 인도차이나를 여행합니다. 전문가라고 하는 이들도 다른 지역보다 훨씬 많습니다. 물론 관련된 책이 많습니다. 이 같은 기준으로 본다면 우리는 이미 동남아를 인도차이나라고 정확히 불렀어야 했습니다. 또한 대한민국에 노동자로 와 있는 인도차이나 사람들이 좀 더 사람다운 대접을 받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떻습니다. 전문가라는 사람이 쓴 가이드 책이나 여러 글을 보더라도 여전히 인도차이나는 여전히 동남아로 존재합니다. 매춘, 코끼리트레킹, 값싼 노동력 등 우리의 선입견 속에 인도차이나 사람들은 여전히 한국에서 심각한 인권 문제 속에서 생활을 합니다. 사고의 전환까지 필요하지 않습니다. 글 쓰는 이들이 책임감을 갖고 정확한 사실 정보만이라도 제공한다면 인도차이나 사람들은 대한민국에서 존중 받으면서 자신들의 꿈을 쫒을 겁니다.


김 : 다른 여행 에세이와 다른 점이 있다면?


조 : 많이 다릅니다. 요즘에 인기가 많은 포토에세이는 확실히 아닙니다. 저는 사진작가가 아니라 글을 쓰는 글쟁이입니다. 텍스트 위주의 정확한 여행 에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때문에 취재 기간도 상당히 걸린 이유입니다. 자신의 경험과 감성만을 적어 놓은 글 또한 아닙니다. 독자와 에세이 작가의 감성이 다르다면 독자는 쉽게 책을 덮습니다. 그래서 경험적인 이야기를 할 때는 보편적으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썼습니다. 그런 경험과 감정, 감성들이 인도차이나 문화, 사람, 사회 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터키 지독한 사랑에 빠지다’란 교보서적에 여행 에세이 코너와 인문학 코너에 꽂혀 있듯이, ‘굿모닝 인도차이나’ 역시 인도차이나를 이해하는 인문학 책으로도 평가받고 싶은 욕심입니다.


김 : 이번 책에 다루고 있는 두 나라, 베트남‧라오스에 대해 여행지로서의 장점을 말한다면?


조 : 장기 여행자가 아닌 일주일 내외로 휴가를 이용한 여행자를 중심으로 말씀 드립니다. 알다시피 베트남은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입니다. 베트남 여행은 바다를 중심으로 여행하면 나름 만족한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다낭이나 냐짱은 유명한 휴양지라 좋은 시설의 호텔부터 음식이 충분합니다. 요즘 새로 알려지기 시작하는 도시는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싶은 여행자들에게 좋을 것 같습니다.
라오스는 상대적으로 여행 인프라가 많이 부족한 나라입니다. 호텔이나 도로 사정 등도 여타 나라보다 부족합니다. 하지만 라오스는 라오스만이 가지는 아주 강한 느낌이 있습니다. 사람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라오인들이 주는 힐링 에너지는 여행이 끝나고 더욱 진한 여운을 남깁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는 여행자가 없는 나라가 라오스입니다.


김 : 최근 인도차이나에서 한국의 인기가 많습니다. 지내면서 실감하는지요?


조 : 확실히 한국이 핫한 것은 확실합니다. 10년 전만 해도 그냥 잘 사는 나라, 여행 와서 돈을 잘 쓰는 나라의 사람으로, 현지인들이 봤다면. 지금은 그 이상으로 한국 사람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에 대한 모든 것에 흥미를 가지는 것 같습니다. 여러 크고 작은 모임에 참석해서 한국인이라면 좀 더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시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김 : 현지 사람들과 많은 교류를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인도차이나 국가와 대한민국이 어떤 모습으로 공생할 것 같습니까?


조 : 여러 경제 연구소에서 발표하는 보고서를 볼 때 가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실생활은 그렇지 않은데 데이터나 대사관 등 공식적인 자료만 가지고 써내려간 듯한 보고서였습니다. 이번 정부 들어와서 인도차이나에 대한 경제 협력 관계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베트남은 말할 것도 없이, 최근에는 대통령이 라오스를 방문해 여러 협력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가셨습니다. 교민들도 상당히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라오스 시장은 인도차이나 여타 국가보다 경제속도가 더딥니다. 교민들도 상대적으로 적지요. 때문에 라오스는 꾸준히 대한민국과 지속적으로 좋은 관계로 이어질 것 같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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