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김충호 기자 | MBC노동조합은 페이스북을 통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에 대한 ‘하명수사’ 의혹에 대해 지상파 MBC는 정권의 눈치만 보며 청와대의 해명만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일 노조는 정권이 경찰을 동원해 선거 공작을 펼쳤다는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에 대해 언론들도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중이라고 전했다.

노조에 따르면 “SBS 8뉴스는 지난 4일 청와대에 제보를 해 하명수사를 촉발시킨 사람이 송병기 현 울산시 부시장이라고 단독 타이틀을 달아 보도했다”고 기록했다. 실제로 SBS는 ‘정치적 목적을 띤 제보가 청와대를 거쳐 경찰 수사로 이어졌다는 하명수사 논란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KBS는 기자가 낮에 송병기 부시장을 직접 만나 청와대 제보 사실을 확인했지만 뉴스 시간이 한 시간 늦어 아깝게 단독을 놓쳤다. 그 대신 청와대에서 울산경찰청에 내려 보낸 첩보를 통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의혹 6~7건이 망라돼 있었다는 사실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4일 청와대의 해명을 리포트 두 개에 충실히 담고 뒤에 여야 공방 리포트 하나를 붙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제대로 된 분석이나 비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나아가 청와대로부터 “자살한 백 모 수사관이 '고래고기 사건' 때문에 울산에 갔었다”는 보고서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어 임경아 기자는 “이 자료까지 공개하면서 적극 해명에 나선 건 숨진 수사관의 울산 출장과 관련한 오해를 푸는 것을 넘어 검찰의 행태를 문제 삼으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백 수사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건 검찰이 실체가 없는 누명을 씌우고 고인을 상대로 별건수사 강압수사를 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겁니다”라며 청와대 보고서를 근거로 백 수사관이 검찰 때문에 죽었을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한 것이다.

그러면서 노조는 “그러나 문제의 청와대 보고서 내용은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쉽게 알만한 것뿐인데 왜 현지 출장까지 다녀온 건지 도대체 울산에 가서 누구를 만나 무엇을 확인했다는 건 지 알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SBS도 “숨진 수사관이 작성자인지, 구체적으로 누구를 만났는지 등은 알 수 없는 방식으로 공개됐다는 점에서 의혹을 완전히 가라앉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보도했다.

또 “지난 1일 백 모 수사관이 자살하는 불행한 일이 일어나자 MBC 뉴스데스크는 사건 발생을 리포트 하나로 간략히 보도했다. 이는 톱부터 두 개의 리포트를 제작한 SBS에 비해 사안의 중대성을 깨닫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다음 날 MBC 뉴스데스크는 해당 사건을 톱부터 4개의 리포트로 길게 보도했는데 첫 기사가 ⌜尹 총장에 “가족 배려 부탁” 유서…강압수사 없었나⌟였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왕종명 앵커는 백 수사관이 유서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죄송하다. 가족들 배려를 부탁한다. 건강하시라”라고 썼다며 이 말을 두고 검찰의 ‘강압수사’에 대한 원망이 담겨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를 두고 “왕종명 앵커는 누구를 원망할 때 “죄송하다”고 말하는가? 그리고 검찰의 강압수사로 자살하는 사람이 검찰총장에게 가족을 부탁했다는 해석이 얼마나 개연성이 있어 보도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며 비판했다.

두 번째 리포트에서 왕종명 앵커와 손령 기자는 검찰이 서울 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해 고인의 휴대폰을 확보한 사실에 대해 ‘꿍꿍이가 있는 증거 절도라는 격앙된 반응’ ‘검찰이 증거를 절도한 것이란 격한 반발도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에 노조는 “검찰이 법원의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한 결과를 경찰이 ‘절도’라고 표현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반응이다”라며 “ MBC가 이를 반복해 인용하며 강조한 것이 과연 적절했는지 대단히 의문스럽다”고 전했다.

백 수사관 자살 원인에 대한 세 번째 리포트에서 MBC 박종욱 기자는 유서 내용이 ‘검찰의 강한 압박에 견디지 못한 수사관이 가족한테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달라는 당부라는 해석도 있다’고 보도했다며 “도대체 본인이 자살한 뒤 검찰이 가족에게 어떤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건지 일반인들은 도저히 생각이 미치지 않으니 박종욱 기자가 자세히 설명해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노조는 “지난 3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2016년부터 시작된 고래고기 사건을 둘러싼 검경 갈등을 요약 보도했다”며 “유희정 기자는 리포트 말미에서 “황운하 청장은 다음주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라는 제목의 출판기념회를 엽니다”라고 소개했다”라며 총선 출마를 준비해온 황운하 청장이 유희정 기자에게 고마워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가뜩이나 회사가 적자에 허덕이는데 가능하면 이런 광고는 광고비를 받고 해주시길 바란다”는 내용은 MBC의 실태를 낱낱이 드러내는 발언으로 씁쓸함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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