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규 HDC 회장이 11월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김성민 기자 |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이 아시아나항공(이하, 아시아나)을 인수하는 마지막 단계에서 피인수사를 담보로 돈을 빌려 사들이는 ‘손안대고 코풀기’식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항공업계는 HDC-미래에셋이 아시아나를 인수하는 방식이 ‘차입매수(LBO·Leveraged Buyout)’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이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업계는 차입매수를 통해 아시아나를 담보로 돈을 빌려 인수하는 방식으로 벼랑 끝에 몰려있는 아시아나의 재무 구조에 부담을 지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지난 11월 12일 HDC-미래에셋 컨소시엄과 금호산업(이하, 금호)은 아시아나 지분 31.05%(6866만여주)에 대한 인수협상을 사실상 타결했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금호가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6868만8063주(31.05%)에 대한 가격 책정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해 최종 협상 시한을 오는 27일로 연기했다.

금호 측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 4000억 원대의 가격을 고수하고 있지만 HDC는 3200억 원 이상은 줄 수 없다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다.

결국 금호는 받아들였고 HDC는 인수 금액 2조5000억 원 가량의 인수금액 가운데 금호에는 3200억 원만 지급하고 나머지 2조1800억 원은 아시아나의 자본 확충에 쓰게 된다.

하지만 HDC-미래에셋이 현금 흐름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아시아나의 재무구조 개선에 대해 특별한 계획을 내놓지 않고 언제든지 회수할 수 있는 자기자본 출자만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이어 HDC가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자금 규모는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2조 원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종합부동산그룹’을 표방하는 HDC와 수익 실현이 우선일 수 밖에 없는 금융자본 미래에셋 입장에서 자산 매각을 비롯한 전방위적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이는 8조7900억 원에 달하는 아시아나의 부채 감축은 아시아나 자산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것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HDC가 2조 원, 미래에셋은 5000억 원을 조달해야 하는데 HDC가 2조원 가운데 3000억 원은 아시아나항공 자산을 기초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EB는 발행 기업이 자기 회사가 아닌 다른 기업 주식과 채권을 나중에 바꿔주겠다는 조건으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다. HDC가 인수 과정에서 확보한 아시아나항공 주식과 자산을 이용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 금액은 금호가 보유한 구주(舊株) 매입가와 거의 같다. HDC가 실제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들이는 돈은 ‘제로(0)’에 가깝게 되는 것이다.
이에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EB 발행에 대한 조건을 알 수 없지만 HDC가 EB로 3000억 원을 조달한다면 차입매수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한 차입매수는 사모펀드(PEF)가 기업을 인수할 때 피인수기업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방법이다. 인수가 성사되면 피인수기업은 PEF의 자회사가 되기 때문에 피인수기업의 자산도 PEF가 재량껏 처분하거나 그것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이 같은 경우 아시아나의 재무여건이 악화되는 데 대해 PEF는 대규모 자산 매각을 포함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이를 해결한다.


HDC는 본지와 통화에서 "현재까지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일축하고 "도장도 찍지 않았는데 악의적으로 보도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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