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편은지 기자 | 이마트가 적자에 휘청이자 구조조정의 칼을 빼 들었다. 적자 폭이 커지고 있던 삐에로쑈핑을 철수한다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헬스앤뷰티(H&B)스토어인 부츠 또한 수익성이 적은 점포 순으로 규모를 축소 시킬 예정이다.



▲ 삐에로쑈핑.


◇ 삐에로쑈핑, 결국 ‘철수’ 결정... 부츠도 줄인다

지난 20일 이마트에 따르면 이마트는 2020년 삐에로쑈핑을 철수하고 헬스앤뷰티(H&B)스토어인 부츠도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중심으로 규모를 축소시킨다. 이마트는 “전문점 사업의 적자 규모가 연간 900억원 가량으로 지금이 수익성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며 “일부 전문점은 영업을 종료하고 점포별로도 효율이 낮은 곳은 점차적으로 폐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삐에로쇼핑은 정용진 부회장이 지난해 야심차게 내놓은 만물백화점이다. 일본의 잡화점인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했는데, 출시 초반만 해도 일본 여행 시 돈키호테에 꼭 들르던 많은 국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하반기에 삐에로쑈핑 점포를 2~3개 추가로 출점하려했던 계획과는 달리 지난 7월 의왕점과 논현점이 폐점한 데 이어 오는 31일 명동점도 폐점된다.

업계에서는 삐에로쑈핑이 살아남지 못한 이유를 두고 ‘가격 경쟁력’을 꼽는다. 다른 상점에서 산 것보다 가격이 저렴할 줄 알았으나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의 ‘돈키호테’가 가격이 저렴하다는 인식이 강해서 더욱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용진 부회장의 야심작’으로 불리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삐에로쑈핑은 용두사미가 됐다.

H&B스토어인 ‘부츠’도 결국 재도약에 실패했다. 부츠의 경우 사업 철수는 아니지만 지난 7월에 ‘올리브영’, ‘랄라블라’ 등에 밀리면서 이미 점포 18개를 정리한 바 있다. ‘화장품과 의약품을 함께 다룬다’는 게 부츠의 차별화 전략이었으나 업계에서는 부츠가 고가브랜드, 해외 브랜드 위주로 개편해 가격 경쟁력에서 떨어져 젊은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 이마트.

◇ 위기 벗어날 수 있을까... ‘선택과 집중’ 전략

이마트는 지난 2분기 사상 처음으로 299억원 영업 적자를 기록하면서 창사 26년 만에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에 내놓은 사업 재편안을 보면, 이마트는 앞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내세워 재도약 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마트는 우선 ‘이마트’ 점포 자체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마트는 기존 점포의 30% 이상을 새롭게 구성해 고객 지향적 상품과 가격을 제공하고, 고객이 오래 체류하고 싶은 매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그로서리 매장을 강화하는 등 140개 이마트 점포 30% 이상을 리뉴얼 한다.

이를 통해 이마트 점포에서는 먹을거리를 더 강화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고객 취향을 다양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식품 품목을 크게 늘릴 것"이라며 "푸드코트에는 맛집을 유치하고 실내장식도 카페처럼 고급스럽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일렉트로마트’ 사업의 경우 10여 개의 점포를 추가로 연다. 일렉트로마트는 정 회장이 쇼핑을 꺼리는 남성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주류 매장, 이발손, 드론체험존 등을 배치하면서 확장일로를 걸었던 사업이다. 일렉트로마트와 노브랜드 등의 잘 되는 것은 살리고 수익성 없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는 ‘선택과 집중’으로 사업을 재편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마트 관계자는 “삐에로쑈핑과 일렉트로마트 모두 사업자체는 확장세를 보이고 매출도 꾸준히 잘 나와줬다”라며 “전문점 부문의 수익성 점검 작업은 강희석 대표가 취임하기 전부터 내부적으로 논의되고 있던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 업계 “적자 폭 감소될 것”

이마트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대해 업계에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적자의 주 요인이던 소위 ‘돈 안되는 브랜드’를 정리하면서 적자 폭이 감소될 것이란 전망이다.

또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이마트 연결 기준 매출은 19조80억 원으로 전년보다 11.5% 늘어나는 반면,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는 2138억 원으로 전년 대비 53.8% 급감할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987억 원으로 전년 보다 39.7% 급증할 것으로 추정됐다. 매출 컨센서스는 전년 대비 6.8% 늘어난 20조2967억 원이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마트는 전문점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전문점 적자 규모가 축소되면서 내년도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존보다 전문점 출점 기준을 강화하고 노브랜드 등 성공적인 전문점 위주로 출점을 확대하면서 성장 동력으로서의 역할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