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실패로 집값 올려놓고 세수 챙기는 정부

▲ 투데이코리아 김성기 부회장.

시장경제에 역행하는 부동산 정책으로 헛발질을 거듭해온 정부가 강남을 비롯한 아파트값이 비싼 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고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중과하는 12·16 대책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18번째 대책이다. 그동안 재산세인상과 공시가격 조정, 은행대출 축소,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춘 역주행 정책으로 시장안정에 실패를 거듭했다.

다주택보유자들의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를 완화하고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통해 서울 지역 분양물량을 확대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다수 의견을 외면하고 기선을 제압해 시장을 눌러야 한다는 방향에 집착한 정부다. 그 결과 주요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직후 잠시 주춤하던 집값이 시간이 지나면 불쑥불쑥 튀어올라 시장의 내성과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많았다. 과거 실패한 전력이 있는 분양가상한제를 다시 도입해 초저금리에 풀린 뭉칫돈이 한꺼번에 분양시장에 몰리는 과열현상을 불렀고 이는 다시 기존 아파트 유통시장을 자극해 올 하반기 서울 아파트값이 수개월째 내리 상승하는 폭등을 불렀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마저 놀랄 정도의 이상 과열현상이 지속되자 시중에는 “정부가 세금 더 걷으려고 일부러 집값을 올린 게 아니냐”는 아파트 괴담이 나돌았다. 선심성 복지 확대와 인위적인 일자리 만들기에 엄청난 재정이 필요한데 이를 조달하기 위해 집값을 띄워놓고 재산세와 종부세, 양도세를 긁어내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설마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펴 세수확대를 도모하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을 노릴 만큼 어리석지는 않다고 본다. 그러나 정책실패로 집값을 자극해 재산세와 종부세, 건강보험료까지 국민부담이 대폭 올라가게 됐으니 이런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어졌다. 문 대통령은 얼마 전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고 있다.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승을 거듭하는 시장 동향에 정부는 할 말을 잃을 정도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현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40% 급등했다는 등 관련 보도가 쏟아졌다.

이런 와중에 나온 12·16 대책은 시장 반응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해 방향을 설정한 게 아니라 우선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강경 대책을 모아 힘으로 눌러놓고 추가 대책으로 보완하겠다는 조급함을 안고 있다. 15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대출을 당장 금지하고 내년부터 공시가격과 세율을 한꺼번에 올려 세금을 더 물리겠다는 방안이 골격을 이룬다. 또 분양가상한제를 서울 15개구와 경기도 3개시로 확대키로 했다.

정부가 시장개입을 더욱 확대해 돈줄을 바짝 조이고 가격결정의 영향력도 키우겠다는 방향이다. 대책이 나온 지 하루 만에 15억원이상 아파트 대출금지 등이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 청구가 들어왔다.

다만 10년 이상 장기 다주택 보유자가 내년 상반기까지 집을 팔면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완화해주도록 거래에 숨통을 터준 것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집을 매물로 내놓고 거래가 완성되기까지 몇 개월이 걸리는 거래 관행에 비춰 6개월이라는 기간은 짧아 보인다. 아울러 대상이 10년 이상으로 극히 제한된다는 점에서 효과가 의문이다.


시장에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은 오르고 공급이 넘치면 떨어지는 현상은 너무나 당연한 법칙이다. 현 정부는 그러나 ‘부동산 띄워 경기 살리기는 않겠다’는 고집스런 주장 아래 부동산 거래를 ‘악의 축’처럼 대해왔다. 국민은 쾌적한 주거환경의 내집을 원하지만 정부는 세금 올리고 대출을 조여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에 초점을 맞춰왔다. 분양가상한제로 공급부족이 더욱 심화될 조짐이 드러나자 값은 더 오르는 게 당연했다.

역대 정부의 성적표를 보아도 공급확대 측면에서 정책을 추진한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인 반면 세금 중과 등 수요억제에 치중한 노무현, 문재인 정부에서는 불안정한 오름세를 드러냈다. 부동산 거래를 부정적 측면에서만 볼 게 아니라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하게 만들어 국민의 주거환경을 안정시킨다는 방향으로 정책을 잡아야 한다. 부동산으로 경기를 띄워달라는 요구가 아니다. 정부가 시장에 역행하는 어설픈 정책으로 값을 올려놓고 세금 인상으로 옥죄는 무책임한 처사를 중단해야 한다. 투기와 무관하게 열심히 살아온 가구주들에게 집값이 올랐다며 대폭 오른 세금고지서를 내미는 것은 거센 조세저항을 유발할 소지가 크다.<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