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갖가지 이슈로 떠들썩한 한해였다. 4차 산업혁명의 혈관이자 차세대 이동통신인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고, 기존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폼팩터가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2019년 스마트폰 시장을 달군 3대 이슈를 되짚어봤다. <편집자주>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열린 코리안 5G 테크 콘서트 '세계 최초 5G 상용화, 대한민국이 시작합니다' 행사에 참석하여 기념사를 하고 있다.

◆ 007 작전 방불케 한 ‘세계 최초 5G 상용화’

지난 4월 3일 저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동통신 3사의 긴급 회의가 소집됐다. 당초 우리 정부는 5G 상용화 시점을 4월 5일로 못 박았는데,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이 4월 11일로 예정됐던 5G 상용화를 4월 4일로 앞당겼다는 첩보가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우리가 그간 공들여온 ‘세계 최초 5G 상용화’ 타이틀을 뺏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정부와 이통 3사는 4월 3일 밤 11시 삼성전자의 5G 스마트폰 ‘갤럭시S10 5G’ 기습 개통을 진행해 5G 상용화에 성공,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상용화 준비가 끝난 상황에서 더 이상 지체할 필요가 없다는 데 정부와 관련 업계가 모두 뜻을 함께한 결과다.

2019년은 우리나라에게 ‘5G 원년’으로 기록된 해다. 초고속과 초저지연, 초연결로 무장한 차세대 이동통신 분야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함으로써 ‘IT 강국’의 면모를 전세계에 보여줬다.

정부 역시 5G를 세계 최초 타이틀에 머물지 않고 ‘세계 최고’로 도약하기 위해 2026년 생산액 180조 원, 수출 730억 달러, 양질의 일자리 60만개 창출 등을 골자로 한 ‘5G+ 전략’을 발표했다.

세계 최초 5G 스마트폰 상용화 이후 소비자들의 기대, 제조사들의 연이은 단말기 출시, 이통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겹쳐지며 5G 가입자수는 가파르게 증가했다. 상용화 69일 만에 100만명을 넘어선 5G 가입자수는 올 연말까지 500만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급박한 상용화 일정 탓이었을까. 곳곳에서 부작용이 속출했다. 정부와 이통사, 제조사가 축배를 들고 있는 사이 소비자들의 불만은 꾸준히 터져 나온 것이다. 불만의 주요 내용은 통신 장애 등 품질에 대한 것이었는데, 정작 기대했던 5G의 초고속은 커녕일부 지역에서는 아예 ‘먹통’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에게는 ‘세계 최초’ 타이틀에만 목맸다는 비판을, 이통사들에게는 가입자 유치에만 급급했다는 소비자들의 비판이 쏟아진 가운데 5G 품질 개선은 최대 과제로 남게됐다. 정부는 5G 전국망 구축 완료 시점을 오는 2022년으로 보고 있다. 이통 3사 역시 올 연말까지 커버리지를 대폭 확대하는 데 이어 내년 전국 85개 시·동 단위로 5G 기지국을 지속해서 구축할 계획이다.

▲ 갤럭시폴드. (사진=삼성전자 제공)

◆ 갤럭시폴드의 등장, 새로운 폼팩터 가능성 확인했다

5G 상용화만큼 IT 업계를 달군 이슈는 바로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를 접었다 펼 수 있는 ‘폴더블폰’의 등장이다. 삼성전자가 자사 첫 폴더블폰 ‘갤럭시폴드’를 지난 9월 시장에 출시하며 새로운 폼팩터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갤럭시폴드가 세계 최초의 폴더블폰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로욜이 출시한 ‘플렉시파이’가 정식 출시한 첫 폴더블폰이다. 다만 이 제품은 두께가 두껍고 디스플레이가 접힌다기 보다는 구부러지는 형태를 보이는 등 완성도가 떨어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제대로 된’ 폴더블폰은 갤럭시폴드가 처음인 셈이다.

갤럭시폴드의 출시 과정은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26일 미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갤럭시폴드를 출시할 계획이었지만, 미국 현지 기자들과 유튜버 등에게 미리 지급된 단말기에서 디스플레이 결함이 발견돼 출시를 무기한 연기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갤럭시폴드 힌지(접히는 부분) 상하단에 보호캡을 적용하고 디스플레이 보호막을 임의로 떼지 못하게 보완하는 등 내구성을 높여 9월 재출시했다.

완성도를 높인 갤럭시폴드는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239만8000원이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완판 행진’을 이어가며 품귀 현상을 빚었다. 심지어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원래 출고가에 최대 60만 원의 웃돈을 더해 거래가 이뤄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달 초까지 미국과 일본, 중국, 영국 등 30여개국에 상륙한 갤럭시폴드는 50만대 이상이 판매되며 새로운 폼팩터의 가능성을 재차 확인했다.

삼성전자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중국의 화웨이도 지난 11월 첫 폴더블폰 ‘메이트X’를 출시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화웨이 역시 당초 지난 6월 메이트X 출시를 선언했으나 9월로 한 차례 연기됐고, 11월 15일 최종 출시됐다. 메이트X는 화면을 안으로 접는 갤럭시폴드와 달리 바깥으로 접는 ‘아웃폴딩’ 방식이 적용됐다.

메이트X가 출시되며 폴더블폰 시장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미국의 제재가 변수로 작용했다. 화웨이가 새로 출시하는 스마트폰에 구글 모바일 서비스(GMS)를 적용하지 못하며 해외 국가 출시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사실상 현재 메이트X는 ‘내수용’에 그친 상황이다.

LG전자의 경우 탈착형 디스플레이 ‘듀얼 스크린’으로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삼성전자나 화웨이의 제품과 달리 기존 스마트폰에 다른 디스플레이를 붙여 사용하는 방식이라 직접 경쟁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현재 출시된 폴더블폰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현실적인 폴더블폰’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 무선이어폰 자료사진. (사진=삼성전자 제공)

◆ 무선이어폰 시장 ‘폭풍성장’

올해 스마트폰과 함께 성장한 제품이 바로 ‘무선이어폰’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3분기에만 3300만대의 판매량을 보인 글로벌 무선이어폰 시장은 올 한해만 1억200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는 2억3000만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무선이어폰 시장은 미국의 애플이 절반 가까이를, 삼성전자와 샤오미 등 다른 업체가 나머지를 나눠 먹는 구도다. 올 3분기 기준 애플은 에어팟 2세대 판매 확대로 점유율 45%를 기록했다. 전분기(2분기) 2위 브랜드였던 삼성전자는 6%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3위로 내려 앉았다.

빠르게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는 무선이어폰 시장 주도권 쟁탈을 위한 제조사들의 경쟁도 뜨겁다.

에어팟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애플은 ‘에어팟 프로’를 출시하며 점유율 굳히기에 들어갔다. 에어팟 프로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들어간 제품으로 외부 소음을 차단함으로써 주변이 시끄러워도 선명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4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에도 수요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갤럭시버즈로 무선이어폰 시장에 뛰어든 삼성전자 역시 내년부터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2월 갤럭시 언팩 행사를 열고 갤럭시S11과 함께 ‘갤럭시버즈 플러스’(가칭)를 공개할 계획이다. 이 제품은 에어팟 프로와 마찬가지로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들어간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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