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편은지 기자 | 올 한해 유통업계는 그야말로 전에 없던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대형마트의 넘버원 자리를 지키고 있던 이마트는 올해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내 오프라인 대형마트가 위기에 처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런가하면 새벽배송 시장은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가구가 늘면서 꾸준한 강세를 보이고 있어 온라인과 오프라인 마켓의 경쟁구도가 한층 더 짙어졌다. 또 올해 유통 이슈에서 빼놓을 수 없는 ‘NO JAPAN’까지 올 한해 유통업계를 달군 3대 이슈를 짚어봤다. <편집자 주>
▲ 한 마트 주류코너에 '일본산 술, 담배 등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일본제품 불매운동, 일명 ‘NO JAPAN’은 국민과 가장 가까이에 닿아 있는 유통업계에서 빠르게 번져나갔다. 소비자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아사히 맥주를 마시지 않았고, 유니클로에서는 양말도 사지 않았다. 아주 작은 부분까지 일본에서 수입된 제품이라면 사지 않기 위해 일본산 제품을 안내하는 홈페이지까지 등장했다. 또 국내산 제품으로 대체하자는 분위기가 일면서 동시에 국내 기업들은 활짝 웃게 됐다.

이에 수입맥주 시장에서 10년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던 일본 맥주는 순식간에 매출이 곤두박질 쳤고, 수입량은 99.9%까지 감소했다. 사실상 일본 맥주는 국내에서 퇴출된 셈이다. 유니클로 또한 판매량이 70%까지 급감했다. 유니클로는 오카자키 다케시 유니클로 패스트리테일링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한국에서 일어나는 불매운동은 오래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불매운동의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뒤늦게 사과문을 게재하고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소비자들은 등을 돌린 뒤였다.

반대로 국내 기업들은 활짝 웃게 됐다. 대표적으로 유니클로의 대체재로 꼽힌 국내 기업 신성통상의 ‘탑텐’은 지난 10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61% 매출이 상승했다. 탑텐 뿐 아니라 ‘스파오’, ‘BYC’, ‘쌍방울’ 등도 유니클로의 대체 브랜드로 떠오르며 소비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 이마트가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을 내놓고 초저가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 대형마트 ‘눈물’... 초저가 아니면 답 없나

올해를 가장 우울하게 보낸 업계가 있다면 바로 대형마트다. 창사 이래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던 이마트는 올해 2분기(연결 기준) 299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롯데마트는 올 3분기 지난해보다 매출이 61% 급감했다. 그야말로 대형마트의 ‘위기’였다.

온라인 마켓이 성장하면서 소비자들은 집에서 휴대폰으로 장을 보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집 밖으로 나오지 않자 대형마트의 매출은 뚝 떨어졌고, 이에 초저가, 조직 쇄신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이마트는 지난 8월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을 선보이며 전에 없던 파격 특가 상품을 줄줄이 내놨다. 롯데마트도 ‘온리 프라이스’를 내놓고 저렴한 상품으로 고객잡기에 나섰다.

초저가 전략은 그나마 얼어붙었던 오프라인 유통업계에 어느 정도의 효과를 나타냈다. 소비자들은 할인 행사가 시작되면 밖으로 나와 대형마트를 찾기 시작했고, 이에 대형마트들은 단 10원이라도 더 저렴하게 판매하려 초저가 경쟁에 불이 붙었다. 사실상 온라인몰에 밀리고 있는 시점에서 대형마트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초저가’ 이외에 많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초저가로 승부수를 띄운 대형마트가 소비자의 발걸음을 완전히 돌리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미 온라인 쇼핑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을 완전히 잡을 수 있는 뚜렷한 방도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기를 맞은 대형마트가 내년에는 어떤 전략을 세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사진=마켓컬리)
◇ “자고 일어나면 물건 오는데”... 새벽배송·총알배송 강세

5천 원짜리 물건을 사더라도 배송비 없이 집 앞으로 상품을 배달해주는 온라인 쇼핑 시대가 도래했다. 전날 밤에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에 음식을 받을 수 있으니 편리할 수 밖에 없다. 온라인 쇼핑을 하는 소비자들이 집에서 장을 보는 가장 큰 이유다.

쿠팡, 마켓컬리가 포문을 연 ‘새벽배송’, ‘로켓배송’ 시장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소비자가 열광하자 SSG닷컴, 롯데쇼핑 등도 새벽배송 시장에 가담했다. 최근에는 여기에서 파생된 총알배송, 소량 배송 등도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배달의민족이 내놓은 B마트가 이에 해당한다.

새벽배송 시장은 날이 갈수록 덩치를 불리고 있다. 농촌진흥청 기준 2015년 100억 원에서 지난해 4000억 원으로 4년 사이 무려 40배나 성장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242%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지금의 성장세로 봤을 때 앞으로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새벽배송, 소포장 배송 등이 남긴 숙제도 있다. 작은 물품 하나를 사더라도 박스에 담겨 오기 때문에 포장재가 제대로 처리 되지 않아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저마다 보냉백, 친환경 포장재 등으로 노력 중이지만 새벽배송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꾸준히 가지고 가야 할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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