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김현호 기자 | 기해년 산업계는 갖가지 이슈로 떠들썩한 한해였다. 몇몇 분야의 대형 ‘빅딜’이 이뤄지며 시장 지각변동이 일어나기도 했고, 신산업과 구산업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며 이해관계자들이 첨예한 대립을 거듭하는 상황도 있었다. 올해 산업계를 달군 이슈 3가지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 타다.

◆ “타다 이제 못타나?” 정부·국회·검찰·택시업계 전방위 압박에 고전

올해 산업계를 강타한 이슈는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의 위기다. 지난해 10월 서비스 출시 당시만 해도 새로운 이동수단으로 주목 받은 타다는 올해 초 택시업계의 반발에 직면한 뒤 이제는 정부와 국회의 전방위 압박 속 존폐 기로에 선 상황이다. 올해 타다는 언론의 산업면, 사회면, 정치면을 넘나들며 대중들의 이목을 끌었다.

택시업계의 대(對) 타다 투쟁은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극렬히 반대하며 결국 좌초시킨 택시업계는 화살을 타다로 돌려 타다 운영사 VCNC 박재욱 대표와 VCNC의 모회사 쏘카 이재웅 대표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들이 타다를 운영하며 ‘유사택시 운송행위’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타다는 합법적 서비스라는 기존 주장을 고수하며 현재까지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타다가 밝힌 사업의 근거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하 여객법) 시행령 18조에 명시된 ‘11~15인승 승합차를 임차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운전자 알선을 허용한다’는 조항이다. 현행 여객법은 렌터카를 임차한 자에게 운전자를 알선할 수 없다.

택시업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지난 7월 택시 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며 중재에 나섰다. 타다 등 모빌리티 업체들이 서비스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기여금을 내고 국토교통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타다는 영업 차량 대수를 제한받기 때문에 이 개편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와 택시업계, 타다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검찰마저 타다를 조준했다. 지난 10월 검찰은 타다를 ‘유사택시’라고 판단, 이재웅 대표와 박재욱 대표를 여객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것이다.

검찰의 타다 기소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혁신이라고 면죄부를 줘서는 안된다는 의견과 타다를 법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법안 심의가 이뤄지기 전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가는 것은 성급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조계에서도 타다에 대한 의견이 나뉘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월 대표 발의한 여객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은 타다의 사업근거가 되는 예외조항 중 기사를 알선할 수 있는 범위를 ‘관광 목적’으로 제한하고 대여시간은 6시간 이상, 반납 장소는 공항이나 항만이라고 명확히 정한 게 특징이다.

이 개정안대로라면 주로 시내에서 승객을 실어나르는 타다 베이직 형태는 운행이 불가능해진다. 이 법이 ‘타다 금지법’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시행시기는 법안 공포 후 1년 뒤다. 처벌시기는 개정안 시행 후 6개월로 결정됐다. 타다나 차차 등 차량 호출 서비스 운영사들에게 1년 6개월의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여객법 개정안이 올해 국회를 통과할 지는 미지수다. 다만 타다는 현재 법원의 판단, 정부와의 갈등 등 서비스 운영 과정 곳곳에 암초가 버티고 있기 때문에 진통이 쉽게 가라앉기는 힘들 전망이다.

▲ CJ헬로.

◆ CJ헬로 품은 LG유플러스, 알뜰폰·유로방송 시장 ‘지각변동’

올해 유료방송 시장에는 지각변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 1위에 올라있는 CJ헬로를 인수하며 종합미디어플랫폼 사업자로 제2의 도약을 선언한 것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월 인수합병 발표 이후 약 9개월 만에 CJ헬로 인수 작업을 마무리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CJ헬로의 알뜰폰 부문까지 품으며 이동통신 시장 내 영향력을 강화할 발판을 마련했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 인수로 KT에 이어 유로방송시장 2위에 올랐고 알뜰폰 시장은 1위로 도약했다.

CJ헬로 인수절차가 완료됨에 따라 LG유플러스는 당초 계획대로 콘텐츠 제작·수급과 유무선 융복합 기술 개발에 5년간 2조6000억 원이라는 대형 투자도 집행한다.

이와 함께 CJ헬로와 네트워크 인프라를 공동 구축하고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CJ헬로는 자사 네트워크에 5년간 6200억 원을 투자해 케이블 서비스 품질도 대폭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과정에는 우려도 나왔다. 통신사가 복수의 알뜰폰 자회사를 가지게 된다면, 알뜰폰 시장마저 이동통신사들이 장악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통사의 알뜰폰 점유율이 50%를 넘지 못하도록 한 기존 규정을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 배달의민족 삼킨 요기요...기대 반 우려 반

배달앱 시장에서도 지각변동은 일어났다. 국내 배달앱 1위인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경쟁사인 요기요의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됐다.

이번 매각은 국내 인터넷 기업의 인수합병 중 가장 큰 규모로 기록됐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우아한형제들의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했다. 또 우아한형제들의 전체 기업가치를 40억달러(약 4조7500억 원)으로 평가했다.

나아가 양사는 싱가포르에 50대 50 지분으로 합작회사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한다. 이 회사 회장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맡으며 아시아 11개국 내 배달 서비스 사업을 관리할 예정이다.

국내 시장에서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통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독자 운영된다. 각사 간 경쟁 체재를 유지하면서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는 서비스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국내 배달앱 시장은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요기요, 배달통 운영사 딜리버리히어로가 양분해왔다. 사실상 이들 두 회사가 몸을 합치며 배달앱 시장은 독점체제로 재편됐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이번 협력이 장기적으로 소비자, 음식점주, 라이더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반대로 배달앱 이해당사자 중 하나인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금까지는 배달앱 회사들이 광고비나 수수료를 인상할 때 경쟁사의 눈치를 봤지만, 독점체제로 가게 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두 회사의 인수합병을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야 한다. 자영업자 단체인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공정위에 ‘합병 반대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회사 측의 입장과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자영업자들의 의견이 각각 나오는 상황에 공정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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