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편은지 기자 | 2020년이 가까워지자 와인의 수요가 높아지는 시즌이 왔다. 매년 연말은 한 해 중 와인의 수요가 가장 높아지는 시기지만 올해는 그 인기가 더욱 뜨겁다. 특히 올해는 와인이 대형마트에서 처음으로 맥주의 매출을 넘겼다.
▲ (사진=이마트 제공)

◇ “올해 처음으로 와인 매출이 맥주 제쳐”... ‘가성비’ 와인 뜬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와인을 찾는 고객이 늘면서 올해 와인 매출도 최초로 맥주를 넘어섰다. 대형마트 3사는 연말을 맞아 일제히 대규모 와인 할인 행사를 열고 고객 잡기에 나섰는데, 이마트가 올해 주류부문 매출을 분석한 결과 주류 매출 중 와인 비중은 23.3%로 국산 맥주(22.2%)와 수입 맥주(21.6%), 소주(18.2%)를 모두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도 지난해 주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연간 전체 주류 카테고리 내에서 차지하는 매출비중은 맥주(53%), 소주(17%), 와인(15%) 순이었지만, 12월에는 맥주(45%), 와인(24%), 소주(17%) 순으로 와인이 소주보다 40% 이상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와인 매출비중이 가장 적었던 8월(10%)과 비교하면 2.4배로 몸집을 불린 셈이다.

수치만큼이나 와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생각도 ‘보편적인 술’이 된 분위기다. 7년간 와인동호회에서 활동했을만큼 와인을 즐겨마시는 조모씨(30)는 “최근 1-2년 전부터 와인동호회에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며 “와인이라는 술이 비싸고, 잘 알아야만 먹는다는 분위기가 많이 없어지고 저렴한 와인이 늘면서 더 많은 사람들과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강남구에 사는 이모씨(27)도 “친구들과 함께 홈파티나 연말 파티 등을 할 때 분위기도 내고 맛도 있어 와인을 자주 찾는다”며 “꼭 바(BAR)나 술집에 가지 않아도 마트에서 가성비 좋은 와인이 많아 요즘엔 마트에서 자주 구매한다”고 했다.

실제 대형마트 3사는 이번 연말 들어 ‘가성비’를 앞세운 파격적인 와인 할인행사를 시작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이마트가 판매하는 주요 인기 와인 가운데 70종 가량이 현지가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마트는 3~4년 전부터 대량 발주 등 수입사와의 협업을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심지어는 현지보다 절반 이하로 싸게 파는 와인도 있다.

관세청의 통계에서도 와인 수입액은 2017년부터 전년 대비 평균 10% 넘게 증가하고 있다. 2017년 와인 수입액은 전년 대비 9.7% 늘어나며 처음으로 2억 달러를 넘어섰고, 2018년 수입액은 2억4400억 원으로 16.2% 증가했다.

명용진 이마트 주류 바이어는 "도스코파스의 경우 '수입맥주에 준하는 가격' 명제를 먼저 설정하고 이에 맞는 와인들을 블라인드 테이스팅해 고른 가성비 와인"이라며 "저렴하고 좋은 품질의 와인이 많아지면서 와인이 맥주와 같은 일상주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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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 와인 취향은 ‘고급화·다양화’

와인을 즐겨마시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와인 소비의 추세도 점점 고급화되고 다양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와인 소비자들에게 ‘입문용’으로 사랑받던 칠레산 와인 소비가 줄고 유럽산 와인의 소비가 늘고 있다.

지난 9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1~3월 와인 판매량 변화를 분석한 결과 국내에서 대중적으로 소비돼온 칠레 와인의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 가까이 감소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고급 와인으로 평가받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와인 등의 구대륙 와인과 미국 와인의 매출 비중은 2~4%가량 늘어났다.

칠레산 와인은 남미 와인 특성상 품질이 고른 데다 생산량이 많은 편이라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편이다. 탄닌이 많고 바디감이 무거운 와인이 많아 맛이 강한 술을 좋아하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입문용 와인으로 인기를 모아왔다.

하지만 생산지와 포도 품종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내는 와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장바구니에 담기는 와인도 다양해졌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와인 등 ‘구대륙 와인’을 비롯해, 신대륙 와인 중에서도 고급 와인으로 꼽히는 미국산 하우스 와인 역시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증가했다. 2000년대 들어서며 지속 성장해온 국내 와인시장이 점차 고급화, 성숙화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가격을 넘어 다양한 와인을 맛보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의 지난 1~2월 주류 매출에서 와인이 24.3% 점유율로 전체 주류 중 1위를 차지한 것도 일상에서 가볍게 와인을 즐기는 문화가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시장이 커지면서 취향도 다양해지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와인시장은 약 5000억원 규모다. 업계는 앞으로 와인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도) 트렌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문화 등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소비에 큰돈을 쓰길 주저하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데다 비싸게만 느껴졌던 와인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할인행사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윤종민 주류 바이어는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는 국내 와인시장의 변화에 맞춰 다양한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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