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편은지 기자 | 1인 가구의 등장과 함께 꾸준히 성장해온 편의점 업계가 궁지에 몰렸다. 편의점인 듯 편의점 아닌 이른바 ‘유사편의점’과 5000원만 구매해도 집으로 배달해주는 배달앱 시스템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 유사편의점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GS리테일의 랄라블라.

◇ 편의점 업계 “H&B스토어서 삼각김밥, 맥주 팔면 안돼”

29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근접 출점 규제로 신규 점포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최근 업종을 넘어 위협하는 유사편의점이 늘고 있다. 유사편의점은 겉으로 보기에는 H&B(헬스 앤 뷰티)스토어처럼 보이지만 매장에 들어가보면 삼각김밥, 맥주, 전자레인지 등이 구비돼있어 편의점과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다. 구매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좌석까지 마련돼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번 논란은 서울 강서구 소재에 있는 H&B스토어인 랄라블라 우장산역점이 삼각김밥을 포함한 편의점 식음료 제품을 팔기 시작하면서 불거졌다. 랄라블라 바로 옆에 위치한 편의점 CU 우장산역점은 매출 감소를 호소하고 있다.

또 강남의 한 롯데슈퍼도 매장 안에서 취식과 조리가 가능한 공간을 만들어 논란이 됐다. 롯데슈퍼는 '롯데슈퍼999 델리카페점'과 '델리카페 대치2점'을 직영점으로 운영 중인데, 해당 롯데슈퍼의 건너편에는 CU편의점과 GS25편의점 가맹점이 위치해 있다.

편의점과 유사한 형태를 띠면서 편의점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매장이 생겨나자 편의점 점주들은 유사점포 때문에 매출이 줄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12월부터 개정된 근접출점 제한조치 때문에 편의점은 50~100m이내에 다른 편의점이 있으면 신규 출점이 어렵기 때문이다. 편의점은 더 내고 싶어도 주변에 편의점이 있으면 매장을 못 내지만, 랄라블라와 같은 유사점포들은 법의 사각지대를 교묘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시장 포화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자는 의견도 제기된다. 또 지금까지 세탁, 택배, 금융 등의 서비스를 해온 편의점이 유사한 점포 등장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슈퍼 관계자도 “H&B를 찾는 10~30대 여성을 슈퍼로 유입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슈퍼 위드 롭스의 10~30대 여성 방문자는 통합 전보다 34% 늘었고, 매출도 6~8% 증가했다.

또 공정위도 가맹사업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가맹사업법은 하나의 가맹본부가 가맹점주 영업지역 내에서 동일한 업종 가맹점·직영점을 설치하는 것만 금지하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당 사례에 가맹사업법 12조4항인 '부당한 영업지역 침해금지'를 적용하기는 어렵다"며 "편의점과 H&B를 동일한 업종으로 판단하기도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 배달의민족이 내놓은 초소량 배달 서비스 'B마트'

◇ 배달앱서도 1인가구 노린다

1인 가구를 겨냥하며 서비스를 내세우는 곳은 유사편의점뿐이 아니다. 최근에는 배달앱에서도 소량의 상품을 빠른 시간안에 집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생겨나 편의점 업계의 머리는 더욱 아파질 예정이다.

배달의민족 서비스를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11월 처음 선보인 공산품 배달 서비스 '배민마켓'을 지난 12월 19일부터 B마트로 명칭을 바꿔 선보였다. B마트는 오프라인 기반으로 간편식과 생필품 등 2500여 개의 제품을 서울 전역에서 1시간 이내 배송하는 서비스다. 주문가능금액은 5000원부터다.

B마트는 서울 시내 15개 도심형 물류창고에서 소비자가 주문한 상품을 픽업해 배민라이더를 통해 배달하는 방식이다. 지난 5월부터 요기요가 선보인 ‘마트 장보기 서비스’가 편의점, 대형마트 등과 제휴를 맺고 배달하는 방식과는 이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이에 편의점 업계는 또 한차례 위협을 느끼고 있다. B마트에서 판매하는 물건이 소포장 형태의 간편식, 생필품, 신선식품 등으로 구성돼있어 편의점과 겹치는 상품이 많기 때문이다. 최소 주문금액도 기존 편의점이 운영하던 배달서비스보다 낮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배송비를 무릅쓰고서라도 나가기가 귀찮아 배달을 시키는 현대인들의 소비 습관을 저격한 것이다. 한 네티즌은 “집 앞에 있는 편의점도 나가기가 귀찮을 때 5000원만 채워도 집으로 배송해준다는데 누가 편의점을 가나”라며 배달의민족의 B마트 서비스를 반겼다.

배달의민족 홍보팀 관계자는 "B마트는 주말마다 마트에 가는 것이 부담스러울 1인가구나 맞벌이 가구 등을 위해 만들어졌다"며 "주된 경쟁업계는 대형마트지만 이제 유통업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트에 있는 상품을 모두 갖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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