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편은지 기자 |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아 신기술로 촉망받고 있는 여러 기술들이 우리 생활 곳곳으로 스며들고 있습니다. 이 신기술이 각 산업계에 스며들면서 산업계는 일대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실제 4차산업혁명이라 불리우는 인공지능, 가상현실, 증강현실, ICT, 5G, 드론, 빅데이터,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의 발전으로 산업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 생활까지 변화가 기대되고 있습니다. 투데이코리아에서는 4차산업의 발전으로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반대로 이에 대한 부작용은 없는지 자동차, IT/스마트폰, 금융, 유통, 농업, 부동산으로 나누어 조사해 봤습니다. <편집자 주>


▲ 바리스타 로봇 '비트'가 커피를 만들고 있다.(사진=편은지 기자)

◇ 현실로 다가온 로봇 바리스타, 로봇 셰프... ‘푸드테크’ 본격화

키오스크(KIOSK)로 주문해 로봇이 만든 쌀국수로 점심을 먹고, 후식으로 로봇이 내린 커피를 마시는 세상.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지만, 놀랍게도 이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빠르게 변하는 4차산업 혁명 시대에 맞춰 업계 전반에 AI, 로봇 등의 기술이 도입된 이른바 ‘푸드테크(Food+Technology)’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먼 미래에서나 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바리스타 로봇, 요리 로봇, 서빙 로봇 등이 상용화되기 시작하면서, 앞으로 유통업계에서 무인, 자동화 시스템이 정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날의 커피전문 브랜드 달콤커피는 지난 2018년 국내 최초로 무인으로 운영되는 로봇 카페 비트(b;eat)를 출시했다. 출시 2년이 된 현재, 비트는 월 음료 주문량이 지난해 8월 기준 10만 잔을 돌파하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로봇카페 비트는 완전 무인 시스템, 그야말로 로봇 뿐이다. 앱 또는 현장에서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을 하면 로봇이 바로 커피를 제조하는 방식으로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아이스 음료의 경우 쿨링시스템이 탑재돼있어 주문자가 음료를 가져가기까지 시간이 걸릴 때도 음료가 녹지 않는다. 아직까지 로봇카페가 실생활에 익숙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비트는 앞으로 무인 로봇카페가 시장에 충분히 정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최근에는 음식을 제조하는 로봇 셰프도 등장했다. CJ푸드빌은 지난해 11월 LG전자와 공동으로 개발한 ‘LG 클로이 셰프봇’을 패밀리레스토랑 빕스 등촌점에 도입했다. 고객이 국수 코너에서 원하는 재료를 그릇에 담아 ‘클로이’에게 건네면 재료를 가지고 국수를 만들어 고객에게 제공한다. 국수 한 그릇을 제조하는 데는 1분이면 충분하다.

LG전자에 따르면 ‘클로이’에는 소프트웨어로 구현한 모션제어 기술이 적용돼 실제 요리사처럼 움직일 수 있다. 또 다양한 형태의 그릇과 조리 기구를 떨어뜨리지 않고 안전하게 사용하는 스마트 툴 체인저 기술도 갖췄다.

클로이가 국수를 만드는 셰프를 담당하게 되면서 함께 일하는 직원들도 일하기가 한층 수월해졌다. CJ푸드빌 관계자는 "뜨거운 물과 식기를 다루는 데다 고객 대면 서비스까지 병행해야 해 화상 등 사고가 날 확률과 피로도가 높은 구역이었다"라고 밝혔다.
▲ 롯데쇼핑이 5일 선보인 AI스피커 '샬롯홈'. (사진=롯데쇼핑 제공)

◇ 2020년, AI 앞세운 ‘보이스커머스’ 경쟁 온다

“샬롯, 돼지김치찜 레시피 좀 보여줘. 재료도 주문해줄래?”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AI스피커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국내 유통업계가 말로 하는 쇼핑, 이른바 ‘보이스커머스’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굳이 손으로 검색해 결제를 하지 않아도, 이제 말 한마디면 제품이 주문되고 음식 레시피까지 척척 보여주는 시대가 온다.

일단 롯데쇼핑이 선두주자로 나섰다. 롯데쇼핑은 지난 5일 AI 스피커 ‘샬롯홈’을 선보이고 테스트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롯데쇼핑은 온라인으로 사람이 직접 주문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는 이커머스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샬롯홈’은 기존 스피커만 장착된 AI스피커에 디스플레이까지 접목돼 음식 레시피, 주문 창 등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고객이 기존에 구매했던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가 가능해 다음번 주문 시 “늘 쓰던 휴지 주문해줘”라고 말해도 주문이 된다.


국내 AI스피커 시장은 이제 시작 단계지만 세계 AI 스마트 스피커 시장은 이미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Canalys)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세계에 보급된 AI 스피커는 2억790만대로 전년 대비 82.4% 증가했다. 이중 아마존이 1040만대를 출하해 점유율 36.6%로 1위를 차지했고 알리바바가 390만대(13.6%), 바이두가 370만대(13.1%), 구글이 350만대(12.3%) 순이다.

특히 터치스크린이 탑재된 스마트 디스플레이 스피커는 그 속도가 더 가파르다. 지난 3분기 스마트 디스플레이 스피커 출하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500% 증가한 630만대로 조사됐다. 이는 스마트 스피커 시장 전체의 22%를 차지하는 규모다.


롯데가 보이스커머스의 스타트를 끊으면서 업계에서는 신세계·현대백화점 등도 후발주자로 나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구글의 AI스피커인 ‘구글홈’과 연계해 백화점 영업정보와 쇼핑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AI를 통한 쇼핑 추천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네이버 AI 스피커인 ‘클로바’, SK텔레콤 AI스피커 ‘누구’와 제휴를 맺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현재는 백화점 내 브랜드 위치나 전화번호, 휴점일과 같은 간단한 정보만 제공 중이다. 추후 구매데이터가 더 추가되면 미래 구매패턴을 예측해 쇼핑정보를 제공하고, 주문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데이터 통합을 통해 이커머스 차원에서 경쟁력을 배가 시킬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보이스 플랫폼의 가장 큰 경쟁력은 지속 확장 가능한 콘텐츠에 있다”고 밝혔다.
▲ (사진=뉴시스)

◇ 일자리 감소·부적응 문제 여전.. 해결 방안 찾아야

소비자가 편리해지는 만큼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아있다. 로봇의 등장부터 대두됐던 일자리 문제와 기계화돼가는 일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방안은 여전히 묘수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먼저 알파고가 등장했던 지난 2016년부터 끊임없이 대두됐던 것이 일자리 문제다. 무인, 자동화 시스템으로 로봇이 일하는 카페·음식점 등이 많아질수록 사람의 일자리와 근무시간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점주 입장에서는 인건비가 들지 않으니 반가울 일이지만,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갖고 있던 커피업계 종사자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가 없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고용 형태가 바뀌면 정규직 임금소득자 중심으로 설계한 현행 사회보험 가입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제도적으로는 1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장은 사회보험 의무가입 대상이나, 임금 근로자와 임시·일용 근로자는 가입 대상에서 사실상 배제돼 있기 때문이다.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할 경우 현행 사회보험 가입 체계로 봤을 때 임금근로자 중 국민연금 가입자는 2025년에 44만 명, 건강보험 가입자는 47만 5000명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정준화 입법조사관은 “기술혁신과 일자리 변동으로 인한 사회보험 미가입자를 장기간 방치하면 결국 국가가 이들을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현행 사회보장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빠르게 기계화되고 있는 일상을 따라오지 못해 소외되는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최근 키오스크로 주문을 받는 가게가 늘어남과 동시에 불만이 속출하고 있는 것만 해도 그렇다.

특히 고령자, 장애인들을 고려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편리하라고 만들었으나 정작 편리함을 느끼는 건 밀레니얼 세대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매장 내 기계 설명을 돕는 직원을 상시 배치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혁신적인 기술이 도입된 기계가 등장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다만 로봇과 공존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도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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