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 (사진=법무법인 지평 제공)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삼성그룹이 내부 준법경영 강화를 위해 신설한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감시위)’가 본격 출범했다. 준법감시위는 삼성의 개입을 철저히 배제하고 독립적인 기구로 운영될 계획이다.
위원장을 맡은 김지형 전 대법관은 위원장 수락 배경에 대해 “삼성이 먼저 ‘벽문(壁門)’을 었었다는 사실 자체가 변화를 향한 신호다”라고 밝혔다.

김지형 준법감시위원장은 9일 자신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유) 지평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위원회 구성과 운영 기본원칙, 향후 일정 등을 발표했다.

준법감시위는 위원장인 김지형 전 대법관을 비롯해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 △권태선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공동대표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봉욱 변호사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인용 삼성전자 사회공헌업무총괄 등 6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이날 김 위원장은 위원장 내정까지의 경위를 설명하며 “(삼성 측으로부터) 처음 제안을 받고는 완곡하게 거절했다”며 “하지만 거듭되는 요청 끝에 결국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제안을 피하려 한 것은 △진정한 의지에 대한 의심 △실패에 대한 두려움 △자신의 역량 부족 등 세 가지의 이유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그래도 결국 수락한 이유에 대해 첫 번째로 “먼저 ‘삼성이 먼저 변화의 문을 열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무엇이 계기가 됐던, 삼성이 먼저 벽문을 열었다는 사실 자체가 변화를 향한 신호다”라고 밝혔다.

이어 “삼성은 그동안 여러 변화를 요구받아 왔다. 정확히는 삼성 최고경영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요구였다”며 “그러나 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변화는 벽을 허무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불신을 넘어서야 한다. 이것은 일차적으로 삼성이 풀어내야 할 과제이고, 동시에 위원회의 몫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위원장 수락에 앞서 ‘위원회의 구성부터 시작해서 운영에 이르기까지 자율성과 독립성을 전적으로 보장해 달라’는 조건을 제시했다”며 “삼성은 제시한 조건을 수용했다. 여러 번 다짐과 확약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위원장을 맡은 두 번째 이유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실패하더라도 뭔가를 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변화는 타이밍이 중요하지만 삼성이 변화를 택한 타이밍이 썩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그것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이뤄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차선이지만 이제라도 변화를 향해 열린 벽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매우 힘든 일이고, 실패할 수도 있다. 저를 비롯해 위원회에 참여한 여러분들에게 커다한 오점으로 남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실패는 있어도 불가능은 없다는 것이 제 철학이다. 설령 이번에 실패하더라도 결국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 이유로는 “저 혼자가 아니라 우리 시대, 우리 사회가 함께 해주실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저는 개인적으로 매우 부족한 사람이고 식견과 역량, 의지를 갖춘 분들의 도움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그래서 위원회 구성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이어 “위원회가 걸어갈 길은 위원회 혼자 걷는 것이 아님을 저는 잘 알고 있다”며 “우리 사회와 함께 걸어갈 길이다. 삼성의 변화는 기업 전반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준법경영은 삼성을 넘어 중요한 사회적 의제”라며 “위원회는 삼성과 우리 사회에 가로막힌 벽을 부수고 서로 소통하고 화해하는 채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 권태선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공동대표,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이인용 삼성전자 사회공헌업무총괄,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봉욱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지평 제공)

삼성 준법감시위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삼성 계열사와 협약을 체결하고 이사회 결의를 거친 후 위원회 활동을 하기로 했다고 김 위원장은 설명했다. 우선 삼성의 주요 계열사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화재가 계열사 간 협약을 맺고 참여해서 위원회의 준법감시를 받는 것을 예정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위원회는 이들 회사의 이사회 산하 등 내부에 속한 기구가 아니다”라며 “위원회는 회사 외부에 독립해 설치되는 기구로서 관계사들에 대한 준법감시 업무를 위탁받아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은 준법감시위의 기본원칙에 대해 “삼성의 개입을 완전히 배제하고 철저히 독립적으로 운영함으로써 독립성과 자율성을 생명으로 삼겠다”며 “삼성의 준법·윤리경영에 대한 파수꾼 역할을 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의 최고위경영진에게 진정한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많은 의심이 있다”며 “물론 삼성은 여러 경로로 삼성 최고경영진의 진의를 표명하고 있다. 저는 삼성 최고경영진의 진의를 믿고 싶지만, 완전한 확증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로 다른 입장과 입장을 조율하는 것이 대체로 그러하듯 난관도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완전함은 신의 영역이다. 인간의 영역에서 완전함은 비록 도달할 수 없더라도 추구해 나갈 만한 목표다. 완전하지는 않겠지만, 완전을 추구해 나갈 것을 여러분 앞에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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