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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최한결 기자 | 올해 경제 상황이 지난해 대비 반등에 성공할 것이란 신년사 기념 덕담들이 나왔지만 경제지표는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계 경제의 흐름을 많이 타는 수출의존형 경제 생태계를 가지고 있는 한국은 아직도 대내외성 불안감이 해소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경제 기관들이나 경제인들은 올해 경기가 급등하기는 어렵다고 표현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신년사를 통해 "올해 세계 경제가 점차 회복되고 반도체 경기의 반등이 기대되고 있으나 무역갈등, 지정학적 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며 "구조적으로는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고. 생산가능인구가 지난해보다 23만 명 감소하는 어려움 속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우리는 미중 무역갈등과 세계경기 하강 속에서도 수출 세계 7위를 지켰고 3년 연속 무역 1조 달러, 11년 연속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며 "전기차, 수소차, 바이오헬스 수출이 크게 늘어 새로운 수출동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반도체 역시 가격 급락을 거쳤어도 수출물량이 증가하는 저력을 보여 올해는 전체 수출액을 다시 늘리고 2030년 수출 세계 4강 도약을 위한 수출구조 혁신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계은행(WB)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2.5%로 0.2% 하향 조정했다. 이는 6개월만에 0.2%p 하락한 것이다. 정부는 올해 글로벌 경기가 회복된다는 가정하에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작년보다 0.4%p 높게 잡았다. 하지만 올해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좋지 않을 것이라 본 국제기관과는 시각의 차이가 크다.

세계은행이 내놓은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동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중국의 내수 감소와 맞물려 상당한 외부 역풍을 맞았다"며 "미중 무역 분쟁과 연관된 정책 불확실성에 더해 한국과 일본의 무역 긴장도 이 지역 제조업 활동과 무역에 부담을 줬다"고 분석했다.

WB는 미국, 유로 지역, 일본을 선진국으로 분류하면서, 제조업 둔화로 이 지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6월 전망치와 비교해 0.1%포인트 낮아진 1.4%로 제시했다.

미국의 올해 전망치는 기존보다 0.1%포인트 높아진 1.8%로 제시됐다. 관세 인상과 높아진 불확실성이 반영됐다. 2019년 성장률은 2.3%였다. 2021년과 2022년에는 1.7%로 더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성장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감세와 규제완화 등 경제정책을 내세우면서 약속했던 연간 3%대 이상의 성장률 공약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것이다.

WB는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은 올해 4.1%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0.5%포인트 낮아진 수치이며, 큰 폭의 반등은 아니라고 WB는 강조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아직까지 우리 경제는 낮은 성장세에 머물러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다만 '경기가 부진하다'는 표현은 삭제됐지만 경기 회복의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표현했다.

KDI는 9일 내놓은 ‘경제동향 1월호’에서 “일부 지표가 경기 부진이 완화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우리 경제는 낮은 성장세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매달 경제동향을 펴내는 KDI는 2018년 1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경기 상황에 대해 ‘둔화’ 라고 평가했다가, 지난해 4월 이후부터는 ‘부진’ 표현을 쓰고 있다.

특히 KDI는 경제가 회복되지 않는 이유에 투자 저조와 제조업 부진을 꼽았다. KDI는 “작년 11월 설비투자는 항공기 투자 등 일시적 요인과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보합에 그쳤고, 건설투자도 건축 부문을 중심으로 위축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제조업은 생산 감소폭이 축소됐으나, 재고율이 높은 가운데 가동률도 낮은 수준에 머물며 부진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제조업 재고율은 116.3%로 높은 수준을 이어갔고,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1.8%에 그쳤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리는 지난 2일 신년사에서 올해는 지난해보다는 경제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급격한 반등은 어렵다고 시사했다.

이 총재는 “미중 무역분쟁은 완화 신호가 나타났고, 반도체는 중반기 정도에는 가격 상승을 예상할 수 잇기 때문에 금년은 성장률이라든지, 물가 등 여러 지표가 지난해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소규모 경제라면 대외 여건에 따라 급반등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라며 "경제 규모가 크다 보니 급반등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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