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편은지 기자 |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 이른바 ‘NO 재팬’이 6개월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해 해를 넘긴 ‘NO 재팬’을 두고 ‘많이 시들었다’, ‘다시 일본 제품을 소비하는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그 실상은 어떠한지 직접 조사해봤다. <편집자 주>
▲ 유니클로 명동 중앙점 입구. (사진=편은지 기자)

◇ ‘NO 재팬’ 대표 브랜드 유니클로, 지금은?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은 SPA브랜드 ‘유니클로’. 유니클로는 지난해 7월 일본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 오자키 타케시 재무책임자(CFO)가 “한국인들의 불매운동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하면서 불매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불매운동이 시작된지 6개월이 된 지금 유니클로의 상황은 어떨까. 본지는 유니클로에 대한 불매운동 열기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 10일 금요일 점심시간인 2시, 저녁시간인 7시에 명동 중앙점을 방문했다.


유니클로에 들어서자 큰 매장 규모에 비해 고객은 현저히 적었다. 금요일이라는 점을 감안해 낮 시간과 저녁시간으로 나누어 방문했으나 큰 차이는 없었다.

▲ 한산한 모습의 유니클로 명동 중앙점. (사진=편은지기자)

특히 불매운동 100일을 기점으로 본지가 지난해 10월 16일 방문했던 당시보다 한국인 고객은 더 적었다. 이날 기자가 확인한 매장 내 외국인과 한국인의 비율은 8:2정도로, 외국인 고객이 한국인 고객보다 월등히 많았다. 지난해 10월 방문했을 때 외국인과 한국인 고객의 비율은 6:4정도였다.

유니클로 근처에서 고객을 기다려봤다. 유니클로에서 구매한 한국인 고객은 1-2명 정도로 찾기 쉽지 않았다. 이들에게 ‘유니클로 불매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대답을 회피했다. 불매운동이 시작된지 6개월이 지났지만 일본제품을 사고 타인의 눈치를 보는 ‘샤이재팬’ 현상은 여전했다.

유니클로를 방문하지 않고 지나가는 행인들에게도 질문해 봤다. 한 시민은 “처음에는 불매운동 때문에 유니클로를 방문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습관처럼 안 가게 됐다”며 “신제품이 나왔다고 해 한번 방문해봤지만 불매운동 전에 나오던 제품과 다를 게 없었고, 이전에 왜 그렇게 열심히 구매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유니클로는 한국의 불매운동으로 인해 지난해 수익에 직격탄을 맞았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이 연간 수익 전망을 1000억 원 넘게 낮춘 것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는 10일 캐주얼 의류품점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이 전날 2020 회계연도(2019년 9월~2020년 8월)의 연결 재주제표 기준 순이익을 전년보다 1% 늘어난 1650억 엔(약 1조 7513억 원)으로 전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당초 전망했던 1750억 엔(약 1조 8574억 원)보다 100억 엔(약 1061억 원) 하향조정한 수치로, 국내 불매운동 영향으로 고가의 겨울 옷 판매가 부진한 영향 때문인 것으로 업계에선 분석하고 있다.

매출 역시 2% 증가한 2조3400억 엔으로 당초 예상치였던 2조4000억 엔보다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이날 함께 발표한 지난해 9~11월 결산에서 순이익이 전년 동기 3% 줄어든 709억 엔이었다고 밝혔다. 이 기간 유니클로의 해외사업 매출 수익은 4% 하락했고 영업이익은 28% 줄었다.

닛케이는 “(유니클로 매출의) 발목을 잡은 것은 한국 사업”이라며 “한국의 점포수는 전체 해외 점포수의 1% 이상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점포 폐쇄나 인력 삭감에 대해서는 “점포 폐쇄나 인원 삭감의 예정은 없다”고 하면서도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근본적인 대책은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 인천공항 개항 18년만에 이용객이 7000만명을 돌파한 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관광객들이 출국 수속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해외여행 늘었지만 ‘일본은 안가요’

설 연휴가 2주 앞으로 다가오며 해외여행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 여행 불매 현황은 어떨까. 조사결과 여전히 한국인들이 일본 여행을 자제하고 있어 여행·항공 업계에 타격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공항을 이용한 국제 여객은 7116만9722명으로 집계됐다. 국제 여객과 항공기 운항횟수는 전년보다 4.3% 증가해 인천공항은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음에도 일본의 경우 항공 노선과 여객 수는 일제히 감소하고 있었다. 일본 노선의 경우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지난해 8월부터 전년보다 감소세를 보이다 불매운동이 지속되면서 8월 19.5% 감소에서 10~12월에는 35%까지 감소폭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은 많아지지만 여행지로 일본은 선택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을 찾는 여객은 11.7% 감소했다.

가깝고 노선이 많아 자주 찾던 일본을 가지 않게 되면서 사람들은 동남아로 눈을 돌렸다. 모두투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국인 해외여행 행선지별 비중은 동남아 63.4%, 중국 14.5%, 남태평양 8.2%, 유럽 6.1%, 일본 5.5%, 미주 2.3% 순이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일본 노선 여객은 감소했으나 동남아 지역 여객이 많이 증가했다"며 "올해는 항공 수요 증가에 따라 여객 부문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오사카행 한 한공사 카운터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또 지난해 12월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일본 패키지 상품 수송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4.2%, 86.1%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7월부터 일본 여행 수요가 크게 줄면서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연간 일본 패키지 상품 송객 수도 각각 절반 가량 줄었다.

일주일 가까이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이번 설 연휴에도 역시 일본 여행의 수요는 지난해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모두투어에 따르면 전체 여행객의 65%가 동남아를 택했으며, 일본은 지난 설 연휴 대비 80.5%나 예약량이 급감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지난 7월 한일관계 악화로 여행 불매가 확산되면서 여행 수요가 매달 역성장해 업체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최근 일본 여행 불매 수요가 동남아, 유럽 등으로 분산되며 회복할 기미는 보이고 있지만, 그 동안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이전 상태로 돌아가기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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