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G 자료사진.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지난해 4월 3일 세계 최초 상용화 이후 줄곧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이던 5G(5세대 이동통신) 가입자 수가 당초 정부와 업계의 설정 목표였던 ‘연내 500만명 돌파’에는 도달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상용화 초기 제조사들의 연이은 5G 단말기 신제품 출시와 이동통신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 새로운 통신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감 등에 힘입어 그야말로 ‘폭풍성장’한 5G 시장은 지난해 연말로 접어들면서 그 성장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그간 제기된 통신품질 논란과 마케팅 비용 부담에 따른 이통사들의 지원금 축소, 신규 단말기 부재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누적 5G 가입자는 435만5176명으로 집계됐다. 전월(10월) 누적 가입자 398만2832명 대비 9.3% 증가한 수치다. 5G 가입자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은 상용화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상용화 첫 달인 4월 27만1686명으로 시작한 5G 누적 가입자는 5월 78만4215명으로 늘며 188%라는 폭발적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6월 133만6865명(70.4% 증가) △7월 191만1705명(42.9% 증가) △8월 279만4536명(46.1% 증가) △9월 346만6784명(24.0% 증가) △10월 398만3832명(14.8% 증가) 등 줄곧 두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왔다.

상용화 초기부터 5G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삼성전자나 LG전자가 등 제조사들이 5G 단말기를 연이어 출시하고, 이통사들이 가입자 유치를 위한 보조금 경쟁으로 고가 단말기에 대한 소비자 부담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LG전자가 출시한 첫 5G폰 V50 씽큐(Thin Q)의 경우 80만원이 넘는 보조금이 지원돼 ‘꽁짜폰’으로 시장에 풀리기도 했다.

임수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초기 5G 스마트폰의 높은 가격은 제조사와 이통사의 강력한 보조금과 마케팅으로 충분히 상쇄됐다”고 말했다.

지난 한 해 누적 5G 가입자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마지막 12월 말 기준 통계만 남은 상황이다. 이 통계는 이달 말 나올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와 이통사가 설정한 ‘연내 5G 가입자 500만명 돌파’ 목표는 아쉽게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500만명 돌파를 위해서는 12월 한 달 간 약 65만명 이상의 가입자 증가를 기록해야 한다. 11월 증가세인 37만2344명의 두 배보다 조금 못 미치는 가입자를 끌어 모았어야 하는 셈이다.

정식 통계는 아니지만 과기정통부가 지난 2일 배포한 ‘5G 세계 최초 상용화에 이어 세계 최고로’ 보도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14일 기준 누적 5G 가입자는 약 449만명이라고 나와있다. 지난해 11월 말에서 12월 14일까지 5G 가입자 수 증가가 약 14만명에 그쳤다는 뜻이다.

가입자 증가율이 점점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 지난해 12월에도 뚜렷한 반등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지난해 총 누적 5G 가입자는 465~470만명 사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12월 말 기준까지 통계가 나와야 지난해 전체 5G 가입자 수를 파악할 수 있다”며 “12월에도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G 가입자 증가율이 떨어진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시장이 ‘안정기’로 접어들었단 평가가 나온다. 다만 통신 속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 작년 하반기 신규 5G 단말기 출시 부재, 마케팅 비용 증가에 따른 이통사들의 보조금 축소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5G 통신 속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여전히 정부와 이통사들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5G 전국망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5G가 제대로 터지지 않는다’는 소비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또 상용화 초기 대비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혀줬던 5G 단말기 신제품 출시도 잦아들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첫 5G폰인 갤럭시S10 5G 이후 갤럭시노트10 5G, 갤럭시폴드 등 플래그십 모델 뿐 아니라 갤럭시A 90 5G와 같은 보급형 라인업을 구성해 판매량을 올렸지만, 지난해 9월 이후 신제품은 출시되지 않았다. LG전자 역시 지난해 10월 LG V50S 씽큐 이후 새로운 5G 단말기를 출시하지 않았다.

또 지난해 말부터 제조사와 이통사가 5G 단말기에 대한 보조금을 소극적으로 책정한 것도 가입자 증가율 하락에 주요인으로 꼽힌다. 치열한 가입자 유치전과 보조금 경쟁을 벌인 이통 3사는 불법보조금 논란으로 인한 방송통신위원회의 경고와 마케팅 비용 증가에 따른 부진한 실적 등 악재가 겹치자 현재 ‘휴전’한 상태다.

이통 3사는 50~70만원까지 지원하던 5G 단말기에 대한 보조금을 20~30만원 수준으로 하향조정했다. 이 결과 고가의 요금제를 감안하더라도 저렴하게 단말기를 구입할 수 있다는 5G에 대한 소비자들의 발걸음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작년 누적 5G 가입자가 500만명을 넘긴 힘들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통 3사가 상용화 당시 처음 설정한 목표인 연내 누적 가입자 300만명 보다는 약 1.5배 증가한 성적표를 거두게 된다.

올해 5G 가입자는 12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부터 신제품 발표를 통해 5G 단말기 신제품 출시를 다시 이어갈 계획이고, 전열 정비를 마친 이통사들이 새로운 단말기 출시에 발맞춰 다시 가입자 유치 경쟁을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도 발 벗고 나서는 5G 기지국 확대 작업도 가속화된다면 통신 품질도 더욱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연말 통신시장은 비교적 차분하게 종료됐고 특별한 마케팅 이슈도 없었다”며 “통신사들이 연초 새롭게 예산을 편성하면서 재차 5G 마케팅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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