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재산권 침해, 시장경제에 죽창 들이대는 격

▲ 투데이코리아 김성기 부회장.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신년회견에서 부동산 가격 ‘원상회복’을 공언한 다음 날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부동산 매매허가제'까지 언급했다. 강 수석은 한 방송에 나와 “특정지역에 대해 매매허가제를 둬야 한다는 주장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유재산권을 위협하는 위헌적 발상이라는 반발이 커지자 청와대와 여당은 개인적 의견일 뿐이라며 선 긋기에 나섰으나 발언 배경이 심상치 않다.

청와대에서 경제 분야가 아니라 주로 국회, 여야 정당들과의 소통을 담당하는 정무수석이 나서 허가제를 거론한 것부터 4월 총선을 앞둔 편가르기가 아닌가 의구심을 부른다. 초법적 국가주의를 앞세운 주장에 섬뜩한 오기가 느껴진다. 주택은 대부분 중산층 가계의 재산 목록 1호로 꼽힐 정도로 중요한 사유재산이며 주택거래는 거주이전의 자유와 직결되는 사안이므로 대부분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허가제' 채택을 꺼리는 실정이다.

하지만 현 정부는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원리를 비웃듯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독선에 기울어 서슴없이 편향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문 대통령이 공언한 부동산 가격 원상회복을 위해 ‘끊임 없는 대책’을 내놓다 보면 시장이 얼마나 충격을 받아 왜곡되고 국민의 세부담은 얼마나 고될지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정부 대책이 주로 강남 등 특정지역을 겨냥한 공세로 보이지만 강남 의 고가 아파트값이 원상회복 수준으로 폭락하면 강북 등 다른 지역은 더 큰 충격을 받게 마련이다. 게다가 주택 담보가치의 하락은 금융부실까지 불러 시장 전체에 엄청난 파장을 몰아오게 된다. 과거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뼈저리게 경험한 일들이다.

그런데도 강 수석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매매허가제까지 들고 나왔다. 봉급생활자들을 비롯한 대부분 중산층은 허리띠를 조여가며 어렵게 장기간 저축해 몫돈을 마련하고 여기에 대출을 더해 내집마련에 착수하게 된다. 그리고 아이들 성장에 따라 집 크기를 차츰 늘렸다가 자녀 결혼과 은퇴를 맞으면 집을 처분해 줄여나가는 식으로 자금을 융통하는 가계가 많다. 어찌 보면 타고난 금수저가 아닌 다음에야 내집마련을 비롯한 주택거래에 평생의 경제활동을 집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택매매허가제는 대다수 국민의 재산형성 과정에 정부가 간여하고 거주이전까지 간섭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측면에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정책이다. 시중에는 얼마 전부터 묘한 사설 정보지(속칭 찌라시)가 돌았다. 정부가 강남 등 15억 원 이상 고가주택에 거래허가제를 도입하고 대출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추가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정부는 이를 즉각 부인했지만 강 수석의 발언이 여기에 다시 불을 붙였다.

정무수석이 매매허가제를 들고나온 배경에는 부동산 포퓰리즘이 있다는 분석이 따른다. 고가 아파트를 규제해 중산층과 재산가들을 묶어두면 박수칠 유권자들이 더 많다는 표계산이 깔려 있다. 그리고 시장과 싸워서라도 부동산을 꺾고 말겠다는 오기가 ‘끊임 없는 대책’ 발언에서 느껴진다.

그러나 정부가 아무리 자신감에 차 있다 할지라도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초법적 조치를 국민이 용인할 것이라는 발상은 무모하기 짝이 없다. 더구나 시장에 역행하는 연이은 대책들은 부작용을 불러와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줄 우려가 크다. 죽창 들이대고 윽박지르는 식의 정책이 시장에 먹힐 것이라는 구상은 큰 오산이다. 충동적인 정책을 마구 들이대 여론을 둔감하게 만들려는 속셈도 깔려 있겠으나 국민이 언제까지 그 횡포를 인내할지 두고 볼 일이다. 그 독선을 용납하다 보면 우리나라가 어디로 가게 될지 가늠하기조차 두렵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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