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김현호 기자 |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모델로 기용한 후 완판행진을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는 경남제약의 레모나와 관련해 가격 책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경남제약이 그룹 멤버들의 사진이 붙어있는 ‘스페셜 패키지’를 같은 용량의 다른 제품 대비 3만원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며 팬심을 이용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2일 경남제약 등에 따르면 이 회사는 자사 홈페이지 쇼핑몰에서 ‘레모나 산 스페셜 패키지’를 9만9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은 2g짜리 30포가 들어있는 상자 8세트로 구성돼 있다. 레모나 240포를 9만9000원에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이 스페셜 패키지는 방탄소년단 멤버 7명의 단체 사진이 적용된 견고한 은색 박스로 포장돼 있다. 구성품은 단체사진이 붙은 한 통과 멤버들 개인사진이 붙은 7통이다. 케이스 안 레모나 스틱포 멤버 구성은 랜덤이라고 경남제약 측은 안내했다.

레모나 스페셜 패키지는 출시 후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방탄소년단 공식 팬카페나 트위터 등에서는 구입을 인증한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 레모나 방탄소년단 스페셜 패키지. (사진=경남제약 홈페이지 캡쳐)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9만9000원의 가격이 과연 합당한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품의 용량, 효능에서 전혀 차이가 없지만 방탄소년단의 사진이 붙어있고, 포장지를 바꿨다는 이유로 말도 안 되는 가격이 설정됐다는 것이다. 나아가 경남제약이 방탄소년단 광고모델료를 소비자에게 전가시키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실제 스페셜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는 경남제약 쇼핑몰에서는 레모나 산 2g짜리 120포가 3만5000원에 판매 중이다. 스페셜 패키지와 같은 용량(240포)으로 비교해도 7만원이면 구입이 가능한 셈이다. 스페셜 패키지 대비 2만9000원이 저렴하다.

한 누리꾼은 “8만원이어도 비싸다”며 “경남제약은 레모나를 팔려는 것인가, 방탄 굿즈를 팔려는 것인가. 제약회사인줄 알았더니 아이돌 굿즈 판매회사였던 건가?”라고 했다.

이어 “상장폐지를 막을 만큼 아미(방탄소년단 팬카페)들 화력 좋은 거 확인하니 황금에 눈 돌아간 건 알겠는데, 기본은 지켜야지”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트위터에 “경남제약 경영난 어쩌고 하더니, 돈독이 올랐나”라며 “팬들을 무슨 일단 돈 쓰고 보는 바보로 아나. 난 안 산다. 이참에 레모나 불매할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꼬집었다.

▲ 레모나 스페셜 패키지 가격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글. (사진=트위터 캡쳐)

스페셜 패키지 가격 외에도 경남제약의 이른바 ‘복불복’ 마케팅도 도마에 올랐다. 120포 제품의 경우 모델 사진이 인쇄된 케이스는 종이박스로 한 번 더 싸여져 있다. 박스를 뜯기 전에는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어떤 멤버의 케이스인지 알 수 없다.

특정 멤버가 인쇄된 제품을 가지기 위해 제품 여러 개를 구입하는 ‘뽑기’를 하는 팬들도 적지 않아 보인다. 또 중고 거래 사이트나 팬카페 등에는 ‘레모나 OO 멤버 제품 판매해요’ 등 거래도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최근 유튜브에는 수십건의 ‘레모나 언박싱’ 관련 영상도 올라오고 있다. 언박싱이란 구매한 상품의 상자를 개봉하는 과정을 뜻한다. 밀봉된 레모나를 대량으로 구입한 팬들이 종이박스를 뜯는 과정을 공유하며 어떤 멤버가 인쇄된 제품이 나오는지, 구성은 어떻게 됐는지 등을 리뷰한 콘텐츠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 마케팅은 부작용을 낳았다. 구입 후 박스를 열어봤는데, 원하지 않은 멤버가 나온 소비자들은 약국 등 판매처로 찾아가 제품 교환·환불을 요구하고 등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일부 약국에서는 방탄소년단 레모나는 단순변심에 의한 교환과 환불이 불가하다는 안내문을 붙이기도 했다.

한편 상장폐지 위기까지 갔던 경남제약은 ‘방탄소년단 효과’에 힘입어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경남제약의 매출은 대부분 레모나와 관련된 제품에서 나온다. 이 회사는 지난 2016년 2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으나, 2017년 150억원, 2018년 165억원에 머무르는 등 실적이 줄어들고 있다.

경남제약의 실적 악화는 레모나의 부진과 함께 회사 상황과도 연관이 있었다. 지난해 3월 경영진의 횡령·배임 등으로 코스닥시장에서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고, 금융위원회로부터 분식회계 지적까지 받았다. 이후 경남제약은 지난해 12월 4일 기업심사위원회가 상장유지를 최종 결정하며 상장폐지 위기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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