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구 SK본사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코리아=최한결 기자 | SK그룹이 지난해 반도체 시장의 부진과 일본의 수출규제, 미중 무역분쟁 등의 대내외 불확실성에서도 성과를 올리면서 올해는 행복한 변화를 꿈꾸고 있다.

반도체 분야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매출액이 조8388억 원에 영업이익 4726억 원, 순이익 4955억 원을 기록해 3분기 대비 93% 급락했고 매출액도 40%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 13일 코스피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10만500원을 기록하면서 SK그룹이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한 2012년 3월 이후 최고가다.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치고 반등했다는 기대감도 형성돼기 시작했다.

경제계는 올해 반등은 어렵지만 지난해가 바닥을 쳐 비교적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 지난해 10월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에서 SK하이닉스의 반도체가 전시돼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특히 일본의 반도체 소재 품목의 수출규제가 생각보다 타격이 크지 않았고 국산화를 정부 주도 아래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에 협업을 통해 자립도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부터 일본 정부가 한국 기업을 상대로 반도체 소재의 필요한 포토레지스트와 폴리이미드, 고순도 불화수소 등 3개 품목 수출 규제와 8월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취하면서SK하이닉스 및 삼성전자는 반도체 소재의 국산화를 노렸다.

당시에는 한국 경제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몰려왔고, 특히 대기업보다 대응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은 집단 부도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는 일본의 수출규제 직후 반도체 관련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긴급설문조사를 벌여 '반도체 중소기업 10곳 가운데 6곳이 일본 수출규제 6개월을 버티기 어렵다'는 '센'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반년이 지난 현재 일본 전문가인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상근자문위원은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국에 심리적 타격을 주었지만 실제적인 타격은 없었다"고 규정했다.

이 위원은 "일본이 규제하자 우리 기업들이 재고를 이용하거나 해외에서 조달하면서 생산차질 등의 실질적인 피해는 없었다"며 "그러나 반도체 산업계 전체가 긴장하고 중소기업들도 일본산 기계류 수입이 당장 중단되면 생산이 안될 것이라는 그런 초조함은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전화위복으로 작용해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가 추진되고 이게 성공하면 우리 경제가 튼튼해진다"며 "이런 식으로 (국산화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해 경제성장률(GDP)를 심리적 지지선대인 2%를 방어하면서 올해는 그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2%대 성장을 통해 시장의 우려를 차단했고 경기 반등 발판 마련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세가 개선되는 모습이고 민간에서 2분기 연속 전기 대비 성장을 이어간 것도 매우 긍정적 신호"이라고 평가했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9년 10월28일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대중음식점에서 저녁식사를 겸한 번개 행복토크를 열고 구성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SK그룹 제공)

성장뿐만 아니라 기업경영부분에 있어서 SK는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신년사 없는 신년사를 선보이면서 ‘그룹 신입사원 교육-회장과의 대화’를 가졌다. 이른바 '행복 경영'이다.

경영진의 '지루한 훈화 시간'이 되지 않기 위해 무대와 객석 간 거리를 좁히고 무대를 객석 중앙에 배치하는 등 변화를 줬고 경영진이 무대에 올라 패널토론을 했던 지난해와 달리 2~10년차 선배 직원들이 신입사원 후배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직장생활의 노하우와 조언을 건네는 시간을 마련했다.

최태원 회장과의 대화도 즉석 질의 응답식으로 진행했다. 최 회장은 “젊은 패기를 바탕으로 공동체의 행복추구를 위한 신선한 자극을 불어 넣어달라”며 “행복추구를 위해서 여러분이 가진 시간과 돈, 노력을 어디에 어떻게 쓰고 있는지 데이터를 뽑아보고, 측정하고, 디자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이런 행보는 "구성원들과 직접 소통하며 서로의 행복이 더 커질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행복토크를 연내 100회 열겠다"며 공헌한 만큼 소통의 통로를 늘려나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올해는 최 회장의 단독적인 행복토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각 계열사 사장단이 소통을 강화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SK 측은 "이처럼 파격적인 방식의 신년회를 도입한 것은 SK가 지향하는 행복과 딥 체인지(사업 구조의 근본적 혁신)를 고객, 사회와 함께 만들고 이루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복토크는 최 회장이 '행복경영'을 강조하며 처음 시작한 SK의 행복 주제 강연·대화 행사다. 최 회장은 지난해 SK신년회에서 구성원과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새 경영 화두로 제시하고 구성원들과 100회에 걸쳐 행복토크를 열겠다고 공언했는데, 작년 12월18일 100회 행복토크를 개최하며 약속을 지켜냈다.

최 회장의 '수평적 리더십'은 SK그룹의 임원 직급 체계에서도 볼 수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국내 대기업 최초로 부사장, 전무, 상무 등으로 구분되는 임원 직급을 폐지하고 직책 중심으로 제도를 바꿨다. 이러한 행보와 더불어 기업의 수평적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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