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편은지 기자 | 조현준 회장이 이끄는 효성은 지난해 그 어떤 기업보다 뜨거운 일 년을 보냈다. 지난해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하면서 국내 산업 전반적으로 피해가 예상된 가운데, 효성의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탄소섬유 등이 다시 한 번 주목받았다. 지난해 8월에는 문재인대통령이 효성 첨단소재 탄소섬유 공장에 방문해 “탄소섬유 등 소재 산업의 핵심 전략품목에 과감한 지원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효성이 올해 어떤 전략을 펴나갈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8일 신년사를 통해 “고객이 우리 곁에 있기 때문에 우리가 존재할 수 있음을 잊지 말라”며 “고객의 목소리를 나침반으로 삼아야 생존의 길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효성 안양기술원에서 직원들이 탄소섬유 제품의 연구 결과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사진=효성 제공)

◇ ‘꿈의 신소재’ 탄소섬유, ‘글로벌 TOP3’ 노린다

조 회장의 올해 목표는 기존 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제품인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탄소섬유를 톱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조 회장은 오는 2028년까지 총 1조원을 투자해 탄소섬유 생산량을 12배로 늘릴 계획이다. 이 투자로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탄소섬유 시장에서 ‘글로벌 톱3’에 진입하고 23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탄소섬유는 자동차용 내외장재, 건축용 보강재에서부터 스포츠 레저 분야, 우주항공 등 첨단 미래산업에 이르기까지 철이 사용되는 모든 제품이나 산업에 적용될 수 있어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무게는 철의 4분의 1 수준이지만 10배의 강도와 7배의 탄성을 발휘한다. 최근에는 수소차의 연료탱크로 적용하는 등 사용범위가 빠르게 늘고 있다.

다만 기술이전이 쉽지 않고, 독자적인 개발도 어려워 세계적으로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흔하지 않다. 조 회장의 부친인 조석래 명예회장은 탄소섬유의 가치에 주목하고 2000년대 초부터 개발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소섬유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현재 일본의 도레이가 전 세계 40%를 차지하고 있어 독보적이다. 이에 비하면 효성은 현재 약 2%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꾸준한 개발과 투자로 현대자동차 등의 주요 고객을 확보하는 데에는 성공한 상태다. 현재는 도레이처럼 우주항공용으로는 쓰이지 못하고 있으나, 효성은 앞으로 자동차 및 풍력발전은 물론 우주 항공 소재 적용에 성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본의 경제보복 리스트에 탄소섬유가 포함되면서 대통령도 효성에 과감한 지원을 약속했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시작된 지 한 달여 만이던 지난해 8월, 전라북도 전주에 있는 효성 첨단소재 전주 탄소섬유 공장에서 열린 효성의 신규 투자 협약식에서 문 대통령은 "핵심소재의 국산화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일석삼조'의 투자효과가 기대된다"며 "탄소섬유 등 100대 핵심 전략품목을 선정해 7년 간 7조~8조원 이상의 대규모 예산을 투자하고, 자립화가 시급한 핵심 R&D(연구개발)에 대해서는 예타 면제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효성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자 효성의 주가도 상승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탄소섬유는 철을 대체할 수 있는 화학 신소재로 2025년까지 연평균 15% 수요 성장이 예상된다"며 "탄소섬유는 장기적으로 효성첨단소재 타이어코드 사업을 이을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효성은 오는 2028년까지 총 1조원을 투자해 현재 연산 2000톤 규모(1개 라인)인 탄소섬유 생산규모를 연산 2만4000톤(10개 라인)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규모다. 이미 2000톤 규모의 1개 라인을 추가 증설 중이고 오는 2월부터 본격 가동한다. 예정대로 오는 2028년까지 10개 라인을 증설하면 회사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현재 11위(2%)에서 3위(10%)까지 올라서게 된다.

▲ 폴리케톤 내마모성 시험을 하고있는 효성 연구원들. (사진=효성 제공)

◇ 美‧日도 못한 ‘폴리케톤’ 상용화한 최초 기업

지난해 탄소섬유로 효성이 주목받기 이전, 효성은 미국과 일본에서도 상용화하지 못했던 ‘폴리케톤’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한 최초의 기업이기도 하다.

폴리케톤은 자동차, 전기전자, 산업용도 등 활용분야가 넓고 전후방 산업 육성의 효과가 매우 큰 플라스틱 수지원료다. 친환경 소재인 폴리케톤은 자동차·전기전자분야에서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다. 이에 미국, 일본이 1980년대부터 앞다퉈 개발을 추진했으나 기술력 부족으로 상업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를 최초로 성공시킨 기업이 효성이었다. 효성은 폴리케톤 연구개발에 2000년대 초반부터 10년간 약 50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일본, 미국이 1980년대부터 개발을 시작했으나 끝내 상용화 시키지 못했던 것에 비교하면 매우 돋보이는 성과다.

효성의 폴리케톤은 지난해 수도계량기에 적용되며 신(新)시장 개척에 발을 내딛었다. 폴리케톤은 기존의 황동소재보다 열전도율이 약 200분의 1로 낮아 기존 황동으로 제작한 수도계량기보다 동파에 강하다. 실제 영하 20도의 동일 조건으로 황동과 폴리케톤 수도계량기를 비교 실험한 결과 황동 제품은 53분 뒤 동파됐지만, 폴리케톤 제품은 130분을 버텼다.

효성은 우선 지난해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에 폴리케톤 수도계량기 2만3000개를 도입했다. 올해 상반기 중에는 서울시에 추가 납품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2년까지 연간 수요(약 250만개)의 30%를 폴리케톤 수도계량기로 대체할 계획이다.

효성은 “반세기 동안 섬유 및 소재 산업에 대한 투자로 축적된 기술력과 원천기술에 대한 집념이었다”라며 "효성 독자 기술로 탄소섬유를 국산화한 것과 더불어 폴리케톤 같은 신소재 개발에도 주력해 소재 강국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앞장서겠다"라고 설명했다.

▲ 인도 스판덱스 공장 전경 (사진=효성 제공)

◇ “고객 니즈 충족시켜라”... 올해도 VOC경영 잇는다

조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VOC(고객의 목소리)를 나침반으로 삼아야 생존의 길을 찾을 수 있다"며 "숲속의 고객을 보는 기업 그리고 그 숲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기업을 만들어 가자"고 강조했다.

효성은 꾸준히 강조해온 VOC 경영을 올해 한층 더 강화할 방침이다. 효성은 스판덱스‧타이어코드 등 세계 1위 제품을 중심으로 매출의 80% 이상을 수출에서 확보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VOC를 기반으로 해외시장을 확대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효성은 인도·베트남‧미국 등 현지 생산체계를 통해 시장별 수요와 특성에 맞춤 대응해 점유율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각 지역 고객들에게 현지 니즈와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고품질 차별화 제품을 공급하며 조 회장의 VOC 경영에 더욱 발맞춰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효성티앤씨는 지난해 9월 연간 1만8000t의 스판덱스를 생산할 수 있는 인도 스판덱스 공장의 가동을 시작했다. 인도 스판덱스 시장은 무슬림웨어를 비롯해 데님, 란제리, 스포츠웨어 등에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효성은 고부가가치 차별화 제품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해 시장 점유율을 현재 60%에서 70% 선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효성첨단소재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을 공략한다. 효성첨단소재는 베트남 중부 꽝남성에 신규 타이어코드 설비를 구축했다. 동남아시아 지역의 경제성장에 따라 자동차 판매가 늘어나며 타이어코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효성 관계자는 “타이어코드 역시 효성의 대표적인 세계 1위 제품”이라며 “효성은 고객별로 특화된 타이어 개발 지원 및 연구개발(R&D) 방향을 제안해 2000년부터 20년째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효성중공업은 세계 최대규모인 미국 전력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첫 현지 생산 기지를 확보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약 2조원 규모의 미국 전력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미국 테네시주에 있는 미쓰비시의 초고압변압기 공장을 4650만달러(약 500억원)에 인수했다. 미국 내 첫 초고압 변압기 생산기지인 테네시 공장은 올해 상반기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효성화학도 동남아 지역 폴리프로필렌(PP)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데 주목해 베트남 남부 바리아붕따우성에 PP 원료인 액화석유가스(LPG) 저장탱크 및 PP 생산 설비를 건설하고 있다. 효성은 베트남 남부에 이어 중부까지 이어지는 복합생산기지를 통한 글로벌 수출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소충전소 구축사업도 본격화한다. 효성중공업은 현재 국내 수소충전소 시스템 시장점유율 1위(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울산 테크노파크 등 4곳의 수소충전소와 광주 자동차부품연구원 등에 수소충전시스템을 수주, 2018년 완공해 기술력과 경쟁력을 입증한 바 있다.

한편 올해로 효성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지 3년째를 맞았다. 4개 사업회사 모두 시장에서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만큼, 이제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는 업계의 분석이 나온다. 여러 신소재분야에서 도전을 지속하며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효성의 올해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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