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

투데이코리아=김성민 기자, 유한일 기자 | 최근 국세청이 외국인의 가상화폐 거래소득과 관련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게 800억원 규모의 ‘세금폭탄’을 부과한 것을 두고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 기준을 ‘세수 확보’ 차원으로만 바라보는 건 옳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1월 31일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타워에서 한국조세정책학회가 주최한 ‘암호화폐 과세의 합리적인 모습은?’ 토론회에 참석해 “암호화폐에 대한 세법 규정은 세수 확보 등 과세 차원에서만 바라보지 말고, 기술 및 산업 발전도 감안해 세계적 추세와 합의 과정 등을 지켜보면서 점진적인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세미나는 조세 전문가들이 모여 최근 화두에 오른 ‘국세청의 빗썸 세금 부과’를 두고 합리적인 암호화폐 과세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앞서 지난해 12월 30일 국세청은 외국인 고객이 빗썸에서 가상화폐 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거래소 측의 ‘원천징수’ 의무가 있다며 빗썸에 803억원의 세금을 부과한 바 있다.

외국인이 빗썸을 통해 돈을 벌었다면 이에 대한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데, 빗썸이 그 소득에 대한 세금을 미리 받아 놨어야 한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가상화폐 업계와 학계에서는 거래소에 대한 과세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빗썸에 대한 과세의 타당성 여부를 두고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날 홍 교수는 “소득이 발생하면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 현대 조세의 기본원칙”이라면서도 “다만 조세법률주의의 과세요건명확원칙에 의거 과세표준 및 과세대상이 구체적으로 세법에 적시돼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암호화폐의 경우에는 과세대상을 파악하기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현행 세법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는 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1월 31일 오후 서울 삼성동 법무법인 율촌 Lecture Hall에서 열린 암호화폐 과세의 합리적인 모습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성민 기자)

홍 교수는 이번 빗썸 과세 논란이 암호화폐의 원천징수와 과세대상에 대해 세법에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다는 데 기인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인세법은 순자산증가설이 따르고 있기 때문에, 법인이 암호화폐로 인해 소득이 발생하면 현행 세법으로도 법인세를 부과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그러나 소득세법은 열거주의를 따르는 것이 원칙이지만, 비거주자의 경우에는 사실상 포괄주의를 인정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과세대상을 너무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기타소득을 계산함에 있어 필요 경비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비거주자에 대해 과도한 차별을 규정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거주자의 경우에는 소득세법상 암호화폐에 대한 과세근거가 없으므로 문제가 되지 않고 있지만, 향후 암호화폐 소득에 대한 세법보완은 필요하다. 문제는 비거주자에 대한 법적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현행 소득세법은 열거주의인데, 빗썸은 비거주자에 대한 포괄주의 과세”라며 “비거주자에 대한 암호화폐 소득에 대한 과세규정에는 두 가지의 문제점이 있다”고 밝혔다.

먼저 홍 교수에 따르면 비거주자의 경우에 ‘부동산 외의 국내자산을 양도함으로써 생기는 소득’이 암호화폐 등 모든 국내자산의 양도의 경우에는 무조건 과세될 수 있다고 해설할 수 있는 포괄주의적인 규정을 두고 있다.

그는 “거주자에 비해 과도하게 차별적인 세법해석 및 적용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점으로 볼 수 있다”며 “암호화폐 소득이 발생한 장소에 따라 국내자산과 국외자산으로 구분되기 때문에 암호화폐 거래장소인 고정사업장이 서버설치장소를 의미하는지 본점인지 등에 대한 법적규정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홍 교수는 또 소득세법 제119조 제11호에 암호화폐를 유가증권으로 볼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암호화폐 거래자에 대해 원천징수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득세법 제119조 제11호에 암호화폐를 유가증권으로 볼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암호화폐에 대해 소득세를 과세하려는 경우 고려할 과제에 대해서는 먼저 “암호화폐거래가 주업인 개인사업자의 경우에는 재고자산으로 봐야하고, 이외에는 무형자산으로 보아 면밀한 세법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과세요건명확원칙’에 의거해 과세대상과 절차에 대해 구체적으로 분명히 규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법리적으로는 기타소득이라기 보다 양도소득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는 “암호화폐 소득에 대해 사업자와 비사업자, 거주자와 비거주자에 따라 열거주의와 포괄주의를 달리 규정하고 있는 것은 조세형평, 중립성, 국제적 조세환경 등의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암호화폐 대한 세법 규정을 기술 및 산업 발전도 감안해 점진적이고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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