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경 작가
▲ 조은경 작가

 

며칠 전부터 스티븐 건드리 박사의 최신 저작인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는 법”을 읽고 있다. 다소 긴 한국어 제목의 이 책은 “The Longevity Paradox”란 원 제목을 가지고 있다. 즉 “장수의 역설”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

이 책은 독자들이 이제까지 알아왔던 건강의 상식을 뿌리 채 뒤흔드는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즉 제목 그대로 역설로 가득 차 있지만 쉽사리 반론을 제기할 수도 없다. 하지만 논리가 확실한 그의 이론을 따르고 수긍했다가는 내 먹거리를 전부 다 바꿔야 할 것 같아 고민이다.

콜레스테롤은 HDL이든지 LDL이든지간에 나쁘지 않은 대신 정말 나쁜 것은 중성지방이라든지, 견과류는 좋지만 그것도 나무에서 나는 것이 좋은 것이지 땅콩은 아주 나쁘다든지, 선크림 중의 파라벤 같은 방부제를 막기 위해서는 비타민 C 건강보조제를 두 번 먹는 것으로 대신하는 것이 좋다든지 그의 역설은 끝이 없다. 물론 그의 지론의 기본은 육류를 멀리하고 좋은 식물성 재료로 식사를 해야 한다는 식이요법(그것을 롱제비티 패러독스 프로그램이라고 부른다.)과 무리하지 않은 범위에서 적당한 운동을 하라는 것이다.

그는 짧은 시간에 하는 운동에 많은 효과를 보았다는 말을 하며 몇 가지를 소개한다. 집 마당에 트램펄린을 설치해 놓고 퇴근하면 그 위에 올라가서 균형을 잡고 몇 번이나 뛴다는 말도 한다. 유년기로 돌아간 듯, 동심 속에서 즐겁다고 했다.

그 구절을 읽고 있을 때, 갑자기 그의 어린 모습과 지금의 할아버지 모습이 겹쳐 내게 나타났다. 머리 속 전구에 반짝 불이 켜졌다.

“이거야.”

정월이 오면 우리 부부는 해외여행을 계획한다. 내 생일도 우리의 결혼기념일도 1월이기 때문이다. 따뜻한 나라로의 여행은 관절염이 있는 내 무릎에도 좋고 겨울의 추위를 잠시 잊을 수 있어 좋다. 지난주에 있었던 베트남 여행은 휴식으로의 여행, 그 외에 또 다른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이번 봄부터 조성할 우리 과일나무 정원의 큰 그림이 거의 완성될 수 있는 기틀을 잡아 준 것이다.

우리가 묵고 있던 베트남 호치민 남동쪽 휴양지인 호짬 지역의 호텔에 놀이터가 잘 되어 있었다. 해변 가까이에 미니 퍼팅 장이며 미니 배드민턴 장, 볼링장 등과 그네, 미끄럼틀 같은 놀이 기구 말이다. 수영이 지루해질 때면 나도 스틱을 빌려 퍼팅 장에서 놀곤 했다. 그러다가 우리 과일 나무 정원 곳곳에 이러한 놀이터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 때 생각은 물론 어린이 놀이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건드리 박사의 트램펄린 얘기를 듣고 보니 할아버지인 건드리 박사가 폴짝폴짝 뛴다면 나도 뛸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퍼팅 장은 물론 어른이 해도 되는 것이고, 그 외의 그네도 무게를 튼튼히 해서 어른도 탈 수 있게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80 킬로 이상은 삼가 주십시오.”란 팻말을 붙여야 하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는 흰 종이를 꺼내 놓고 “동림원”의 그림을 그렸다.

1번, 노란색 체리 정원,,, 미끄럼틀 주변으로 체리와 각종 베리들

2번, 핑크색 복사꽃 정원...3홀의 미니 퍼팅 장...복숭아, 자두, 살구, 앵두

3번, 베이지색 호두나무 정원...트램펄린... 밤나무, 감나무, 호두나무

4번, 연두색 사과나무 정원...야생화 정원...사과, 배, 모과, 대추나무

5번, 하늘색 포도밭 정원... 파빌리온과 포도, 다래(키위) 등 덩굴식물

6번, 보라색 석류 정원... 그네... 석류, 무화과

7번, 초록색 원두막 정원...수박, 참외 등 일년생과 함께 올리브, 뽕나무 등

스무 개의 과일나무 빌리지를 만들려고 했던 처음의 생각에 비하면 이렇게 일곱 개로 정원을 축소한 것은 대단한 발전이다. 색깔을 정한 것은 정원마다 각 두 개씩의 벤치를 설치하려 하기 때문이다. 각각의 정원을 대표하는 색깔을 입힌 예쁜 벤치에 앉아 사랑하는 사람들이 노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말이다. 그리고 정원의 입구에는 –과일나무 정원...어른과 아이들의 놀이터..- 라고 쓰게 될지 모르겠다. 참 파빌리온은 무어냐고? 정원에 설치된 구조물이다. 서양 정원에 가끔씩 설치되어 있는 서양식 정자? 그 건물에 포도와 다래 같은 덩굴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친구들이 소설가가 만드는 정원이니 이야기를 입혀야 재미있지 않겠냐고 말해온다. 또 이 정원을 만드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약간씩 기증하는 형식으로 받는 것은 어떠냐는 애기도 나온다. 우린 이 정원을 무료로 개방할 계획이다. 이 정원의 혜택을 볼 사람은 어차피 이 지역 근처의 사람들일 것이다. 그러니 기증하는 사람들은 자주 오지 못 할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증이란 어차피 자기가 덕 보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물론 우리는 그 회원들을 위해 많은 종류의, 그가 원하는 종류의 과일을 보내 줄 수 있다. 그것도 오래 동안. 또 자신과 자녀들의 이름패를 원하는 과일 나무에 붙여 줄 수도 있다. 그리고 정원 정문 옆에는 기증자들의 이름을 적어 줄 수도 있다.

아마 나는 이 칼럼에서 동림원의 진척 사항에 대해서 가끔 얘기를 꺼내 놓을 것 같다. 독자 여러분이 궁금해 할 때쯤 말이다. 양해하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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