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부 유한일 기자

작년 4월 3일 한국이 세계 최초로 일반인 대상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라는 쾌거를 이뤄낸 이후 작년 한 해 국내 5G 가입자 약 466만명 달성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목표였던 500만명에는 근소한 차이로 미치지 못했지만, 당초 업계의 1차 전망치였던 200만명보다는 두 배 이상 늘어난 성적표를 거뒀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글로벌 5G 가입자 중 약 37%를 한국이 확보하고 있다.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가 5G에 열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로 무장한 5G는 4차 산업혁명의 ‘혈관’이라고 불릴 정도로 미래 산업을 구현해 나가는 핵심 인프라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이 국가 발전으로 이어지고,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해 줄 것이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5G가 통신 속도의 진화를 넘어 혁신적 융합서비스와 첨단 단말·디바이스 등 신산업 창출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 산업계에서는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AI(인공지능), VR·AR(가상·증강현실) 등 5G를 활용한 첨단 기술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5G 상용화 이후 정부와 제조사, 이동통신사들은 세계 최초를 넘어 ‘세계 최고’로 도약하기 위한 역량을 집중했다. 정부 차원에서는 5G+ 전략을 발표하고 2022년까지 30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제조사들은 연이은 5G 스마트폰 출시를 통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혀줬고, 이통사들은 5G 기지국 구축에 열을 올리며 커버리지 확대에 나서고 있다.

다만 장밋빛 전망이 넘쳐나는 5G가 작년 한 해 모든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다고 말 할 수는 없다. 전국망 구축 지연으로 인한 통신 품질 문제와 고가 요금제 논란, 5G 콘텐츠 부족 등 갖가지 구설수에 올라야 했다. 작년 12월에는 이용자 7명이 모여 분쟁 조정을 신청하고 5G 가입 해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세계 최초 상용화를 비롯해 굵직한 이슈와 논란을 불러온 5G. 그럼에도 5G가 더욱 기대되는 건 올해다. 이통사들이 올해를 ‘진짜 5G’ 상용화의 원년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러면 지금까지 써왔던 5G는 가짜라는 말인가’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그 내용을 뜯어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목표다.

먼저 올해 5G는 더욱 업그레이드된다. 이통사들은 현재 서비스 중인 5G NSA(비단독규격)를 5G SA(단독규격)으로 바꾸기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5G NSA는 LTE망과 5G망을 함께 쓰는 방식이지만, 5G SA는 ‘순수 5G’ 만을 사용한다. 실제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가시화된 성과를 발표하며 상용화 계획 이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LTE를 넘나들며 5G 통신 불통을 호소하던 소비자 입장에서도 반길 만하다.

또 ‘5G의 꽃’으로 불리는 주파수 대역도 이르면 올 하반기께 사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5G는 3.5GHz 대역 고주파수와 28GHz 대역 초고주파수를 사용한다. 현재 국내에 서비스 중인 건 3.5GHz 대역이다.

이통사는 통신, 제조사는 단말기를 각각 맡으며 올해 28GHz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28GHz는 이론으로만 알려진 4G(LTE) 대비 20배 빠른 통신 속도를 구현할 수 있다. 초고속 통신 시대와 미래 산업을 구현하고 앞당길 수 있는 열쇠인 셈이다.

안타깝게도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여러 기술 분야 중 현재 한국이 선도할 수 있는 건 5G 뿐이다. 드론의 경우 중국이 거의 독식하고 있고, 인공지능은 미국과의 기술격차가 2년이나 벌어졌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들 분야에서 앞서 나가는 주자를 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IT 강국의 면모를 살려 5G 분야에서는 ‘퍼스트 무버’로 자리매김해야 할 시기다.

정부의 정책지원이 뒷받침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큰 역할은 이통사들에게 있다. 인프라 확충, 기술력 고도화와 함께 소비자들의 기대도 충족시켜 줘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을 갖고 있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선두를 지키려면 피와 땀이 섞인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현재 이통사들을 보면 무작정 채찍질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통사들의 지난날을 되돌이켜 보면 참 안타깝다는 생각도 든다. 작년 5G 통신과 관련한 소비자들의 모든 화살은 이통사들에게 돌아갔다. 또 5G 마케팅 비용 증가로 작년 4분기 이통 3사의 실적 전망은 그야말로 잿빛이다.

이런 상황에 정부의 압박으로 5G 관련 투자는 늘려야 하는 고충이 있다. 이러다가 회사의 기본 사업 정책도 자유롭게 설계하지 못 하는 상황까지 치닫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선거철만 되면 이통사들은 그야말로 ‘동네북’이 된다. 표심을 얻기 위해 정치권은 시민사회와 손잡고 이통사들에게 요금 인하 압박을 가한다. 여러 근거를 들며 서민들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여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통사들의 최대 수익원인 통신 요금에 불을 지핀 정치인들은 선거철만 끝나면 뒷짐을 지고 사태를 방관하기 일쑤다.

통신은 국민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 이통사들은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5G가 상용화된 이후 국가 간 기술 경쟁에도 참여하며 부담은 배가 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통사들은 올해 다시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진짜 5G’ 상용화를 위한 계획들이 차질없이 진행된다면 우리나라는 한 번 더 기술격차를 벌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물론 소비자들도 더 나은 서비스를 체감할 수 있게 될 게 분명하다.

이통사들은 LTE 속도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데 이어 5G 분야 글로벌 선두 자리까지 탈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건 긍정적이다. 현재로서는 이통사들을 응원할 수 밖에 없다. 올해 목표로 설정한 ‘진짜 5G’를 꽃 피워 소비자 편의와 국가 경쟁력 제고에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 작년 4월 3일 세계 최초 5G 상용화 당시 정부와 이통사들이 들었던 ‘축배’를 올해 세계 최고 기술력 달성 도달로 다시 한 번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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