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0~80년대를 살아온 우리 국민들은 ‘유비통신(流蜚通信)’과 ‘카더라방송’이라는 용어에 익숙했었다. 독재정권이 그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언론을 통제하던 시절, 사실과 사실이 아닌 온갖 정보들이 시중에 나돌았다.
그것의 진위(眞僞)를 쉽게 가리기도 어려웠다. 정보에 목마른 국민들은 유언비어와 같은 시중 루머에 의존해 세상 돌아가는 폼세를 짐작하려 했다. 일컬어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유비통신 카더라방송이라고 했다. 언론기관과 언론 종사자들의 처절한 몸부림이 있었지만 바위에 계란 던지기였던 엄혹한 시기가 있었다.
지금 전 세계를 걱정의 도가니로 만든 우한(武漢)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전혀 뜻하지 않은 방향의 ‘중국 언론자유 그리고 알권리 욕구’가 분출하는 일로 번지고 있다. 앞서 기술한 한국의 70~80년대 언론 상황이 오늘 중국의 언론 상황과 겹쳐 생각이 났다.
1천명 넘는 생명 앗아간 사태, 정보 차단 탓
우한의 안과 의사 리원량(34)은 작년 12월30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발생 소식을 SNS에 처음 외부에 알렸다. 폐렴환자 7명에게서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중후군)와 유사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며, 의과대학 동창들과 공유하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를 접한 중국 공안당국은 리원량을 잡아들여 사실이 아닌 얘기를 퍼뜨렸다며 반성문을 쓰게하고 풀어준다. 그리고 당국은 전문가인 의사의 경고를 받아들여 신속히 대응하기 보다 정보를 숨기고, 비판여론을 덮는데 급급했다.
그러던 와중에서 이 의사가 사망하는 불행한 일이 일어났다. 여기에다 우한 참상을 외부에 낱낱이 고발한 시민기자 천추스(35)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뉴스까지 전해졌다.
의사 리원량의 죽음과 시민기자 천추스의 실종은 중국 지식인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당국의 정보통제와 늑장 대응은 중국인들의 심한 반발을 불려 일으켜 언론자유 보장과 알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리원량의 경고가 유언비어로 간주되지 않았다면, 모든 시민이 진실을 말할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다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 이 엄청난 재앙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며 ‘이번 사태의 핵심은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라고 중국 학자들은 당국을 성토한다.
리원량이 사망한 날을 ‘언론자유의 날’로 지정하자, 모든 사람이 언론자유를 탄압하는 현 체제에 맞서 ‘아니요(NO)'라고 말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SNS를 뒤덮고 있다고 한다. 우한 페렴 사태는 의학적인 문제를 넘어 중국 체제에 관한 과제로 번지는 양상이다.
언론자유는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1천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이 사태는 단순히 중국 내부 문제가 아니다. 중국의 정보통제 언론탄압 늑장대응으로 한국은 물론이고 지구촌 곳곳에 피해를 주고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전문 의사가 울린 경고를 듣고 신속히 대처했더라면 이처럼 이웃나라 국민들까지 걱정하는 사태를 막았을 것이다.
비판여론을 덮는데 급급하는 와중에 바이러스는 전 세계로 퍼져나가 지구촌에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다. 정보의 통제와 언론자유의 억압이 인류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언론자유는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관련자들의 희생과 노력의 결과로 한걸음씩 더디게 더디게 진전된다.
권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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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뉴스룸/산업금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