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전남 신안과 진도, 영광지역 등이 주산지인 겨울 대파 가격이 생산 과잉으로 급락하고 있다. 사진은 겨울 대파 재배단지. (사진=농촌경제연구원 제공)

 

투데이코리아=최한결 기자 | 올해 겨울이 평년 대비 따뜻한 기온을 유지하면서 출하를 앞둔 겨울 작물중 대표적인 대파가 산지폐기가 진행됐다.

 

 
평년 대비 따뜻한 날씨로 인해 재배면적 대비 생산량이 높아 대파의 공급은 많은데 소비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공급이 많아졌지만 소비는 멈쳐 있어 정부 주도아래 대량의 대파가 산지에서 그대로 폐기되고 있다.
 
특히 전남의 경우 수급 대책이 진행될 만큼 심각하다. 지난 1월 도매시장 1kg 상품가격이 평년 절반 수준인 724원까지 하락했고, 산지 유통인의 거래도 낮아 출하율이 평년 40~50% 보다 낮은 3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전남과 농협은 겨울대파 산지폐기에 돌입했다. 산지폐기하는 면적은 359㏊다. 지역별로는 신안군이 262㏊, 진도군이 97㏊다.
 
사업별로 보면 채소가격안정제사업으로 161㏊, 전남도의 농산물 가격·수급안정사업으로 198㏊를 산지폐기한다. 평년단수인 3.3㎡(1평)당 1㎏ 12단을 적용하면 1만3000여t을 산지폐기해 시장에서 격리한다.
 
도 자체적으로 추진한 시장격리 기준보전액은 10ha(300평)당 151만2000원이다.
 
전남도는 서둘러 사업대상지를 확정하고 2월 말까지 시장격리를 마무리해 겨울대파 가격 회복 및 농가 경영안정에 가시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적극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김경호 전남도 농축산식품국장은 "이번 대책은 도가 중심이 돼 주산지 시군, 농협, 농업인 등과 수차례 협의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며 "향후에도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한 신속한 대응을 통해 농가 경영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농사가 잘되도 걱정되는 농민들은 걱정이 늘었다. 수확을 해도 손해고 도매시장에 출하해도 운송비를 계산하면 이윤이 남질 않는다. 1년 농사가 의미없어지는 것이다. 그마저도 4월이 되면 더욱 따뜻해져 대파의 경우 꽃이 피어 상품성이 더욱 떨어진다.
 
이렇게 전량폐기수순을 밟게 된 이유는 기상의 영향이 컸다. 올해 겨울은 전남 기준 한파 특보나 한파주의보도 없었고, 평년 대비 겨울 날씨가 포근했기 때문이다.
 
비단 농식품에서의 수급 불안정은 하루 이틀간 사이의 이야기가 아니다. 개인 소작농이 아직도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국농업의 고질병이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기온이 따뜻하고 폭설과 폭염이 없어 양파나 마늘의 경우 평년 수준의 재배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지난해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민간에서는 유명 방송인인 백종원 더본 코리아 대표까지 직접 나서 본인의 유튜브 채널을 활용해 양파를 이용한 요리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매해 특정작물의 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정부에서는 보유하고 있는 물량을 시중에 공급하거나 수급제한을 두고 있지만 이런 노력에도 농식품 가격을 잡는 것은 수요에 비해 역부족이다.
 
수요나 공급에 불안정을 정부 주도아래 하는데에는 역부족이다. 이번 겨울 대파를 모두 전량 폐기하는 전남 신안군 최모 씨(70)는 "영농을 2대 째 넘게 하고 있지만 해가 갈수록 농사를 짓기가 어렵다"며 "품목의 품귀현상이 생기는 것에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것은 소비문화의 변화보다 기상의 문제가 크다"며 "현실적으로 노지재배가 대부분인데 영세한 개인농이 버텨내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수요를 못따라가는 수급에 대해선 “FTA나 수출을 통해 해결하면 농가입장에선 반대가 크고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아 자체적인 해결을 위해선 결국 농업쪽도 영세업자들을 도울 수 있는 것은 농업법인화를 통해 공장처럼 대량생산하고 수급량을 조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근 농가를 운영중인 이모 씨는 “21세기인데 아직도 농업은 근대적인 방법이다”며 “기계화를 통해 생산량이 많이 늘었다해도 결국 사람의 노동력이 아직도 너무 많이 드는 것은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최저임금도 올라 농가를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첨단 장비를 도입해 노동력을 줄이고 싶지만 투자가 겁이난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는 적극적인 수급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수급안정 정책과 재배면적 권고 등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농업 체질을 변경하기 위해선 스마트팜 보급 등으로 기상환경 영향을 줄이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매해 거듭되는 수급 문제를 위해 공익형 직불제 시행과 스마트팜 사업을 통해 기상같은 외부 영향을 줄이는 방식을 정부 부처들과 유기적 협업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소비 촉진 마케팅 등을 통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이달의 제철농수산물로 '대파'를 선정했다"며 "겨울 대파를 이달의 제철 농산물로 선정한 데는 소비촉진 홍보를 통해 가격 폭락으로 시름에 젖은 농가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