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뉴시스 제공)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외부적으로는 자강제일주의, 국산화 장려정책 등 겉으로는 폐쇄·고립주의를 내세우지만, 내부적으로는 개혁·개방을 위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이하 한은)은 19일 ‘북한 경제연구로 분석한 경제정책 변화: 텍스트 마이닝 접근법’ 보고서를 통해 북한은 대외적으로 자강주의 노선을 주장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개혁과 개방을 추구하는 경제정책의 전략과 방향이 감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기초통계를 비롯한 북한 관련 연구자료가 층분하지 않아 북한 내부의 변화를 기존 연구방법으로 분석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러한 북한 연구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텍스트 마이닝’ 등 인공지능(AI) 기법을 활용해 북한 문헌에서 유추할 수 있는 북한 최고통치자의 정책적 관심사 및 노선의 변화 등을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한은은 1988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북한 학술지 ‘경제연구’에 게재된 논문 총 2757건의 제목에 통치자별 경제정책의 특징이 나타나는지 여부를 점검했다. 전자문서화된 논문 본문이 없어 각 논문의 핵심 주제어가 반영돼 있는 제목을 사용했다.

통치자 시기별 논문 주제의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 논문 제목의 유사도가 높은 연도끼리 군집화 했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통치 시기와 군집 내 연도들의 일치 여부를 분석해 논문 제목의 통치자별 경제정책 관심사 반영 여부를 평가했다.

분석 결과 ‘경제연구’ 게재 논문의 제목은 유사도에 따라 크게 임의의 세 기간(1기: 1988~1998년, 2기 1999~2010년, 3기: 2011~2018년)으로 군집화가 이뤄지며 각 시기는 통치자별 집권 시기와 유사했다.

1기는 주로 김일성 시기(1988~1994년)와 김정일 초기(1995~1998년)에 해당하며, 이는 김정일이 집권 초기에는 경제정책에 큰 변화없이 김일성의 정책방향을 답습하였음을 시사했다.

2기는 김정일 시기이며 전기(1995~2005년)에는 체제 몰락위기에 처한 북한이 시장화를 수용했으며 후기(2006~2011년)는 지나친 시장화를 경계하고 억제하던 시기다.

3기는 김정은 시기에 해당하며 전기(2012~2016년)은 시장경제를 적극 수용해 수출입이 크게 증대된 시기이며 후기(2017~2018년)는 UN 안보리 대북제재 심화로 역성장을 겪은 구간이다.

논문 제목의 특징을 분석하여 작성시기를 예측한 결과 예측의 정확도(accuracy)는 64%~91%로 나타나 제목의 특징만으로도 어느 통치자 하에서 작성됐는지 비교적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김일성 시기에는 농업, 자본주의 체제비판 등의 주제가 높은 확률로 추출되며, 김정일 시기에는 자본주의 비판, 식민지 침탈, 생산력 증대 등의 주제가 주로 추출됐다.

김정은 시기에는 해외은행제도, 화폐유통과 환율, 무역이론 국제화 시대의 경쟁력 등 다양하고 폭넓은 주제를 다루며 개혁과 개방을 위한 이론적, 실증적 기초 연구가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은은 “북한 관련 기초 연구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인공지능 분석 기법을 활용할 경우 문헌의 텍스트 자료로부터 북한 최고지도자의 정책적 관심사, 북한의 경제정책 방향 등에 대한 유의미한 진단이 가능하다”며 “표본이 ‘경제연구’ 제목만으로 구성돼 그 크기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머신러닝을 통한 분류의 정확도가 높아 통치자 시기별로 논문 제목의 주제별 특성이 뚜렷하게 구분됐다”고 밝혔다.

특히 “김정은 시기의 논문 주제 분석 결과, 북한은 외부적으로 자강제일주의, 국산화 장려정책 등 폐쇄·고립주의를 내세우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개혁, 개방을 위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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