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양유업 공식 유튜브 채널 내 '남양의 진심' 영상. 댓글 기능이 차단돼있다. (사진=남양유업 유튜브 캡쳐)

투데이코리아=편은지 기자 | 갖가지 논란으로 국내 유통업계 불매운동의 시초가 됐던 남양유업이 소비자들에게 진심을 전한다는 의미에서 만든 유튜브 영상에 댓글 기능을 차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남양 측은 뉴스룸 유입과정이라며 반박하고 있지만 영상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소비자들과의 소통창구를 닫고 진심을 어떻게 전하냐'는 비판이 나온다.
남양유업은 공식 유튜브 채널에 지난 2019년 12월 4일 ‘남양의 진심’이라는 영상에 총 3명의 인물을 등장시켜 시리즈로 내보냈다. 남양의 진심에 등장하는 3명의 인물은 대리점 사장, 남양유업 직원, 소비자로 구성됐다.

영상을 보면 ‘남양의 진심을 만난 사람들- 오남철 사장님편’에서 등장하는 대리점 사장은 “3개월에 한 번씩 본사와 대리점들이 만나서 얘기하면 들어주고 아들 대학다닐 땐 장학금도 줬다”며 “원망도 많이 했다. 그러나 회사가 노력해줘서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직원편’에서 나오는 직원은 “엄마들 일하기 좋은회사”라며 “아이를 낳아보니 알겠더라. 회사에서 알아서 챙겨주셔서 육아휴직 쓰고 복직까지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소비자편’에 등장하는 소비자는 “아이를 낳아보면 성분 따지고 좋은 브랜드를 찾게된다”며 “철저하고 꼼꼼하게 관리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믿음이 생겼다”고 했다.

영상 내용과 등장인물로 봤을 때, 앞서 논란이 일었던 남양과 관련된 많은 문제 중 제품 품질과 대리점주 상대로 갑질을 한 사건을 해명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영상을 본 소비자들은 탐탁지 못한 반응을 보이고있다. 남양이 해당 영상에 댓글을 달 수 없도록 설정해놨기 때문이다. 이에 유튜브 영상에서 유일한 소통창구인 댓글 기능을 차단해놓고 어떻게 진심을 전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 유튜브채널 '곽팀장'에서 남양의 진심광고에 관한 영상을 올렸다. (사진=유튜브 채널 '곽팀장' 캡쳐)

채널 ‘곽팀장’을 운영하는 한 마케터는 남양의 진심광고를 보고 자신의 유튜브에 ‘남양의 진심 광고, 정말로 정신 차렸을까?’라는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서 곽팀장은 “소통을 시도한 점은 좋게 생각하지만 유튜브 댓글 창을 열고 고객들의 쓴소리도 들으면서 단 한명의 고객이라도 회유하려고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양의 진심광고를 두고 “학교에 다닐 때 친구들을 괴롭히던 소위 ‘일진’친구가 평범한 학생을 괴롭히다가 교무실에 불려갔는데, 평범한 학생에게 ‘별일 없었다고 얘기해’라고 회유하는 느낌”이라며 “그래서 그 평범한 학생은 선생님에게 ‘별일 없었습니다’라고 얘기하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억지로 없는 얘기를 만들어낸 것 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남양이 정말 자신있게 소통할 준비가 돼 있다면 직원이나 대리점주와 같이 남양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보여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리점주들에게 블라인드 조사를 한 결과를 보여준다던지, 어떻게 품질 검사가 이루어지는지 등을 보여주고 소비자들에게 판단을 맡겨야했다”고 말했다.

▲ '곽팀장'채널 내 남양관련 영상 댓글 캡쳐.

이 영상을 접한 소비자들은 댓글에 “남양 광고 보고 욕 쓰러 갔다가 댓글이 막혀있어서 여기로 왔다”, “이제 좋아졌으니까 좀 넘어가자 하는 느낌이다. 심지어 댓글은 막아놨더라”, “남양을 왜 불매했는지 다시 한번 더 되뇌이게 만들었다”, “영상을 보면서 저것도 얼마를 줬을까 생각이 들었다”, “광고의 역효과가 엄청나서 내부 스파이가 만든 영상이 아닌가 했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남양유업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유튜브 영상은 남양의 진심을 알리고자 만든 '남양뉴스룸'을 홍보하기 위한 PR영상으로 제작된 것"이라며 "뉴스룸으로의 유입을 극대화하기 위해 댓글기능을 차단해놓은 것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앞서 남양은 해당 영상과 비슷한 시기인 지난해 12월 '남양 뉴스룸'을 개설했다. 뉴스룸은 소비자들 사이에 흘러다니고 있는 남양과 관련한 논란을 직접 해명하고 진심을 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남양측은 설명했다.


그러나 유튜브의 댓글기능을 차단한 것이 뉴스룸으로의 유입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라는 점은 결국 고객과 소통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해명 영상을 보게하려는 남양의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진심시리즈의 영상 내용이 '남양이 많이 바뀌었다', '소비자·대리점주·직원들과 소통하는 남양' 등을 주로 하고 있는 점은 이에 힘을 실어준다. 실제 남양 뉴스룸 홈페이지 내에 소비자들의 의견을 듣는 '소중한의견' 란에 들어가보면 소비자 개개인이 남양 측으로 직접 의견을 보내는 방식이라 다른 소비자들이 쓴 내용이나 글은 전혀 볼 수 없게 돼있다.


이와 관련,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유튜브라는 플랫폼 특성상 소비자가 영상에 댓글을 달면 댓글 하나하나에 답변을 달수 있고, 이를 다른 소비자가 볼 수 있어 진심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적합하다. 오히려 유튜브에서 소통이 잘 이루어지면 더 빠른 인식 개선을 해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남양의 진심 시리즈는 결국 소비자와의 소통이나 인식개선을 위함이 아닌 보여주기식 홍보영상에 그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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