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다.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에게 붙여졌던 불법 딱지가 마침내 떼졌다. 검찰의 기소로 재판에 넘겨진 타다에 대해 합법적 서비스라는 사법부의 첫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이해관계자간 첨예한 갈등으로 몸살을 앓던 타다에게 투자 유치, 사업 확장 등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또 타다 뿐 아니라 국내 모빌리티 생태계 확장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타다의 발목을 잡는 문제가 다 해결된 건 아니다. 검찰의 항소 여부에 따라 재판이 장기화될 수 있고 이번 판결로 인한 택시업계의 반발, 국회에 계류 중인 이른바 ‘타다 금지법’ 통과 여부까지 타다가 아직 긴장의 끈을 놓기에는 이르다는 시각이 나온다.

 

 

◇ 法 “타다 불법 아니다”...1심 무죄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박상구 부장판사는 19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 쏘카·VCNC 두 법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검찰은 타다가 택시면허를 보유하지 않은 채 승객들에게 요금을 받는 ‘유사택시 운송행위’를 하고 있다며 이 대표와 박 대표를 기소했다.

 

 

이번 재판의 핵심은 현행법 위반 여부와 함께 타다를 콜택시 형태로 보느냐, 렌터카 형태로 보느냐였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34조는 자동차 대여 사업자는 렌터카를 임차한 자에게 운전자를 알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시행령 제18조는 단체관광을 목적으로 11~15인승 승합차를 임차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운전자 알선을 허용하게 돼 있다. 타다는 쏘카에서 대여한 11인승 카니발 렌터카를 이용해 이 예외조항을 파고들었다.

 

 

시행령을 근거로 한 사업이기 때문에 합법이라는 타다와 단체관광을 목적으로 한 경우에만 해당하는 조항이 타다에게 해당하지 않는다는 검찰의 공방이 이어진 끝에 법원은 타다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재판부는 “타다는 이용자가 직접 운전 없이 이동 편의를 높이기 위해 분단위 예약 호출로 쏘카가 알선한 타다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승합차를 임차하는 일련의 계약”이라고 밝혔다. 타다를 렌터카 서비스로 인정한 것이다.

 

 

이어 타다가 현행법을 위반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는 “타다처럼 운전자를 알선한 승합차 임대계약까지 처벌 규정에 포함한 해석은 형벌 법규를 지나치게 확정적으로 유추한 것”이라며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 이재웅 쏘카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타다' 불법 운영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후 법원을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 이재웅 “재판부에 감사”...타다 “미래로 가는 길 선택해줬다”

 

 

그간 줄곧 ‘타다는 혁신’이라는 주장을 고수해 온 이 대표는 이날 무죄 판결 이후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글을 올리고 “새로운 시간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혁신을 꿈꿨다는 죄로 검찰로부터 1년 징역형을 구형받던 날, 젊은 동료들의 눈물과 한숨을 잊지 않겠다”며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 박재욱 대표와 타다 동료들의 건투를 빌어달라”고 했다.

 

 

이어 “저도 미래의 편에, 젊은 시간의 편에 서겠다”며 “젊은 시간이 미래를 꿈꾸고 만들어갈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응원하고 함께 돕겠다”고 덧붙였다.

 

 

타다 역시 환영의 뜻을 밝혔다. 타다는 입장문을 통해 “법원이 미래로 가는 길을 선택해주셨다”며 “타다의 새로운 여정이 과거의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의 기준을 만들어가는 데 모든 기술과 노력을 다할 수 있도록 지지해달라”고 밝혔다.

 

 

특히 재판 전 대한민국 신산업 창출과 혁신 동력의 중단을 우려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한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교착상태에 있던 모빌리티 등 신산업이 혁신에 대한 도전을 계속해 기존산업과 상생하면서 국가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길 바란다”며 “국민들에게 보다 나은 교통편익을 제공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 택시업계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강력 투쟁 나설 것”

 

 

이번 판결을 반기지 않는 이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타다 논란을 촉발시킨 택시업계다. 이들은 “타다가 합법이면 앞으로 생길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사업조합은 법원 판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서울중앙지법의 타다 무죄 판결은 여객운수산업의 질서를 고려하지 않은 편협한 판단”이라며 “택시업계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택시기사 입장에서 타다는 명백한 콜택시이며 피 말리는 경쟁대상인데 법원은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초단기 렌터카 영업방식의 타다가 합법이면 앞으로 생길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타다 유형의 회사들이 우후죽순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결국 오늘의 법원 판단은 정부와 국회가 타다 문제에 대해 수수방관하고 방치한 탓”이라며 “오늘 판결 과정에서 드러난 내용을 볼 때 정부는 그동안 타다 측과 긴밀하게 접촉해온 사실이 있었으며 과연 정부와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정부는 즉시 밝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개인택시 5만 조합원은 법원 판단과 상관없이 ‘타다는 택시’라는 입장에 어떠한 변화도 없으며 더욱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간 타다 사업을 불법이라고 주장해 온 김경진 무소속 의원은 “타다 무죄, 법원의 오판이 명백하다”는 논평을 냈다.

 

 

김 의원은 “이재웅은 현 정부와 깊은 연관을 맺은 인물”이라며 “그래서인지 국토부는 2018년 타다와 유사한 렌터카에 대리기사를 알선하는 ‘차차크리에이션’은 단호히 불허하고도, 타다에 대해서는 선뜻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바로잡아야 할 사법부도 오늘 오판을 하고 말았다”며 “유사 변종택시였던 카카오카풀은 단죄하고도, 타다 앞에서 만큼은 진실을 눈감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오늘 판결로 인해 대한민국의 대중교통 질서는 이제 무법천지가 될 것”이라며 “역대 정부가 공들였던 택시면허 총량제와 감차 정책은 이제 온 데 간 데 없어지고, 택시면허제가 사실상 없어져 버렸기 때문에 이제 누구라도 유상운송이 가능해졌다. 무자격·무검증자가 운전하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변종택시들이 도로 위를 달리는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의원은 “법치주의 파괴자 이재웅, 박재욱에 대한 처벌 없이는 대한민국의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없다”며 “검찰은 즉각 항소해 범법자 타다가 응분의 죄 값을 치르도록 끝까지 싸워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 타다. (사진=뉴시스 제공)


◇ 이제 타다 앞길 열렸다? 택시업계 투쟁·타다 금지법 등 암초 여전

 

 

타다는 최근 모기업인 쏘카와 법인을 분리해 독립법인으로 새로 출발한다고 발표했다. 독립법인 출범은 오는 4월 1일이다. 이번 판결로 사업 확장을 위한 법적 기반도 마련했다. 지난해 발표 후 택시업계의 반발로 무산된 ‘차량 1만대 증차’ 계획도 다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타다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타다를 기소한 검찰이 항소할 경우 대법원 최종 선고가 나올 때 까지 타다는 재판을 준비하며 법적 공방을 벌어야 한다.

 

 

또 그간 잠잠했던 택시업계가 다시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 앞서 입장문을 통해 ‘강력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작년 광화문 대규모 집회 등과 같은 투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택시단체는 현재 내부적으로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가장 시급한 문제가 국회에 계류 중인 ‘타다 금지법’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다. 타다의 사업 근거가 되는 시행령을 정식 법조항으로 상향하고 승합차 대여 시 기사 알선 허용범위를 명확히 하는 게 골자다.

 

 

주요 내용은 승합차와 기사를 함께 빌릴 때 조건을 관광 목적으로 명확히 하고 대여·반납 장소를 공항이나 항만으로 제한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주로 시내에서 승객을 실어나르는 타다 베이직의 경우 운행이 불가능하다. 이 법이 타다 금지법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타다 금지법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여야는 타다 금지법을 민생법안으로보고 20대 정기국회 일정 안에 처리할 것으로 목표했지만, 패스스트랙 등 여야 충돌로 후순위에 밀려났다.

 

 

여야가 2월 임시국회를 열기로 한 만큼 이번에 타다 금지법이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 사법부의 판결이 입법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당장 4·15 총선을 앞둔 여야 의원들이 택시업계의 표심을 의식해 처리를 강행할 수도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타다는 1년 6개월 뒤 운행을 중단해야 한다.

 

 

박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예상치 못한 돌부리에 채인 기분”이라며 “비록 1심 판결이긴 하지만, 오늘 법원의 판단은 100만대에 이르는 대여사업차량에게 타다와 같은 이동서비스의 길을 열어준 것으로, 앞으로 타다와 택시업계의 갈등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것은 사법부가 아니라 명백히 입법부의 몫”이라며 “정부와 당과 긴밀하게 협의해 여객운수사업법이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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