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자료사진. (사진=삼성전자 제공)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①편에 이어서> 올해 봄학기부터 국내 AI 대학원 5곳이 본격적으로 인재 양성에 뛰어드는 가운데 정부는 ‘AI 대학원 프로그램 확대 개편방안’을 발표하며 올해 7개의 대학원을 추가로 선정·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올해까지 국내에는 12곳의 AI 대학원이 생긴다. 지난해 9월 1차 선정 이후 약 반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몸집을 키우는 셈이다.

 

 

먼저 정부는 올해 AI 대학원 진입의 문턱을 낮췄다. 기존 ‘고급·전문과정’인 AI 대학원 3곳을 신설하고, ‘AI 융합과정’ 4곳도 추가해 대학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

 

 

AI 대학원이 알고리즘·시스템 등을 설계·개발하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곳이라면, AI 융합대학원은 타 분야 전문지식과 AI 역량을 겸비해 혁신을 주도할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다.

 

 

다만 정부의 지원규모에는 차이가 있다. AI 대학원은 최대 10년간 190억 원, AI 융합과정은 최대 3년간 41억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정부는 또 ‘AI 학과 신설’을 필수화하는 기존 사업요건을 개선해 일반대학원, AI 전공과정, 융합학과 등 대학별 여건과 특성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 운영도 지원한다.

 

 

이번 AI 대학원 프로그램의 사업공고는 이달 13일부터 오는 3월 13일까지다. 정부는 4월 중 신규 대학원 선정과 협약을 완료할 방침이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교육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관계부처와도 긴밀히 협의해 대학 AI 교육의 양적·질적 수준을 높여나가는 한편, 추가적인 지원 방안도 강구해 AI 인재를 조기에 확보하고 성과를 창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학생도, 학교도 ‘AI 대학원’ 경쟁률 치열

 

 

AI 대학원은 학생과 학교 모두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는 사업이다. 각 학교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1차 AI 대학원 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KAIST의 경우 가을학기 신입생 모집 때 22명을 뽑는 석사과정에 180명이 몰렸다. 성균관대 역시 7대 1 수준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대학원 입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글을 살펴보면 학생 뿐 아니라 직장인들도 AI 대학원 진학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학원 입시 관련 네이버 카페 한 회원은 “회사 데이터분석팀에 소속돼 있어 AI 혹은 데이터사이언스 관련된 학과를 지원했다”고 전했다.

 

 

올해는 정부의 AI 대학원 추가 선정 발표를 학수고대했던 주요 대학들의 경쟁도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3개 대학을 선정하는 지난해 1차 모집에서는 12개 대학이, 2개 대학을 선정하는 2차 모집에는 10개 대학이 몰린 바 있다.

 

 

이번 3차 공고에는 1, 2차 때와 비슷하거나 더 많은 대학들이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들 입장에서 AI 대학원 사업은 190억원 규모의 정부 지원금을 비롯해 AI 인재 배출로 학교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AI 대학원 사업 지원을 받고 있는 정보통신평가원 관계자는 “최근 AI가 전 세계적으로 화두에 올랐고, 이제는 전 산업 분야에 AI가 접목돼 혁신을 유발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며 “대학들이 AI 대학원 사업에 몰리는 건 상징성 때문인 것 같다. 정부 사업 중 AI 대학원보다 지원금을 많이 주는 게 여럿 있는데, 상징성이 주는 효과를 대학을 노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3차 공고의 경우 사업별로(AI 대학원·AI 융합과정) 성격이 다르다 보니까, 대학들이 각자의 특성에 맞는 분야를 공략하기 위해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2018~2022년 국내 AI 인재 부족 전망. (자료=SW정책연구소 제공)


◇ AI 인재 부족 심각

 

 

한국은 경쟁국에 비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AI 인재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미 예전부터 정부 차원의 대규모 투자로 AI 인재 육성에 뛰어든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선진국과의 격차는 이미 크게 벌어졌다.

 

 

AI 대학원 확대로 산업계의 AI 인재난이 일시에 해소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SW정책연구소에 따르면 당장 2022년까지 국내 AI 인재는 9986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석·박사급은 7268명 부족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AI 관련 연구를 하는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AI 인재 경쟁력은 미국을 10이라고 했을 때 5.2로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중국은 8.1, 일본은 6.0으로 주변국과 비교해도 뒤쳐져 있다.

 

 

이와 함께 캐나다 AI 업체 엘리먼트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최고급 AI 인재 수는 405명에 불과했다. 미국은 1만295명, 중국은 2525명을 확보 중이다.

 

 

정부도 AI 인재 수요에 비해 양성 규모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인 점을 인지하고 있다. 오는 2022년까지 AI 대학원을 20개까지 늘렸을 경우에도 AI 석·박사 인재 249명 정도가 배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AI 강국 도약을 위해서는 세계 최고의 AI 인재를 양성할 교육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라며 “AI 인재 양성의 거점인 AI 대학원 확대·개편과 대학 사회의 AI 교육 혁신을 본격화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 자료사진.


◇ ‘AI 대학원만’ 늘리면 인재 나오나?

 

 

국내 AI 대학원 사업이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지만, 그 규모나 속도 역시 경쟁국들에 한참 뒤쳐진다. 이대로 가면 정부가 발표한 ‘AI 1등 국가’ 목표 달성은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대학들은 AI 학과에 대한 투자를 일찌감치 진행 중이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는 지난해 9월 AI 대학을 개설했는데, 총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를 투입했다.

 

 

일본은 지난해 AI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인력을 연간 25만 명씩 양성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100만 명을 양성하는 게 목표다. 우리나라가 AI 대학원·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운영을 통해 AI 인재 1000여 명을 양성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대조적이다.

 

 

AI 대학원 확대를 통해 인재 양성 후발주자로 나선 정부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꾸준한 인재 배출로 AI 관련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는 의견과 정량적으로 대학원 숫자만 늘릴 것이 아니라 이미 선정된 대학원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양질의 교육을 펼칠 수 있는 AI 대학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먼저 산업계는 환영하고 있다. 국내 AI 기업들은 AI 대학원 확대로 인재 공급에 활로가 뚫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 관련 회사 관계자는 “최근 회사들이 AI 관련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고, 경쟁구도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AI 인재 확보는 필수적”이라며 “국가와 대학들이 협력해 인재 발굴에 나선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AI 인재를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본다”고 전했다.

 

 

반대로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번 추가 사업공고가 섣부른 결정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선정된 대학들이 내실을 다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집중지원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속속 문을 열고 있는 AI 대학원들은 교수진 확보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단 정부의 지원금 규모로는 제대로 된 AI 교수를 데려오기가 힘들다. 많게는 수십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해외 AI 전문가 영입은 꿈도 꾸지 못한다. 미국 대비 10분의 1 수준의 연봉도 문제다. 신입생은 모집하는 데 학생을 가르칠 교수 확보부터 삐걱거리는 상황이다.

 

 

현재 AI 대학원을 운영 중인 한 대학의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미 여러 AI 대학원들이 전문 교수 확보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해진 예산에서 교수들의 월급을 줘야하니 눈높이를 낮추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추가 선정되는 AI 대학원들도 똑같은 고충을 겪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AI 대학원 지원) 사업에 대한 취지는 좋지만 학교를 무작정 늘린다고 AI 인재가 폭발적으로 배출되진 않을 것”이라며 “숫자 늘리기에 급급하지 말고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먼저 개설된 대학원들이 낸 성과와 보완점 등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체계적인 사업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AI 대학원 교수는 “다른 교수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AI 대학원이 너무 소수여도 좋지 않고, 너무 많은 것도 좋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며 “적정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학들이 성과를 낼 수 있는 집중적인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고 했다.

 

 

이 의견에 대해 과기정통부 디지털인재양성팀 관계자는 “2018년 사업을 기획하는 단계와 이번 개편안 발표 직전에 각각 30여개 대학과의 간담회를 가지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일부 대학에 지원 금액을 확대해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대학을 육성하자는 의견과, 저변확대 차원에서 융합교육을 통한 특성화 대학을 지속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전임교수 기업 겸직과 같은 법제도 등 학교별로 해결하기 어려운 측면에 대해서도 정부 지원을 요청하는 학교가 있다”며 “이번에 발표된 게 최종 개편안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 선정대학을 포함, 어떻게 하면 보다 발전적인 모습을 갖출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고 다음 번 개편안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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