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편은지 기자 | 쿠팡, 마켓컬리 등의 이커머스 시장 강세에 오프라인 시장이 최근 몇 년 사이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대형 유통사들이 결국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대수술을 감행하기로 했다. 이것저것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는 잘 되는 사업만 남긴 채 적자를 면치 못한 매장은 과감히 철수하기로 한 것이다.

 
▲ 롯데쇼핑 주요 사업부 매출 및 영업이익 현황.(사진=롯데쇼핑 제공)


◇ 롯데, 전례 없는 ‘구조조정’ 돌입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우선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가장 몸집이 큰 롯데가 전례에 없던 구조조정을 감행하기로 했다. 롯데는 계속되는 기대 이하의 실적으로 지난해 11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으나 결국 백화점, 마트, 슈퍼 등 전국 700여 개 점포 중 30%를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더 이상 온라인과의 경쟁이 아니라 ‘생존’이 중요해진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쇼핑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 감소한 17조6328억 원이었다. 영업이익은 28.3% 줄어든 4279억 원으로 지난 201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8536억 원이었다. 지난해 4분기만 봤을 때는 순손실 규모가 1조 원이 넘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백화점이 나쁘지 않은 실적을 보이며 영업이익을 끌어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 슈퍼 등의 사업 부문에서 고꾸라졌다. 지난해 백화점은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22.3% 증가한 5190억 원을 냈지만, 롯데마트가 지난해 248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롯데슈퍼도 1038억 원의 적자를 냈다. 특히 롯데마트는 4분기에만 227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에 따라 롯데쇼핑은 전국 700여 개 점포 중 30%를 정리한다는 내용의 ‘롯데쇼핑 2020 운영 전략’을 내놨다. 내용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영업손실 규모를 줄이는 데 목적을 두고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 총 700여 개 점포 중 약 200여 개의 비효율 점포를 정리한다. 비효율 점포를 정리하고 잘되는 매장에 집중해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

 

 

이는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장을 볼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심지어 온라인쇼핑 시장 안에서 배송전쟁에 불이 붙으면서 소비자들은 나가지 않고도 더 빠르게 상품을 받아볼 수 있게 됐다. 대형마트는 나름대로 초저가 전략으로 승부수를 뒀으나, 결국 구조조정을 면치 못하게 되면서 사실상 실패한 셈이 됐다.

 

 

 

 

▲H&B스토어 부츠(Boots)

◇ 이마트, 삐에로쑈핑 이어 부츠도 접는다

 
 
오프라인 유통가의 몸집 줄이기는 롯데 뿐 아니라 이마트에도 적용됐다. 이마트는 지난해 일본의 만물 잡화점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한 ‘삐에로쑈핑’의 전 매장을 철수한 데 이어 H&B(헬스앤뷰티)스토어 ‘부츠’와 패션편집숍 ‘쇼앤텔’도 철수에 들어간다.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영국의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WBA)와 맺은 파트너십 계약을 조기 종료하기로 하고 현재 남아있는 11개 부츠 매장을 순차적으로 정리할 계획이다. 남성 패션 편집숍인 ‘쇼앤텔’ 매장 7곳 또한 접기로 했다. 아시아경제 보도에 따르면 쇼앤텔은 모든 오프라인 매장을 접고 재고 정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지난 2012년 드럭스토어 ‘분스’로 시작한 H&B사업에서 8년 만에 손을 떼게 됐다. 부츠는 사업 초기에만 해도 공격적으로 매장수를 늘렸지만 결국 국내 업계 1위였던 올리브영과 랄라블라(구 왓슨스)의 인지도와 매출에 밀려나게 됐다.

 

 

쇼앤텔도 마찬가지다. 쇼앤텔의 오프라인매장인 ‘쇼앤텔 맨즈’는 지난 2018년 ‘남성들의 놀이터’라는 콘셉트로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지 못해 실적 부진의 주요 요인이 됐다.

 

 

실제 이마트는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4조8332억 원, 1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영업이익이 67.4% 급감한 것으로, 지난해 2분기 이후 두 번째 적자다. 당기순이익도 2238억3401만원으로 53%나 줄었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마트의 수익성 저하를 반영해 지난 19일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강등시키기도 했다.

 

 

이로써 이마트는 정용진 부회장이 야심차게 시작한 신사업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결국 지난해 12월 삐에로쑈핑 철수에 이어 다시 한번 구조조정의 칼을 들게 됐다. 롯데쇼핑과 마찬가지로 비효율 사업을 정리하고 수익이 나는 노브랜드 등의 점포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자료사진.


◇ ‘선택과 집중’... 배달시장도 뛰어든다

 

 

오프라인 공룡으로 불리던 기업들이 하나둘 몸집 줄이기를 감행하자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롯데, 이마트는 우선 잘되는 사업에 집중하고, 부수적으로는 최대 호황기를 맞고 있는 배달시장에도 뛰어들 전망이다.

 

 

우선 잘되는 사업에 더 집중하겠다는 것이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전략이다. 올해 8450억 원의 투자를 계획 중인 이마트는 약 30% 규모인 2600억 원을 들여 이마트 기존 점포 리뉴얼‧유지보수 및 시스템 개선 등 내실투자에 집중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핵심경쟁력인 그로서리 매장으로 확대해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민가격 등 초저가 전략을 이어가 수익성 확보에도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 또한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적자를 대폭 줄이고 수익성을 개선하는데 힘쓴다. 롯데쇼핑은 총 100만 평의 오프라인 공간을 리셋(Reset)하고 업태의 경계를 넘나드는 매장 개편으로 사업부 간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다. 경쟁력이 낮은 중소형 백화점의 식품 매장은 신선식품 경쟁력을 갖춘 슈퍼로 대체하고, 마트의 패션 존은 다양한 브랜드에 대한 바잉 파워를 갖고 있는 백화점 패션 바이어가 기획 진행하는 등 기존 매장 운영 개념에서 벗어나 융합의 공간을 구현할 예정이다.

 

 

배달업계에도 진출한다.

 

 

23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지난 롯데는 10일부터 롯데지알에스가 운영하는 롯데리아, 엔제리너스, 크리스피크림도넛, TGI 프라이데이스, 빌라드샬롯 메뉴를 주문, 배달받을 수 있는 앱(app) ‘롯데이츠’를 내놨다. 롯데이츠는 해당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면 배달원이 음식을 배달해주는 ‘홈서비스’와 고객이 미리 예약을 한 후 방문해 음식을 픽업하는 ‘잇츠오더’서비스로 구성됐다.

 

 

이마트도 지난 9일 배달대행 서비스 ‘부릉’의 운영사 메쉬코리아 지분 매각 예비 입찰에 참여했다. 메쉬코리아는 최근 삼정KPMG를 자문사로 선정해 1000억원 규모의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마트는 메쉬코리아의 일부 지분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앱 관계자는 "배달 시장에 다양한 기업들이 진출하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라며 "하지만 지난해에도 배달앱 간 경쟁이 치열했는데 대기업들의 합류로 경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대기업들의 배달앱 진출이 결국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과 DH의 기업합병에 가장 큰 걸림돌인 독과점 논란을 희석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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