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편은지 기자)

투데이코리아=편은지 기자 | # 퇴근길 머리가 지끈지끈했던 김씨는 집 앞 약국에 들러 3500원을 주고 진통제를 샀다. 다음날 진통제를 두고 나온 김씨. 출근 후 회사 앞 약국에서 같은 진통제를 달라고 했더니, 같은 약인데 5000원이라고 한다. 당장 급하니 카드는 내밀었지만, 왠지 찜찜한 마음은 숨길 수 없다.
일상생활에서 약국을 여러군데 들러본 사람이라면, 같은 약임에도 가격이 다른 경우를 종종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약 가격은 왜 약국마다 다를까?

우선 약은 크게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으로 나뉘어지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구매하는 진통제, 감기약, 두통약 등의 처방이 필요 없는 약은 일반의약품이다. 전문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구매할 수 있는, 보험이 적용되는 약을 말한다. 이 같은 전문의약품은 공단에서 약 가격을 매년 정하기 때문에 전국이 모두 같은 가격을 적용받는다.

반면 일부 비급여 의약품이나 시중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은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고, 지난 1999년 '판매자 가격 표시제' 시행으로 약국이 자율적으로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판매자 가격표시제는 판매자(약사)가 가격을 정하는 제도로 경쟁을 통해 가격을 낮추고자 시작됐다.

약국의 가격 경쟁은 일반 슈퍼와 대형마트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매장이 큰 대형마트는 다양한 약들을 대량으로 구비해 판매하기 때문에 할인 행사도 더 자주한다. 약국도 마찬가지다. 종로에 위치한 대형 약국이나 지방에 있는 큰 약국들은 창고가 따로 있다. 여기에서 대량으로 물건을 받게 되고, 그만큼 단가가 낮아지게 된다. 자연스럽게 소비자 가격도 낮아지는 것.

하지만 작은 약국의 경우에는 창고가 거의 없고 소량 필요한 만큼씩 물건을 들여놓기 때문에 단가를 낮추기가 어렵다. 대량으로 물품을 들여놓고 싶어도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기도 하다.
또 들여오는 곳에 따라서도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모든 마트에서 상추를 들여올 때 한 곳에서 같은 가격으로 들여오지 않듯이 말이다. 일반의약품도 같은 진통제라 하더라도 여러 도매상에서 들여오는 과정에서 약간의 가격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약사들은 이 가격에 맞게 소비자 가격을 정하게 된다.

다만 이같은 가격 경쟁구도에 소형약국은 곤란한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대량으로 물건을 들여오는 대형약국의 할인된 약 가격을 소형 약국은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 강원도에서 한 소형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씨는 “각 제약사마다 물건을 납품 받을 때 적정 소비자 가격을 알려주기는 하지만, 이것도 경쟁이다보니 일부 대형약국에서 약 가격을 대폭 할인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저희같은 소형약국은 창고도 없고 여유 자금 문제 등으로 대량구매가 힘들다보니 대형약국 가격과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같은 약이라도 싸게 구매하면 좋지만, 약국의 사정을 들어보면 대형 약국의 횡포와 같은 셈이다. 실제 건강보험심사원에서 매년 발표하는 다소비 일반의약품 가격조사에 따르면 일반의약품의 판매가격은 약국에 따라 최대 2배까지 차이가 났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도 좋지만, 의약품은 일반 재화가 아니므로 의약품을 드실 때는 꼭 상담이 필요하다. 인터넷에서 좋다고 하는 약보다는 본인에게 필요한 제품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며 “시중에 나온 일반의약품은 비타민 종류가 워낙 많고 효과가 보장되지 않거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약사와 상담을 하고 복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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