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최근 자동차 시장을 뜨겁게 달군 완성차 업체들의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경쟁이 다시 시작된다. 쌍용자동차의 티볼리가 쏘아올린 소형 SUV 열풍에 지난해 현대·기아자동차도 시장에 뛰어든 데 이어 올해는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GM도 가세하며 국내 완성차 5개사가 ‘전면전’을 펼치게 됐다.

특히 기아차의 셀토스가 돌풍을 일으키며 소형 SUV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르노삼성이 XM3, 한국GM이 트레일블레이저를 각각 출시하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올 상반기 소형 SUV 시장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셀토스-XM3-트레일블레이저의 주도권 다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과 한국GM은 이번에 출시하는 신차에 명운이 걸린 상황이다. 지난해 첨예한 노사 갈등을 겪은 두 회사는 생산량과 판매량이 모두 추락하며 고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출시하는 신차를 통해 자리 잡고 있는 경쟁 모델들의 틈새를 공략, 판매량을 끌어올리며 실적 개선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 셀토스. (사진=기아자동차 제공)


3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소형 SUV 시장은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소형 SUV 내수 판매는 22만5174대로 전년 대비 32% 성장했다. 2009년에는 9000여대 수준이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소형 SUV 시장은 쌍용차의 ‘독무대’였다. 티볼리는 지난 2015년 출시 첫 해 글로벌 시장에서 6만3693대를 판매하며 소형 SUV 경쟁력을 입증했다. 2016년에는 8만5821대, 2017년 10월에는 20만대를 돌파했다.

 

 

이후 중형 SUV 중심으로 라인업을 구축하던 현대·기아차가 소형 SUV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며 경쟁이 본격화됐다. 2016년 4월 니로를 시작으로 2017년 6월 코나, 2017년 7월 스토닉 등 현대·기아차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소형 SUV를 출시했다.

 

 

◇ 소형 SUV 시장 절대강자 셀토스

 

 

출시 예정인 모델까지 모두 포함하면 현재 국내에는 총 10종의 소형 SUV 모델이 있다. 현대차의 베뉴·코나, 기아차의 스토닉·니로·셀토스, 르노삼성의 QM3·XM3, 쌍용차의 티볼리, 한국GM의 트랙스·트레일블레이저 등이다.

 

 

이 중에서도 요즘 가장 ‘핫한’ 모델은 기아차의 셀토스다. 지난해 7월 출시 후 소형 SUV로는 최초로 월 판매 6000대 이상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국내 누적 판매 대수는 약 3만5000대다.

 

 

셀토스의 인기 비결은 소형 SUV답지 않은 차체와 디자인이 꼽힌다. 4375mm의 전장을 자랑하며 넓은 러기지 용량(498L)을 확보한 실내 공간이 최대 장점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의 준중형 SUV 투싼과 경쟁구도가 형성되기도 했다. 전장을 기반으로 한 대범한 외장과 젊은 고급스러움으로 무장한 내장 디자인도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끌기 충분했다는 평가다.

 

 

 

 

▲ XM3. (사진=르노삼성자동차 제공)


◇ 도전장 낸 XM3·트레일블레이저

 

 

셀토스가 명실상부한 소형 SUV 시장의 강자로 군림 중인 상황에, XM3와 트레일블레이저가 셀토스의 독주를 저지할 다크호스로 주목 받고 있다.

 

 

먼저 XM3는 르노삼성이 4년 만에 내놓은 신차로 지난해 3월 서울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인 크로스오버 SUV다. 르노삼성에 따르면 지난 21일 사전계약을 시작한 XM3는 26일 기준 약 2500대 이상이 계약됐다. 공식 출시는 3월 초다.

 

 

르노삼성은 “XM3를 통해 SUV의 프리미엄 디자인과 세단의 편안함을 모두 보여주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XM3는 전장 4570mm, 휠베이스 2720mm로 차체가 동급 최대 사이즈다. 쿠페형 후면 디자인은 루프부터 트렁크까지 이어지는 라인으로 아름다움과 역동적인 모습을 모두 표현한다.

 

 

XM3는 1.6GTe와 TCe260 등 두 가지 가솔린 라인업으로 출시된다. 1.6GTe는 1795~2270만 원, TCe260은 2175~2695만 원으로 책정됐다. 셀토스가 트림별 1965~2865만 원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가격 경쟁력에서는 선방했다. 소형 SUV를 주로 구매하는 고객들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가격 책정은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 트레일블레이저. (사진=한국GM 제공)


지난달 16일 공식 출시된 트레일블레이저 역시 소형 SUV 시장 최대 기대주로 주목 받는다. 한국에서 기획부터 개발, 생산까지 이뤄진 트레일블레이저는 내수는 물론 수출 시장에서도 선전이 기대된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최대 전장 4425mm, 최대 전고 1660mm 등의 차체를 자랑한다. 말리부로 성능이 입증된 E-터보 엔진을 얹었고, 반자율주행과 전동트렁크 등 소형 SUV답지 않은 편의사양도 장착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총 5개 트림으로 출시되며 가격은 1995~2620만 원으로 ‘1000만 원대 SUV’에 진입했다.

 

 

소형 SUV 주도권 다툼과 함께 업계에서 주목하는 건 르노삼성과 한국GM의 경영정상화 여부다. 두 회사는 최근 판매부진에 시달리는 동시에 노동조합(이하 노조)과의 갈등으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각각 XM3, 트레일블레이저의 성공을 통해 판매량 제고와 수익성 개선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각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세단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자동차 시장에서 SUV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고, 그 중 소형 SUV의 성장이 두드러진다”며 “르노삼성과 한국GM에게 이번 신차는 회사의 명운이 걸린 만큼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한 판매량 확대와 생산량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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