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경 작가
▲ 조은경 작가

 

지난 주, 손자들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서울에 올라왔다. 큰 아들이 손자 손녀 각 하나 씩을 두고 있는데 두 애들의 생일이 이틀 터울이다. 합해서 잔치(?)를 벌이곤 하니 우리 부부에겐 큰 행사인 셈이다. 처음엔 강남 신세계 백화점 가까운 파미에 스테이션이란 곳에서 아이들 좋아하는 메뉴로 점심 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식사 후에 백화점 아이들 코너로 가서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학용품을 사 주면 우리로서도 편하기 때문이다. 약속 전날 버릇처럼 뉴스와 유튜브를 훑어 내리고 있었다. 그 중에서 여자 의사 선생님이 나와서 말하는 코너가 있었다. 그 선생님은 간곡한 어조로 코로나 19 질병에 대응하는 일반인들의 지침을 말하고 있었다.

그 분은 다른 분들과 얘기하는 방향이 조금 달라서 나는 귀를 열고 그 얘기에 집중했다. 아직 그 질병에는 예방약이나 치료약이 나오지 않아서 모두가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 개개인이 각자 조심하면 병의 확산을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자신의 몸의 에너지를 70프로만 쓰고 휴식함으로서 피곤하지 않은 상태로 둔다. 둘째, 가습기 등으로 주변 환경을 건조하지 않게 한다. 셋째, 따뜻한 물을 자주 마셔서 점막을 보호한다. (모과차, 오미자차, 둥굴레차, 카모마일이 좋다.) 넷째, 가능한 한 차단한다. (마스크로 주변과 차단하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가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라.)

특히 첫째 번 충고가 가슴에 와 닿았다.

문득, 다음날 아이들과 해둔 약속이 생각났다. 남편과 의논한 후 우리는 아이들과 공유하는 카톡에 내일 약속을 변경하는 것이 좋겠다는 글을 올렸다. 그래서 케이크를 사 가지고 우리 집으로 오기로 약속을 바꾸었다. 그날 아이들이 즐겁게 놀다가 간 후 저녁에 두 가지 인상 깊은 일이 있었다.

첫 번째는 우리가 가려다가 안 간 강남 신세계 백화점 식품관이 그 날 확진자가 방문한 탓에 잠정적으로 문을 닫았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날 밤 국무총리가 나와서 코로나 19 질병에 관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것이다.

-이런 사태가 벌어져 국민께 송구하다. 앞으로 국민들께선 종교 집회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집회 참석을 자제해 주셨으면 좋겠다. 이 병은 치사율이 그리 높지 않은 병으로 너무 두려워하지 않으시길 바란다.-

내가 기대했던 정부가 해 줄 일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국가가 국민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것 보다는 정부가 국민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과 함께 이렇게 해 주겠다. 저렇게 해 주겠다. 하는 것이 이런 경우에 더 맞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대국민 담화를 듣고 난 후의 입맛은 썼다. 내가 사는 경상도 지역의 수많은 고통 받고 있는 국민들이 그 담화를 듣고 나서 과연 위로 받았다고 생각되겠는가?

앞서의 여자 의사도 정부가 중국인들에 대한 입국을 막아줘야 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의사협회도 그 문제에 대해 정부에 수차례 건의 했다고 초반부에 말했었다. 그 문제는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지만 총리가 나와서 고통 받는 국민에게 기껏 어떻게 하시오 하기보다는 경북 지역에 보낼 의약품과 마스크를 최우선 순위로 많이 준비해 놓았다고 말하고 앞으로도 최대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면 이렇게나 허탈할까? 아니 국무총리 급이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나와서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자고 대통령을 뽑아 놓은 것이 아닌가? 이 질병으로 최초의 사망자가 발생한 대만에서는 담당 장관이 그 사실을 발표하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사망자가 발생한 그 날에 대통령은 더 즐거운 소식을 가져다 준 다른 국민과 함께 한껏 기뻐하고 있는 사진이 많은 언론 매체에 올라왔다. 자녀를 가져 본 어떤 부모가 그러할까?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자랑스런 자녀와 병석에 누워 있는 안쓰러운 자녀 중에서 누구에게 더 마음이 갈까? 축하는 얼마든지 말로 할 수 있다. 하지만 고열로 신음하는 자녀를 병원으로 데려가고 병상 옆에서 손을 잡아주는 일은 직접 몸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어느 부모인들 모르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과 국무총리에 대해서 맹비난 하는 분들도 있다. 그렇게 서운한 마음을 표현한다. 자기편만 국민이고 다른 편은 국민이 아니라고. 그럴 리가 있나? 그럴 수가 있나?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모든 국민을 내 가족처럼 보는 긍휼함만 있으면 설령 처음엔 오해를 받더라도 마음은 통하리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일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잘 살기를 바라서 독립운동을 하던 때가 있었다. 나의 집안에서 보면 나의 조부가, 외조부가, 부친이 모두 보훈처로부터 영광스럽게 독립유공자의 훈장을 받으셨다. 그러므로 나는 그 분들의 뜻을 이어받아 다른 모든 국민들과 함께 우리 조국을 번영시킬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의무이다.

병고에 신음하는 제 2의 고향, 아름다운 경상도를 위해서 내가 할 일이 무엇인가 생각해본다. 앞서 여의사가 말했듯이 네 가지 개인의 수칙부터 준수하고 볼 일이다. 또 경상도를 도와주는 분들과 연대하는 일도 있다. 내가 얼마 전에 회비를 낸 적십자회도 대구와 경상도 지방을 돕기 위해 움직이지 않았을까?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애를 쓰는 경상도의 국민을 위해 우리의 세금이 씌어 지도록 청원을 하는 것도 또 한 가지 일이다. 또 많은 국민들이 서로의 건강을 유의하는 한 편 고통을 겪는 대구와 경상도에 마음으로부터의 위안과 지원과 후원을 보내도록 연대하자.

기운 내라! 대구! 힘내라! 경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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