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근하는 직장인들. (자료사진=뉴시스 제공)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정부가 ‘60세 정년’을 도입한 이후 국내 대기업의 고용은 3.8% 늘어났고, 평균 근속연수는 1년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 정년이 5년 늘어났지만 고용은 기대만큼 효과를 보지 못했고, 근속연수는 고용 연장기간만큼 늘어나지 못했다.
근속연수가 길어진 기업들의 경우 늘어난 만큼 오히려 고용을 줄이는 경향을 보여 정년 연장에 따른 부작용이 심화됐다. 부모 세대의 근속 기간이 길어지면서 자녀 세대의 취업 기회를 박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중 분기보고서를 제출하는 312개 기업의 2015년 이후 2019년 9월 말까지 연도별 고용 및 근속연수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고용은 123만6933명에서 130만5206명으로 4만8273명(3.8%), 근속연수는 10.1년에서 11.1년으로 1.0년(10.2%) 각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고용안정과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2016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 2017년부터 300인 미만 사업장까지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의무화했다. 하지만 실제 고용과 근속연수 증가는 기대에 못 미쳤다. 오히려 정년이 늘어남에 따라 청년 고용의 문은 더 좁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근속연수가 늘어난 상위 20개 기업의 경우 절반이 넘은 14곳은 오히려 직원 수가 4년 전에 비해 줄었다. 정년이 늘어난 만큼 신규 고용을 축소했고, 30~40대 조기 퇴직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4년간 근속연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기업은 S&T모티브로 2015년 말 16.5년에서 지난해 9월 말 22.2년으로 5.7년 늘었다. 대신 이 회사의 직원 수는 같은 기간 910명에서 766명으로 144명(15.8%) 줄었다.

S&T모티브 다음으로 근속연수가 큰 폭으로 증가한 대우건설(5.1년)과 삼성중공업(3.8년) 등도 직원 수는 줄었다. 같은 기간 대우건설(-202명, -3.6%), 삼성중공업(-3905명, -27.9%)의 직원 수는 세 자릿수 이상 감소했다.

이 밖에 서진오토모티브와 현대건설, 신한카드, 대유에이텍, SK건설, 서울도시가스, 풍산, 금호타이어 등도 근속연수는 3년 이상 늘었지만, 직원 수는 5년 전보다 줄었다.

반대로 근속연수가 줄어든 기업은 대부분 직원 수가 증가했다. 근속연수 감소폭이 가장 큰 20개 기업 중 고용이 늘어난 곳은 13곳으로 절반을 넘겼다.

근속연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계룡건설의 경우 근속연수는 10.6년에서 7.2년으로 3.5년 줄었지만, 직원 수는 989명에서 1385명으로 396명 늘었다. 이어 SK가스(-3.2년)와 한국전력공사(-3.1년) 역시 3년 이상 근속연수가 줄어들었지만, 직원 수는 각각 142명(43.8%), 2000명(9.7%)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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