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안위에 둔감한 독단이 코로나 패닉 불러

▲ 투데이코리아 김성기 부회장.

주일예배를 가장 중시하는 기독교가 중국에서 건너온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온라인 예배를 도입했다. 3월 들어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사랑의 교회, 소망교회, 영락교회, 충현교회를 비롯한 대형교회들이 개신교 사상 처음으로 주일예배를 온라인으로 대신했고 천주교도 모든 교구에서 미사를 중단했다. 개신교와 천주교는 예배당이나 성당에서 올리는 주일예배와 미사를 종교생활의 핵심으로 삼고 있지만 안식일 병고침의 교훈을 깊이 새겨 전염병 예방을 위한 결단을 내렸다.

일부 대형교회들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주일성수’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온라인 대체를 망설이기도 했다. 그러나 교회가 진정으로 따라야 할 사랑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그 본분에 맞는 길을 찾았다. 아직 예배당 주일예배를 고수하고 있는 나머지 교회들도 집단감염 우려에 나름대로 예방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개인 차원의 예방 수칙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국민들은 마스크를 사기 위해 몇 시간씩 긴 줄을 서는 고생까지 감수하는 실정이다. 막상 코로나 방역을 책임지고 이끌어야 할 정부가 지금까지 취해온 대책들을 짚어보면 과연 본분에 맞는 대책을 제때 수립, 효과적으로 추진했는지 의구심이 앞선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감염증을 차단하기 위해 초기부터 중국인 입국을 막는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했다. 또 방역에 필요한 장비와 물품을 충분히 확보, 보급하고 병상 준비도 점검하는 등 대내 조치가 시급했다. 그런데 정부는 바이러스 유입 차단과 중국과의 관계증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며 중국인 입국 제한에 느슨하게 대응했다.

북한과 러시아 몽골 등 중국과 가까운 나라들도 입국차단이라는 강력한 봉쇄조치로 방역에 나선데 비해 문재인 정부의 대응은 초기부터 허술했다. 방역을 직접 담당한 질병관리본부는 물론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인 단체는 감염증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기 전 중국전역에 대한 입국제한을 건의했지만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청와대가 방역전문가와 의료진의 건의보다 올해 상반기로 예정된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염두에 두고 중국 눈치를 보느라 결과적으로 선제적인 차단 조치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신천지 집단의 감염 확산으로 국내에서 확진자가 하루 수백명씩 나오고 사망자가 속출하자 거꾸로 중국인들이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하고 강제격리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세계 각국의 한국인 입국제한도 날로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의 합리적 진단을 외면하는 정치적 독단이 얼마나 어이없고 처참한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지 보여준다. 국민 생명이 직접 위협받고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도 극심한 타격을 받아 나라의 기반이 흔들리는 지경이다.

마스크 품귀에 따른 혼란은 현장 수급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수치상으로 집계된 하루 생산능력과 보고체계만 믿고 충분한 공급을 자신하다가 늑장 대응해 시중에 심각한 공급 차질을 빚었다. 정부의 거듭된 개선 약속과 대통령 사과에도 불구하고 품귀현상이 지속돼 국민을 분통터지게 했다.

현 정부 집권 이후 보여준 청와대와 여당의 행태는 주요 정책결정에서 국내외 실제 여건과 전문가들의 진단을 중시하기보다 과거 민주화 운동권 출신들의 도덕적 우월감과 선입견에 빠져 현실을 경시하는 성향을 자주 보였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바람직한 대응방안 모색하는 게 아니라 정치적 판단에 따라 방향을 먼저 설정하고 공격적으로 분위기를 조성해 국면을 돌파하려는 강공책을 주로 선택했다. 소위 진보를 표방한 이념과 정권 재창출을 통한 장기집권, 지지세력 규합 등을 염두에 둔 결정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집권 초기부터 경제 실정을 감안하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해온 소득주도성장과 주 52시간 근무제가 그러했고 탈원전 정책은 산업현장과 전문가 진단을 철저히 무시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코로나 19 초기 대응의 실패는 그 결과가 너무 참담하다. 드러난 경과로 보아 초기대응 실패가 중국 눈치보기의 산물이라는 지적을 근거 없는 주장으로 돌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감염증이 곧 종식될 것이라는 정부 오판이 오는 4월 총선은 물론 문 대통령 집권 내내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국내외 언론에서 제기되고 있다.

더욱 걱정되는 사태는 코로나 19가 불러온 국민적 재앙이다.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희생이 속출하면서 나타난 국민 불안은 이미 패닉 수준을 넘어섰다. 언제 병마를 물리치고 일상으로 돌아가게 될지 아직 기약이 없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과 정신적 충격은 또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지난한 일이다. 게다가 코로나 충격으로 경제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생활의 터전을 상실한 경제적 약자들과 소상공인, 도산한 중소 기업인들은 아직 재기를 말하기도 어려운 험난한 길을 걷고 있다. 고통스럽지만 앞으로 국민과 정부, 기업 모두가 합심해 극복해야 할 과제다. 그리고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일들이다. 코로나 방역에 최선을 다하되 다시는 유사한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초기 대응부터 수습과정까지 상세한 기록을 남겨 책임을 가리는 한편 후일을 경계해야 한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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