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진그룹 본사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김성민 기자 | 한진그룹 경영권을 둔 ‘집안싸움’이 지주사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여론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할 전망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이른바 '3자 주주연합' 간 한진칼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아 개인 주주들의 표심 향배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총 안건을 두고 상호 견제해온 양측은 오는 27일 열리는 주주총회 소집공고 이후 소액주주 대상 위임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일 업계에 따르면 2020년 한진칼 주주총회 의결권 기준 지분율은 조원태 회장 측이 33.45%, 3자 주주연합이 31.98%를 각각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기관, 소액주주들이 캐스팅보트로 주목받고 있다.

 

양측은 현재 개인주주를 대상으로 위임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KCGI는 전날 '의결권 대리행사의 권유를 하는 취지'가 담긴 참고서류를 공시하며 의결권 위임을 호소하고 나섰다.

 

KCGI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 한진칼 지분 공동보유계약을 맺고 주주연합을 구성한 상태다. 또 KCGI는 주주연합 측이 제시한 사내·외 이사 후보는 "역량이 검증됐다"라며 치켜세우는 반면 조원태 회장에 대해서는 "그룹의 부채비율 상승과 재무구조 악화를 야기한 경영실패의 장본인"이라고 비판했다.

 

최근에는 주총에 대비해 소액주주로부터 주총 의결권을 주주연합에 위임한다는 이메일이나 서명을 받는 업무를 할 아르바이트 직원도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조 회장에 대한 지지를 밝힌 한진그룹 계열사 노동조합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대한항공노동조합도 지난 4일 의결권 대리행사의 권유를 하는 취지 등이 담긴 참고서류를 공시하며 노조가 지정한 대리인에 의결권을 위임해달라고 호소했다.

 

노조는 주주연합에 대해 "허수아비 전문 경영인을 내세워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을 부실하게 만들고 자기들의 배만 채우려는 투기 자본과 아직 자숙해야 마땅한 조 전 부사장의 탐욕의 결합"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대한항공노조는 한진노동조합, 한국공항노동조합와 함께 지난달 17일 주주연합에 대한 비판 성명을 내고 조 회장 측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또한 양측의 지분율 격차가 1.47%P 밖에 나지 않는 상황에서 2.9%의 지분을 들고 있는 국민연금도 개인주주에 이은 캐스팅보트로 부상했다. 전날 국민연금이 한진칼 의결권을 회수해 '직접 행사'한다고 밝힘에 따라,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결정이 경영권 판도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편 이번 주총에서 조원태 회장 측이 우세하더라도 한진가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 국면에 빠질 전망이다. 최근 조 회장 측의 우호군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 ▲주주연합 측의 KCGI ▲반도건설은 한진칼 지분 추가 매입에 나서면서 경영권 분쟁 장기전에 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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