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편은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마스크가 필수품으로 여겨지며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가운데, 각종 사재기와 매점매석이 이어지자 마스크 가격이 폭등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정부는 하루에 생산되는 마스크의 50% 이상을 공적 판매처를 통해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마스크는 정말 구하기 쉬워졌을까? 기자가 서울 시내 4구(강남구·영등포구·중구·마포구)의 약국 30여 곳에서 마스크를 구해봤다.

 

▲ 서울 시내 한 약국 앞 시민들이 오전부터 마스크를 사려 줄을 서 있다. (사진=편은지 기자)

 

◇ “언제 들어올지 모르지만...” 오전부터 줄서기

지난 4일, 평일 오전. 마스크를 사려 처음 들른 곳은 영등포역 인근 A약국이었다. 지인에게서 A약국서 마스크를 샀다는 얘기를 듣고 오전 9시부터 해당 약국을 찾았다. 그러나 약국 앞에는 ‘오늘 마스크 입고 X’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마스크가 몇 시쯤 입고되는지 묻자 A약국 약사는 “저희도 언제 들어올지 모르겠다. 어제까지만 해도 오늘은 들어온다고 했었는데, 대구로 물량이 가서 오늘은 안 들어온다고 한다. 오후엔 들어올지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A약국에서 나와 영등포역부터 영등포시장까지 약국 5여곳을 더 들렀지만, 마스크는 한 군데서도 구할 수 없었다.
 
강남역으로 자리를 옮겨봤다. 강남역 내 지하상가에 들어서자 눈을 의심하게 하는 광경이 벌어졌다. 지하상가 내 휴대폰 케이스 등을 판매하는 한 매장에서 마스크를 팔고 있었는데, KF94마스크를 잔뜩 걸어놓고 한 장에 5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마스크를 보고 다가선 시민들은 가격을 확인하고 저마다 혀를 찼다. 그 중에는 한 장에 5000원을 주고 마스크를 구매하는 사람도 있었다.
 
역에서 나와 강남역 근처 7개 약국을 돌았다. 6개 약국은 문 앞에 마스크가 없다는 내용의 종이를 써붙인 상태였고, B약국은 앞에 열댓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B약국 약사에게 마스크가 몇 시에 들어오냐고 묻자 “11시쯤 들어온다”고 답했다. 11시까지는 1시간이 넘게 남은 시각이었다.
 
B약국 앞에 줄을 선 시민에게 11시에 마스크가 들어온다는 사실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 근처에 있는 약국 중에 여기에서 유일하게 몇 시에 들어온다고 알려줬다”며 “한 시간만 기다리면 살 수 있는데 기다려야죠”라고 답했다. 줄을 선 사람들은 한 시간이 넘는 대기시간을 마스크 두 세장을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오전 중에 열 곳이 넘는 약국을 들렀지만, 마스크는 한 장도 구하지 못했다.
 
 
◇ 하루종일 돌아다녀 구한 마스크, 4장 뿐
 
중구로 자리를 옮겨봤다. 동대문의 C약국 앞에 약사가 ‘마스크 재고 없음’ 이라는 종이를 써 붙이는 중이었고, 오전에 마스크가 있었냐고 물었다. C약국 약사는 “아침 10시에 마스크가 들어와서 30분 만에 동이 났다. 면마스크까지 싹 팔렸다. 앞에 종이를 안붙여 놓으니 자꾸 마스크가 있냐고 물어봐서 붙이고 있다”고 했다.
 
동대문역에서부터 30분간 골목 구석구석의 약국을 돌았다. 8개 약국에서 퇴짜를 맞고, 마지막에 들른 D약국에서 30여 장의 마스크가 남았다는 희소식을 들었다. 이마저도 한 명당 2장만 구매가 가능했고, 어렵게 2장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마포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홍대입구역 인근 약국 5곳 중 4곳은 마스크 재고가 없었다. 마지막에 들른 F약국에서 오전에 들어온 마스크가 다 팔리지 않아 10장 남짓 남은 상황이었다. 다른 약국과 달리 대로변에서 벗어나 골목으로 조금 들어가서 위치한 약국이었다. F약국에서도 1인당 2장만 구매가 가능했다. 이후에도 두세곳을 더 방문했지만, 마스크 재고는 없었다.
 
기자가 하루 종일 돌아다녀 손에 넣은 마스크는 단 4장. 이마저도 하루를 꼬박 써야 가능했다. 평일에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은 직장인이나 학생, 약국 여러 곳을 돌아다니기 힘든 노약자 등은 마스크 구매가 거의 불가능한 셈이었다.
 
 
◇ 마스크 ‘5부제’, 공급 안정화 될까
 
정부가 지난달 27일 하루 생산 마스크 1000만 장 중 80% 이상을 공적 판매처에 공급한다고 밝혔으나 마스크를 구입하는 시민들은 여전히 마스크가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전국의 모든 약국에 들어오는 것이 아닐뿐더러, 한 약국에 100개 남짓의 마스크가 공급되기 때문에 운좋게 마스크가 들어오는 시간에 맞춘 시민들이나 구매가 가능했다.
 
정부는 마스크 수급문제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자, 지난 6일부터는 신분증을 지참하고 1인당 최대 2개까지만 구매가 가능하도록 했다. 또 중복구매를 막기위해 오는 9일부터는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마스크 5부제는 출생연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는 요일을 나눈 제도다. 끝자리가 1과 6인 사람은 월요일, 2나 7인 사람은 화요일, 3, 8은 수요일, 4, 9는 목요일, 5와 0인 사람은 금요일에만 마스크를 살 수 있다. 평일 중에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한 사람은 주말에 구매가 가능하며, 평일에 마스크를 구매한 사람은 주말에 마스크를 구매할 수 없다.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되면 매일 약국을 돌며 마스크를 중복구매해가는 사람이 없어지고, 마스크를 사려 줄을 길게 늘어서는 현상도 어느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주일에 1인당 구할 수 있는 마스크가 2개로 제한되면서, 같은 마스크를 3-4일간 착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전문가는 “마스크는 매일 바꿔 착용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손씻는 것도 중요하다”라며 “남은 마스크가 없다면 그날 쓴 마스크의 겉면을 만지지 말고 귀걸이를 잡고 빼서 벽에 걸어두고 재사용 해야한다. 손을 자주, 꼼꼼하게 씻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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