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3월 20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 50기 정기 주주총회. (자료사진=삼성전자 제공)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의 ‘주주총회’(주총)에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독려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국민들이 동참하면서 특성상 수많은 주주들이 강당 등에 모이는 주총을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불가피하게 주총을 미루지 못하고 일정을 확정한 대부분 기업들은 주총장 방역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주주들의 참석률은 대폭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도입된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유명무실했던 ‘전자투표제’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들은 주주들에게 전자투표제 활용을 적극 당부하며 의결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주총 일정을 확정하고 주총장 방역에 나서며 ‘주주 모시기’에 나서는 한편 전자투표제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전자투표제란 주주들이 주총장에 가지 않아도 주총이 열리기 전 열흘간 온라인 전자투표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먼저 삼성전자는 오는 18일 경기 수원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1기 정기주총을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주총장에 열화상 카메라 설치와 손소독제 비치, 의료진 대기 등 코로나19 방역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서울 서초사옥이 아닌 외부건물에서 주총을 개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가 주총장을 바꾼 건 코로나19 영향도 있지만, 2018년 50대1로 주식 액면분할 이후 처음 연 지난해 주총에서 벌어진 ‘입장 대란’ 때문이다.

 

 

 

 

▲ 지난해 3월 20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주주들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유한일 기자)


삼성전자의 지난해 주총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액면분할 이후 소액주주가 70만명까지 급증함에 따라 주총에 참석할 수 있는 인원수도 늘어났고, 공간에 비해 너무 많은 주주들이 몰렸다. 주총장 입장을 위해 긴 줄로 늘어선 주주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기껏 입장한 주주들도 대강당이 아닌 근처 회의실로 들어가 모니터를 통해 주총을 시청해야 했다.

 

 

“내년 주총은 장소·운영방식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힌 삼성전자는 올해 수원컨벤션센터로 주총장을 옮겼다. 이곳은 서초사옥 대비 2배 이상의 주주를 수용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주들이 입장을 위해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문제는 해소될 전망이다. 특히 공간 확보로 주주간 접촉을 최소화해 코로나19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올해 주총에 처음으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 지난 4일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 김기남 부회장은 주주들에게 경영 메시지를 보내고 “주주권리 강화의 일환으로 전자투표제 도입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다른 기업들도 전자투표제 도입에 적극적이다. 코로나19 확산 예방과 함께 주주 가치 제고 차원이다.

 

 

재계 2위 현대차그룹은 올해 전 계열사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한다. 이미 도입한 계열사에 현대차 등 9개 계열사도 올해부터 동참한다. 또 SK그룹은 지주사인 SK와 주요 계열사인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은 주총 공고에 전자투표와 전자위임장 활용을 당부했다.

 

 

 

 

▲ 사진=한국예탁결제원 홈페이지


전례 없는 주총 대란에 전자투표제는 가장 큰 이슈로 급부상했다. 주요 기업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전자투표제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올해를 계기로 도입률이 상승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자투표제는 2009년 상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주총 참석 유도를 통해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체 상장기업의 30%가 전자투표를 실시하고 있지 않다. 도입 여부를 회사가 선택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에 작년 전자투표 행사율은 5% 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의결정족수를 확보해야 하는 기업들이 전자투표를 적극 독려하는 만큼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행사율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채이배 민생당 의원은 “주총 개최에 있어 최고의 방역대책은 마스크도, 소독제도 아닌 바로 전자투표”라며 “이렇게 한 번 실시하면 전자투표제 도입 확대가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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