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코리아=오 윤 기자 |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청와대와 감사원이 금융감독원의 문제점을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최근 감찰에 나섰고 감사원은 금융사들을 상대로 금감원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감원의 ‘관리·감독’ 허점을 청와대와 감사원이 인식했기 때문에 보이는 행보라고 분석한다. 감사원이 감사에 앞서 금융업계의 입장을 듣겠다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은행들의 잇단 키코(KIKO) 분쟁조정 불수용으로 윤 원장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감사원·靑, 금감원 책임 묻나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최근 금감원 일반은행검사국을 중심으로 현장 감찰을 진행했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와 라임자산운용의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의 책임이 금융당국에게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반은행검사국은 DLF 사태를 주로 조사해왔다.

금감원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수시로 감찰을 벌인다”고 밝혔으나 금융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감사원이 금융사들을 상대로 금감원에 대한 제보를 요청했다. 감사원이 유관기관 감사 준비 전 협회를 통하지 않고 금융사에 제보를 요청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감사원 산업금융3과는 금융사에 제보 접수를 위한 휴대폰 번호가 담긴 공문을 발송했다. 산업금융3과는 금융당국 소속기관과 출자 법인 등에 대한 감사사항을 전담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DLF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와 시민단체들이 감사원에 금감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이들은 금감원이 감동당국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지 못했기 때문에 DLF 사태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관계자는 “금감원이 검사를 금융사들을 검사하면서 문제점을 지적할 수도 있지만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하는 의무도 있다”며 “감사원이 이번에 금감원 제도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를 짚고 넘어가야한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청와대가 금감원의 ‘DLF 사태’ 관리 감독 허점을 인식했기 때문에 감찰한 것으로 보인다”며 “감사원까지 금융사의 입장을 듣겠다고 나선 것은 사실상 윤 원장에게 ‘옐로우 카드’가 주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감원에 대한 예비감사는 지난달부터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은행사, 키코 불수용 확산 예상

현재까지 금감원의 키코 분쟁조정안을 수용한 은행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나머지 5개 은행 중 3곳은 답변기한 연기를 금융감독원에 요청했고, 2곳은 배상권고 거부를 밝힌 상태다.

신한은행은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키코 관련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이사 전원 동의를 얻지 못해 불발됐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은 금감원에 키코 배상 분쟁조정안의 수락 기한 재연장을 요청했다.

전날 하나은행과 대구은행도 재연장을 요청했다. 하나은행은 키코 배상 관련 추가 사실 확인 및 법률 검토를 통한 신중한 판단과 차기 이사회 일정을 감안해야 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금감원은 이들 은행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새로운 수락 시한은 1개월 후인 내달 6일까지다. 수락 시한 연장은 이번이 세 번째다.

금감원 분조위는 지난해 말 신한·우리·산업·하나·대구·씨티 등 6개 은행에 키코 피해 기업 4곳에 피해금액의 15~41%를 배상할 것을 권고했다.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 원, 우리은행 42억 원, 산업은행 28억 원, KEB하나은행 18억 원, 대구은행 11억 원, 씨티은행 6억 원이다.

이 중 우리은행이 유일하게 금감원의 요구를 수락해 배상을 마쳤다. 반면 산업은행과 씨티은행은 배상 권고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의견을 전달했다. 소멸시효가 지나 법적 책임이 없는 사건을 배상할 경우 경영진이 배임 논란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윤석헌 금감원장이 ‘종이 호랑이’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동안 진두지휘했던 키코 배상이 시작부터 암초가 생겼기 때문이다. 금감원 분조위는 강제성이 없는 ‘권고 기구’일 뿐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분쟁 조정 수락 재연장을 요청했지만 한 달 안에 입장을 바꿔 금감원에 반발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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