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세력, 김형오 칼날에 'OUT'

▲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을 낭독 기자회견을 끝내고 취재진들에게 서신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코리아=오 윤 기자 | 4·15 총선이 코앞인 가운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편지’가 지난 4일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일부 야권은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못하고 정치선동을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천금같은 말씀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옥중 정치’로 보수 부활을 노리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는 분열된 미래통합당과 자유공화당, 친박신당 등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라는 설명이다.

옥중서신 쓴 朴의 속마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은 유영하 변호사는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대통령의 ‘옥중편지’를 공개했다.

유 변호사는 이날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는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독했다.

박 전 대통령은 “태극기를 들고 광장에 모였던 수많은 국민의 한숨과 눈물을 떠올리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며 “진심으로 송구하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이 다시 수면위로 올라온 것은 미래통합당과 자유공화당, 친박신당으로 분열된 보수를 하나로 뭉치게 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4·15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보수 전멸’을 막기 위한 ‘옥중정치’라는 것이다.

그러나 통합당을 중심으로 보수 통합이 이뤄지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통합당이 ‘유승민 계’로 분류되는 개혁보수와 손을 잡은 만큼 ‘친박 세력’과의 화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야당 관계자는 “새로운보수당과 자유한국당이 겨우 통합된 상황에서 친박 세력이 들어온다면 중도보수 성향의 의원들이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며 “친박 세력과의 합당은 오히려 더 큰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황교안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옥중편지에 대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역사적 터닝포인트가 돼야 할 총선을 40여일 앞두고 전해진 천금 같은 말씀이라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황 대표와 미래통합당 중진 의원들은 박 전 대통령의 옥중편지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앞서 말했듯 개혁보수 성향의 의원들은 반대의 분위기다.

새로운보수당 출신 미래통합당 관계자는 “공천을 통해 쇄신해나가고 4·15 총선을 앞두고 있어 현재에 집중을 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의 입장에 대해 반갑게 맞이하는 것이 아닌 냉정하게 평가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공천관련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김형오, ‘도로 새누리’ 막기 사활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미래통합당의 ‘친박 세력’ 뿌리를 뽑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실제로 친박 출신 의원들은 현재 통합당에서 정치적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친박 핵심 최경환 전 의원은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고, 조원진 의원은 ‘태극기 세력’의 중심인 자유공화당의 공동대표가 됐다. 이밖에도 서청원 의원과 홍문종 의원은 통합당을 떠난 상태다.

통합당에 남아있는 정갑윤·유기준·원유철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윤상현은 의원과 김재원 의원은 김형호 위원장의 칼날에 ‘컷오프’된 상황이다. 앞서 통합당은 9일 기준으로 호남을 제외한 지역 공천을 마무리 지었다. 이날까지 27명의 국회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하고 18명의 의원이 떨어져 나갔다.

박지원 민생당 의원은 지난달 20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통합당의 공천 물갈이와 관련해서는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면접 심사 전에 여러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불출마 선언을 해라’ 하는 전화를 하고 있더라”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김형오 위원장이 보통 분이 아니다. 기자 출신에, 정치 오래 하셨고 깐깐하다. 국회의장 하면서도 딱 젊은 나이에 했지만 ‘관례대로 나는 출마하지 않는다’해서 이선 후퇴를 해 버렸는데 저는 아쉬운 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에 (공천을) 잘하시더라”고 평가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김 위원장의 칼날에도 통합당이 아직 여전하다고 비판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황교안 대표가 환영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과거 자유한국당, 새누리당 시절의 잘못을 반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옥중정치’로 통합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통합을 꿈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친박 세력을 대거 ‘컷오프’시키며 칼춤을 추고 있다.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의 보수통합 ‘플래닝’은 물 건너갔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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