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메뉴 10개 시키면 배달료 1만1000원 꼴


투데이코리아=편은지 기자 | # 평소 퇴근 후 집에서 배달 앱(app)을 통해 롯데리아를 애용했던 A씨. 하루는 평소처럼 배달 주문을 하지 않고 포장을 하려 매장에 들렀는데, 평소 먹던 세트를 그대로 주문했지만 가격이 더 저렴했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A씨. 그 자리에서 배달 어플 속 가격과 매장 가격을 비교해봤더니, 배달 주문 앱 속 모든 세트 메뉴가 1100원씩 비싸다는 것을 알게 됐다.
롯데리아가 공식 홈페이지에 고지한 가격과 배달 주문할 때의 상품 가격이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배달 주문을 할 때 메뉴 하나당 적게는 800원, 많게는 1100원까지 각각 추가되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6일 한 네이버 카페에서는 ‘롯데리아 배달 가격 근황’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롯데리아의 매장 가격과 배달 가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된 한 네티즌이 배달 앱 내 롯데리아 메뉴의 가격을 캡쳐한 사진을 올리면서 “매장가면 세트 5900원인가 그렇다. 차라리 배달비를 받지”라며 “메뉴마다 음식값 안에 배달비를 넣어놔서 주문을 많이 할수록 가격이 비싸진다”고 지적했다.

해당 글을 접한 다른 네티즌들도 댓글을 통해 몰랐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네티즌들은 “롯데리아 비싼게 음식에 배달비가 추가된 거였냐”, “원래 그 값인 줄 알았는데 음식값에 배달비를 붙여놨네”, “배달료는 없지만 실질적으로 돈이 더 든다”라며 비판했다.

▲ 롯데리아 배달 앱에 있는 상품 가격이 롯데리아 공식 홈페이지에 있는 매장 가격보다 단품 800원, 세트 1100원 더 비싼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의 배달 주문 앱을 비롯해 롯데리아 홈서비스 공식 앱을 들어가도 모든 버거, 세트 가격은 동일하게 책정되어 있다. 그러나 공식 홈페이지의 가격을 보면 배달앱 상에서 책정된 가격보다 단품은 800원, 세트는 1100원 저렴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배달주문을 할 때 메뉴 하나당 추가금이 붙어 한 번에 대량 주문을 할 경우 추가금이 더 많이 붙는 것이다.

이와 관련, 롯데리아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롯데리아는 거리에 따라 발생하는 배달료를 받지 않는 대신에 모든 상품에 추가 금액을 붙인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세트 2개를 가장 많이 시키기 때문에 이를 평균값으로 잡고, 기존 배달료가 3000-5000원가량 발생하는 것을 생각했을 때 롯데리아에서 주문하면 배달료를 2200원 내는 셈이니 더 이득이다”라고 밝혔다.

특히 롯데리아 측은 “지방에서 거주하는 고객들의 경우에는 롯데리아 매장과의 거리가 가깝지 않아 세트 2개를 시킨다고 가정했을 때 2200원만 내면 배달비가 따로 들지 않아 오히려 좋아하는 고객이 많다”고 강조했다. 거리에 관계없이 정해진 추가금만 내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다르게 생각해보면, 배달 주문 시 많은 수량의 상품을 구매하면 할수록 손해가 커지는 셈이 된다. 세트 10개를 한 번에 주문한다고 가정하면, 각 세트마다 1100원이 추가되므로 배달료로 11000원을 내게 되는 것이다. 이는 배달앱 상에서 거리에 따른 배달팁을 기본 3000원-4000원만 내면 됐던 것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비싼 금액이다.

더 큰 문제는 배달 앱에서 주문을 할 때 앱 내에 공지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 사실을 알고 주문하는 소비자도 있겠지만, 공지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모르는 소비자도 분명히 발생한다. 모르고 주문한 소비자들은 나중에 매장 가격을 확인하고 ‘지금껏 추가금액을 내왔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롯데리아의 ‘꼼수’에 속았다”고 생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서는 “롯데리아 홈페이지에 해당 사실을 적어놨다”고 해명했다. 타사 배달앱에 공지가 되어있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배달앱 회사와 전화를 해보겠다”고 했다. 애초에 타사 배달앱에 해당 사실을 고지하는 방안을 고려해본 적도 없던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어 롯데리아가 운영하는 공식 홈서비스를 통한 주문보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의 배달앱을 통한 주문량이 월등히 많다는 부분도 인정했다. 결국 소비자가 직접 가격을 대조해보려 홈페이지에 접속하거나,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서야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의 타사 배달앱을 통해 주문해왔던 소비자는 알 방법이 없다.

그러다 롯데리아 측은 초반 통화시 ‘소비자들이 거리에 따른 배달팁 내는 것보다 더 이득’이라며 소비자를 위해서 고안한 정책이라고 했던 것과 달리, 나중에는 라이더 인건비, 통신비 등이 매우 많이 드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감당하려면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말을 바꿨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배달 업체를 쓰는 게 아니라, 모든 배달원들을 롯데리아에서 관리하고 있고, 라이더들의 시급은 매장 아르바이트보다 더 높다”며 “라이더 통신비, 배달 건당 수당, 부가적인 교통비, 오토바이 보험료, 타사 배달앱 자체 운영 수수료 등 이를 감당하려면 추가금이 붙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배달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그러면서 “저희(롯데리아)말고도 다른 햄버거 프랜차이즈는 다 똑같은 배달 정책을 쓴다”며 “왜 롯데리아에만 그러냐”고 호소했다.

실제 국내 햄버거 프랜차이즈인 맥도날드, KFC, 버거킹, 맘스터치를 조사한 결과 맘스터치를 제외한 모든 곳이 배달시 상품 가격과 매장 가격을 다르게 운영하고 있었다. 맥도날드는 단품 700원, 세트 1000원의 가격 차이가 났고 KFC는 단품 500원, 세트 700원 차이가 났다. 버거킹은 단품 800원, 세트 1100원으로 롯데리아와 동일 했고, 맘스터치는 배달가격과 매장 가격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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