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

투데이코리아=오 윤 기자 |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이 지난 12일 사내이사를 맡은지 9년 만에 물러났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결정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투자책임 원칙)와 시민단체의 압력으로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날 대림산업은 이사회를 열고 이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을 오는 27일 열리는 주주총회에 올리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는 오는 23일 까지였다.

대림산업은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해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경영인 체제 강화 차원에서 이 회장 사내이사 연임을 스톱시켰다는 설명이다.

대림산업은 경영 투명성을 확보를 위해 내부거래위원회를 재구성했다. 사내이사 1인을 제외하고 3명의 사외이사만으로 구성해 관리·감독을 강화한 것이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사내이사를 자리를 내려놓은 이유를 다르게 보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고 밝힌 것이 주된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갑질’또는 사익편취 혐의를 받고 있는 오너들이 위기라는 관측이 나왔다.

지난 10일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2020년 주주총회, 주요 그룹 지배주주 등의 재선임 현황’ 보고서에서 “과거 사회적 이슈가 있었던 지배주주의 2020년 주총 재선임 안건이 안정적으로 통과되기에는 어려움이 예상될 수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국민연금이 지난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주주권익에 따른 의결권 행사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만큼 ‘갑질’ 및 사익편취 논란에 휩싸였던 오너의 행보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해 3월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지분 11.5%의 지분을 보유한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에 반대했다.

이 회장도 조 회장과 비슷한 케이스였다. 이 회장은 현재 사익편취 행위와 관련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대림산업 호텔 브랜드인 ‘GLAD’의 상표권을 이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 ‘APD’에 넘긴 후 대림산업이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하도록 했다는 의혹이다.

지난 2015년에는 운전기사에게 욕설을 하며 갑질을 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대림산업 지분은 약 12%다. 국민연금이 이 회장의 과거 갑질 논란과 현재 진행 중인 사익편취 관련 수사를 이유로 반대의견을 낸다면 이 회장의 이사 연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인 이상훈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해욱 회장이 APD를 통해 대림산업으로부터 수십억 원의 상표권 사용료를 받은 기간은 2016년 1월부터 2018년 7월까지로 이해욱 회장이 주주총회에서 자숙한다고 사과한 시기와 겹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국민연금이 이해욱 회장의 이사 연임이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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