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편은지 기자 | 정부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일명 우한폐렴)로 마스크 수급문제에 차질을 빚자 정해진 요일에만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마스크 5부제’를 시작한지 일주일이 됐다. 이와 함께 마스크가 품절된 약국에 구매자가 헛걸음을 하지 않도록 마스크 수량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려주는 서비스를 시행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마스크 구하기가 정말 쉬워졌을까? 기자가 ‘서울에서 한 시간 안에 마스크 구하기’를 해봤다.
마스크 5부제가 시작된 지 딱 5일째 되던 지난 13일, 강남역으로 나가봤다.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첫 주의 마지막 평일이기도 했다. 기자는 출생연도 끝자리가 5로 끝나 금요일에 마스크를 살 수 있었다.

오전 9시 30분,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강남역이었다. 정부가 서비스를 시행한 ‘마스크 알리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굿닥’ 앱을 보고서 약국의 위치를 찾았다. 굿닥 앱 기준으로 강남역부터 신논현역까지 일자로 걸었을 때 약 30여 개의 약국이 있는 것으로 보여졌다.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역답게 10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많은 약국이 위치해 있었다.

앱에 표시된 30여 개의 약국 중 절반가량은 회색등이, 8개는 주황색등, 5개에는 붉은색등, 2개는 녹색등이 켜져있었다. 녹색등은 100개 이상의 재고가 남아있어 ‘충분’하다는 의미이고, 주황색 등은 30~90개의 재고가 있는 ‘보통’, 붉은등은 30개 미만의 재고가 남아있는 ‘부족’, 회색등은 재고가 남아있지 않은 품절상태를 의미한다.

우선 앱 상에서 마스크 재고가 있는 것으로 표시되는 약국을 찾아가 봤다. 약국 앞에 줄이 길게 서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생각 외로 대기줄이 없었다. 들어가 물어보니 약사는 “오전 8시 30분부터 줄 서있는 분들께 대기 순번을 배부해 재고가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약국을 가봤으나 그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앱 상에서 ‘보통~충분’ 수준으로 표시된 약국을 10곳 가량 가봤으나 모두 재고가 없다고 했다.

앱 상의 표시와 실제 재고량이 왜 차이가 나는지에 대해 묻자 한 약사는 “전산 입력을 직접 해야하는 시스템인데, 사용량이 한꺼번에 몰려 오류가 나기도 하고 한창 바쁠 때는 전산 입력할 정신이 없다”며 “사람이 좀 줄어들고 나야 재고를 다시 수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스크 알리미에 뜬 재고와 실제 재고가 딱 맞아 떨어지는 약국은 전국에 많지 않을 것”이라며 “앱 상에서 확인하고 실제로 있는지 전화를 하시는 분들도 많다. 사실 오전에는 전화받기 힘들 정도로 전화량이 몰려 전화안내조차도 쉽지 않다”고 했다.

신논현역 근방에서 마스크 알리미 앱을 보고 약국을 찾았다가 결국 재고가 없다는 말을 듣고 나오던 시민을 만났다. 그는 “출근해서 잠시 마스크를 사겠다고 하고 나왔다. 앱에서 재고가 있다고 나오길래 재빨리 왔는데, 이미 마스크가 다 팔렸다고 한다”며 “30분 전에 다 떨어졌다고 하는데 아직도 앱에서는 재고가 있다고 뜬다”고 말했다.

그는 근방 약국 3개 정도를 더 돌아보고 다시 회사로 들어가겠다고 했다. 직장인이라 자리를 오래 비울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 꺼내 쓴 마스크가 마지막 마스크라서 정말로 오늘은 사야 하는데, 오전 중에 놓치면 오후에는 정말 못살 것 같아서 불안하다”며 “마스크 (수량 파악이 가능한)앱이 나오긴 했지만 결국 근처 약국을 다 돌아야하는 건 똑같다”고 토로했다.

결국 9시 30분부터 마스크를 구하기 시작했으나 10시 30분까지 마스크는 구하지 못했다. 마스크를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약국에 물어보니 “아침 8시 30분부터 와서 줄을 서 있으면 대기 순번을 드리기 때문에 오전에 대기순번을 받고 오후에 찾으러 오면 된다”고 했다. 또 한 약국은 “저희 약국은 미리 예약을 받는다. 다음 주 금요일 예약을 미리 하겠느냐”고 기자에게 물었다. 약국들은 저마다 예약을 받거나 대기순번표를 배부하는 등의 방법으로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었다.

기자는 결국 ‘한시간 안에 마스크를 구매하기’에 실패했다. 그 중에는 예약을 받는 약국이 있어 오픈시간 전부터 줄을 섰다고 해도 살 수 없는 곳도 있었고, 약국 문이 열자마자 대기순번표를 받은 사람만 살 수 있는 곳도 있었다. 특히 시간 조정이 자유롭지 않은 직장인의 경우에는 마스크 구매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느껴졌다.

마스크알리미 앱의 시스템 개선도 시급해 보였다. 기자가 들른 약 10곳의 약국에는 기자를 제외하고도 알리미 앱을 보고 마스크를 사러 왔다가 허무하게 돌아간 많은 시민들이 있었다. 굿닥 앱 내에는 “3월 14일까지는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을 위한 베타서비스 기간으로 실제 현장 재고량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마스크 재고 현황 정보는 데이터 처리 및 전송으로 인해 실제 현황과는 5~10분 정도 차이가 있다”고 공지했다.

한편 고성삼 한국경영평가원 원장은 "마스크 5부제가 완성도 있게 자리 잡아가기 위해서는 지역인구대비 마스크 입고량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구매시간을 정해놓고 판매하거나 노약자 및 거동이 불편한 시민을 위해서라도 각 세대에게 일괄적으로 마스크를 지급하는 방식 등 행정적 보완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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