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의 ‘현장경영’, 무색하게 만든 롯데케미칼 ‘폭발사고’

▲ 지난 4일 오전 3시께 충남 서산시 대산읍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코리아=오 윤 기자 | 현장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신동빈 롯데 회장의 경영의지와 달리 지난 4일 새벽에 발생한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폭발 사고로 국내 공장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이로 인해 오는 25일 롯데케미칼 주주총회에서 폭발사고 문제가 주총에서 언급될 경우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편집자 주>

신동빈 회장의 ‘현장경영’, 무색하게 만든 롯데케미칼 ‘폭발사고’

신동빈 회장은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동남아 등에서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공식 업무일정이 아닌 개인 스케쥴로 지방을 방문할 경우에도 유통거점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최근 적극적 인수합병(M&A) 전략으로 그룹의 핵심 축인 석유화학 사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LG화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화학 회사다. 롯데그룹 내 매출 비중의 약 30%를 책임지고 있을 정도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현재 롯데케미칼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450만 톤으로, 세계 12~13위권이다. 앞으로 예정된 HOB와의 합작과 미국, 말레이시아 공장 증설이 이뤄지면 2022~24년 롯데케미칼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600만~700만 톤으로 늘어 글로벌 6~7위 업체로 도약할 전망이다.

신 회장은 예전부터 현장을 챙기는데 앞장서왔다. 수지 롯데몰처럼 신규 유통매장이 오픈할 경우, 소비자에게 선보이기 전에 방문해 미처 준비되지 못한 점 등을 파악한다.

이 같이 현장을 통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신 회장이 롯데케미칼의 ‘안전성’ 문제를 신경 써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 뿐만 아니라 ‘안전성’이 제일 중요한 모든 회사의 문제점이다. 오너가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제대로 된 재발방지대책이 만들어져야 한다”라며 “대책이 제대로 됐다면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겠냐”고 비판했다.

지난 10일 업계에 따르면 4일 새벽 충남 서산시 대산읍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폭발음이 울리며 공중으로 수십 미터 높이 불기둥이 치솟을 만큼 폭발 규모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건물의 창문이 부서지기도 했다.

사고로 인해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인근 주민 110여명은 부상과 함께 두통·불안감을 호소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롯데케미칼은 “폭발로 인해 발생한 인근 건물은 모든 비용은 회사 부담으로 신속하게 처리하고 보상해 드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말뿐인 ‘재발방지대책’

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는 4일 서산시청 중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폭발 사고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이날 임 대표는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에서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회사는 최고경영진으로 사고대책반을 구성하고 사고수습과 피해 보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오훈 대산공장 환경·안전 담당 상무는 "물적 피해는 물론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심리치료도 할 예정"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사고 원인에 대해 "지난해 하반기 정기보수를 완벽하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며 "정확한 원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의 사고는 꾸준하다. 지난 2017년 7월에는 여수공장 폴리프로필렌(PP) 저장시설에서 폭발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울산공장 고순도 이소프탈산(PIA) 설비 전기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근로자 10명이 다쳤다.

2018년 1월에는 대산 BTX공장에서 1급 발암물질 벤젠이 누출됐다. 같은 해 4월에는 대산 BTX공장에서 또 다시 화재사고가 발생해 지역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10월에는 울산 롯데케미칼 공장 냉각탑에서 불이 났다.

롯데케미칼은 사고가 터질 때마다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사과문만 발표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단골손님’으로 분류된다. 임 대표가 국회에 출석할 때 사과를 하지만 나아진 건 없다”라며 “신 회장이 철저히 점검하는 등의 적극성을 보였다면 폭발사고가 나기 전 문제점을 파악했을 것 같다. 총수가 움직여 확인한다면 타 관련 업계에서도 모범사례로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현재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경찰, 소방당국 등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 안전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고 당국 협조를 통해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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