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성 투데이코리아 논설주간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4.15 총선은 한국정치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더불어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로 금시초문의 위성정당을 앞세운 거대 양당의 맞대결 구도가 된 것이다.

민주당은 비례연합정당 참여여부를 전 당원투표로 결정했다. 78만여 당원 중 30.6%인 24 만여 명이 투표해 74.1% 찬성한 것이다. 민주당원들의 예상보다 높은 위성정당 참여 지지는 그 동기를 통합당이 제공했다는 역설이 통한다. 연동형 비례대표 독식할 요량으로 위성정당을 창당하고 원내 1당이 되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반대,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공언한 것이 민주당원의 결집을 촉발했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범 진보·개혁진영 정당의 추가합류를 위해 독자노선을 택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비례대표 예상최대치 7명만 추천한다. 그리고 자당추천후보를 10번이후로 배치하는 양보카드를 던졌다. 범 진보세력의 결집을 유도하고 위성정당 참여에 대한 비판을 완화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내친김에 민주당은 미래한국당보다 앞 기호를 받기 위해 불출마 의원을 중심으로 7명 이상의 현역의원을 비례연합정당으로 옮기는 작업도 추진한다. 그야말로 위성정당 올인이다.

통합당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민주당이 ‘4+1 협의체’를 통해 선거제 개혁을 주도하고 미래한국당 창당을 비판했으면서 위성정당에 참여한 것은 ‘말 바꾸기 정치’의 표본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쯤 되면 지난 해 12월 거대 양당의 독과점 체제를 완화하고 소수정당의 원내 진출 벽을 낮추기 위한 선거법 개정은 하나마나한 결과가 되었으며 위성정당이라는 해괴한 정당을 앞세운 범 진보 대 범 보수 양극체제는 더욱 날카로워졌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입법취지는 미래통합당이 먼저 훼손했다. 먼저 위성정당을 만드는 꼼수를 부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적 부담은 개정선거법을 주도한 민주당에 더 무겁게 돌아간다. 이를 의식한 민주당은 “의석을 도둑질 하려는 통합당을 응징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통합당 탓으로 돌리지만 아무래도 궁색하다. 이런 경우를 두고 맹자는 <전쟁터에서 오십 보를 도망간 사람이 백보를 도망간 사람을 비웃는 격(五十步笑百步)>이라고 일갈했다.

미래통합당은 잘 한 것도 없지만 득을 본 것도 없다. 범 진보의 비례연합 출범 후 오마이뉴스가 조사한 비례대표 예상 의석수를 보면 미래연합 16 열린민주 5 정의당 5석으로 범진보 26석, 미래한국 18 국민의 당 3석으로 범 보수 21석으로 나왔으며 다른 여론조사기관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결국 미래통합당은 ‘꼼수’ 오명을 뒤집어 쓰면서 낸 꾀가 ‘제 닭 잡아먹은 격’이 되고 말았다.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만약 민주당 당원투표가 거꾸로 찬성 25.9% 반대 74.1%로 나왔으면? 그리하여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지 않고 연동형 비례의석을 포기하면 총선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 아마도 민주당이 압승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당원들의 표심은 유권자들의 여론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74.1%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도부가 참여를 선택하면 당원들은 혹 설득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당원들의 표심에 반영된 민심은 돌아설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의 당원투표에서 비례연합참여에 반대한 25.9%는 우리사회가 성숙한 민주주의로 가는 가능성의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어둠은 어둠으로 물리칠 수 없고 검은 색에는 흰색이라야 변별이 쉽다. 물의 높이가 배의 높이다. 어느 땐가 꼼수를 막기 위한 꼼수도 국민의 절대다수가 반대하는 날, 민주주의는 완숙단계에 이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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