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직 논설주간
▲ 권순직 논설주간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자 이제는 미증유(未曾有)의 경제위기가 엄습해오고 있다.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고 전 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다.

1929년 대공황(大恐慌) 이후 최대의 대량 실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지구촌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실업 쓰나미가 각국을 휩쓸것이라는 위기감의 고조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중추인 미국 경제가 코로나 사태로 초비상이 걸렸다. 미국 경제의 심장부인 뉴욕과 캘리포니아의 경제활동이 멈춰섰다.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 각국의 경제도 스톱 상태다. 실물경제가 마비되고 소비활동이 얼어붙으면서 미국에선 매주 400여만 명의 실업자가 쏟아진다.

세계 경제를 견인해야 하는 미국 경제의 갑작스런 침체는 세계경제를 절벽으로 몰아갈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이 ‘대공황’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는 블룸버그의 보도는 심각한 현실을 대변한다.

비상 걸릴 세계 경제의 중추(中樞) 미국

트럼프미국대통령은 지난 21일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난 극복을 위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하는 2조 달러(약2500조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내놓는 등 각국이 비상대책을 앞을 다투어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신속하고 큰 규모의 대책을 잇달아 공표했다. 문재인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지난 19일의 제1차 비상경제회의에서는 50조원의 민생금융대책을 발표했다. 코로나 사태로 직격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주 대상으로 한 대책이었다.

이어 24일의 제2차 비상경제회의는 총100조원 규모의 긴급지원책을 제시했다. 이번 대책은 주력 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까지 망라하여 사실상 모든 기업을 지원 대상으로 했다.

‘우리나라 기업은 모두 보호하고, 고용불안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다. 지원대상이나 규모 면에서 전무후무한 대책이다.

그만큼 지금 상황이 엄중하며, 정부가 엄청난 위기감을 갖고 있음을 상징한다.

아마 곧 이어 나올 3차 대책에선 당장 생계가 어려운 계층을 포함한 ‘경제절벽’의 국민들에 대한 생계지원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을 안정시키고 절체절명(絶體絶命)의 기업 도산을 막고, 구조조정이나 해고에 따른 대량 실업사태를 억제하려는 정부의 신속하고 광범위한 대책은 일단 환영한다.

이러한 대책들이 정책의도대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상황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이 정부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기도 하다.

신속한 정부 대응, 철저한 현장 점검이 관건

정부 비상경제회의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집행되는 지에 대한 철저한 실태파악이 중요하다. 벌써부터 대책은 내놓았는데 관련부서 전화가 불통이고, 집행기관을 찾아가도 몰려든 신청인을 신속하게 처리하지 못해 애를 태운다는 소식이 잇는다.

“망하고 나서 지원하면 뭐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와선 안된다. 신속하지 못한 현장대응에 관한 언론보도나 야당의 지적이 못마땅하다면 당국이 직접 현장체크를 통해 대책의 신속하고 철저한 집행을 기해야 할 것이다.

공무원 일손이 부족하다면 ‘현장 점검 알바’를 채용해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해볼만 하다. 고령층이나 청년실업자, 해고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 대책도 될 것이다.

정부 정책결정 및 운용시스템도 이참에 재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문재인정부의 특징 중의 하나는 정책 결정과 운용이 청와대 비서실 중심이라는 점이다.

이 시스템 운용은 그간 효율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못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상과 이념을 더 중시하는 비서진이 상위(上位)를 점하고 내각은 하부조직화한 시스템은 능률적이지 않다.

위기 극복 시스템 재점검 필요

정책의 잦은 헛발질과,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의 시행착오가 많았던 것은 현장파악 능력이 앞서고, 행정 노하우가 축적된 내각과 공무원을 하위(下位)시스템에 위치시킴으로서 행정부의 미온과 작동미비를 불러왔다고 보여진다.

큰 정책의 방향을 정할 때는 비서진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더라도, 집행은 내각 중심의 공무원에게 맡기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미증유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비상 위기관리 시스템의 재정비도 필요하다. 대통령과 주변 임물 중심의 비상대책회의도 중요하다.

그러나 과거 국제통화기금(INF)사태나 금융위기를 극복한 경험을 살릴 필요가 있다.

당시 활약했던, 지금은 대부분 일선에서 물러난 원로들의 경륜을 활용하면 위기극복에 도움이 되리라 본다.

마지막으로 이 위중한 경제위기를 정치적으로 활용(악용)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역사의 죄인이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럴 리 없겠지만 정부 여당이 코앞에 닥친 총선을 의식해 비상대책을 이용해선 안될 것이다.

야당 또한 오늘의 위기 상황에서 반대를 위한 반대로 정책의 실기(失機)를 초래해선 안 될 것이다. 여 야(與野) 할 것 없이 위기극복에 숟갈 얹어 표 더 얻으려는 행위를 한다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빛나는 위기 극복사(克服史 )를 갖고 있다. 민족의 저력이다. 위기에 강하다는 자부심도 있다. 정부와 정치권만 잘해준다면 코로나 위기와 글로별 경제위기 거뜬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약력

(전)동아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
(전)재정경제부 금융발전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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